〈7번 국도〉를 들으며 떠난 제주 드라이브

노래 하나로 다시 도착한 풍경

by 쏭저르

수년 전 제주도 여행이 한창 유행하던 때가 있었다. 제주올레가 생기고 코스 중간중간 게스트하우스가 자리 잡았다. 렌터카 업체도 많아졌고 저가항공이 늘어나면서 제주도는 훨씬 가벼운 여행지가 되었다. 금요일 하루 휴가만 내면 2박 3일로도 충분했다.


제주도의 좋은 점은 혼자서도 훌훌 떠날 수 있다는 것이다. 바닷가를 따라 천천히 드라이브를 하고, 마음이 가는 곳에서 차를 세울 수 있었다. 그때는 블루투스로 음악을 듣던 시절이 아니라서, 듣고 싶은 노래를 CD나 USB에 담아 차에 넣어두곤 했다. 윤종신의 노래를 자주 들었다. <바래바래>나 <해변무드송> 같은 곡들이었다.


해변도로 이정표가 보이면 망설이지 않고 방향을 틀었다. 바다를 옆에 두고 달리다가 마음이 움직이면 차를 세웠다. 그리고 아무 말 없이 바다를 바라보곤 했다. 특별한 계획이 없어도 그 시간은 충분했다.


오늘 퇴근길에는 머리가 조금 아팠다. 지하철 안에서 정미조의 〈7번 국도〉를 들었다. 노래를 듣는 동안 이상하게도 기분이 조금씩 풀렸다. 7번 국도는 동해안 도로인데, 노래를 듣다 보니 제주도에서 드라이브를 하던 기억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갑갑한 지하철 안이었지만, 음악 하나로 풍경이 바뀌었다. 창밖 대신 바다가 보이는 것 같았고, 이어폰 너머로는 바람 소리가 스치는 듯했다. 눈을 감으니 제주 올레길과 해변도로가 천천히 펼쳐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