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uld 가 아닌 wish 의 마음가짐

by 송견

얼마 전에 지하철에서 화가 난 일이 있었어요.

한 남성이 임산부 배려석에 앉아 있었는데 바로 앞에 임산부가 서 있었어요. 임산부는 옆으로 메는 가방을 들고 있었고, 그 가방에는 임산부 배지가 떡하니 걸려 있었어요. 제 느낌이긴 하지만, 그 남성은 분명히 자기 앞에 임산부가 서 있다는 걸 알고 있었던 것 같아요.


저는 화가 나서 그 남성만 계속 쳐다보고 있었어요. 그런데 그 남성은 졸고 있는 척하면서도 눈을 살짝씩 뜨고 앞에 있는 도착역 화면을 힐끗 보더라고요. 그때마다 임산부 배지도 봤을 거예요. 그런데도 다시 눈을 감고 자는 척을 필사적으로 이어갔어요. 그 모습이 정말 최악이었고, 저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어요. 한마디 하고 싶었지만 겁이 많은 저는 결국 아무 말도 못 하고 속으로만 끙끙거리다가 목적지에서 내렸어요.


보통은 그런 상황에서 벗어나면 감정이 금방 가라앉는데, 그날은 분노가 꽤 오래 남았어요. 제 도덕적인 기준에서는 그 남성의 행동이 조금도 용납될 수 없었기 때문이에요. 집에 와서 책상에 앉아 그 일을 일기에 쓰면서 곰곰이 생각해봤어요. 내가 왜 이렇게까지 화가 난 걸까? 하고요. 그러다 보니까 이유는 하나였어요.

바로 “마땅히 그래야만 한다”는 마음 때문이었어요.


‘그랬어야만 한다’는 마음은 단 한 치의 양보도 허용하지 않는 태도였어요. 그런데 이건 지하철 상황에서만 나타나는 게 아니었어요. 평소에 제가 언제 분노하는지 떠올려보니, 대부분 “마땅히 그랬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을 때”였어요. 예를 들어 오늘은 1시간 동안 요가 수련을 했어야 하는데 하지 않았을 때, 영상 편집을 끝냈어야 하는데 끝내지 못했을 때처럼요. 이런 마음가짐은 하루를 ‘해야만 한다’는 압박으로 채웠고, 그 때문에 분노는 자주 올라왔지만 정작 중요한 감정들은 자주 놓쳤어요.


그래서 마음가짐을 조금 바꿔보기로 했어요.

“해야만 해” 대신

“그렇게 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

“그랬다면 더 나았을 텐데”

라고 말이에요. 약간의 유연성을 허용해본 거예요.


다시 지하철 상황으로 돌아가 보면, 그 남성이 자리를 “양보했으면 좋았을 텐데”라고 생각하자 분노보다는 아쉬움이 밀려왔어요. 물론 분노든 아쉬움이든 상황 자체를 바꾸진 못하지만, 제 내면에는 큰 변화가 생겼어요. 그 상황을 더 깊이 바라볼 수 있었고, 마음에는 평온이 찾아왔어요. 이 평온이 분명히 더 나은 하루를 만들어줄 거라고 느꼈어요.


그래서 앞으로는

“해야만 해”가 아니라

“그랬다면 더 좋았을 텐데”

라는 마음으로 살아가 보기로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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