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Inner Peace Oct 09. 2020

5-1. 화장실 사건 / 형편없는 인도의 물사정

1월14일, 월요일, 델리, 맑음

어제 롤리축제로 새벽까지 술을 먹고 잠이 들었었다. 아침에 머리가 조금 아팠지만, 그럭저럭 괜찮다. 어제 마신 술, 나쁘지 않은 술 같다. 비교적 뒤가 깨끗하다.


어제 물이 없어서 씻지 못하고 이만 딲고 잠이 들었었는데, 오늘 아침 조금 늦게 일어났더니, 오늘 아침도 물이 없다. 벌써 다 쓴 모양이다. 이상하다. 거실에 모두들 아직 잠자고 있는데, 누가 썼을까? 그렇게 늦게 일어나지도 않았는데, 8시30분에 일어났는데… 오늘 물 공급이 안된것일까?


하여간에 또 찝찝한 상태에서 하루를 시작하게 되었다. 아저씨에게 물 없다고 했더니, 바께스에 절반정도 담아 주었다. 턱없이 부족했지만 마법처럼 그걸로 이 닦고, 세수하고, 머리감았다. 몸이 많이 찝찝했다.

아저씨 왈, 물이라는게 항상 나오고 있는게 아니잖아? 그러니 있는거 확인해야 하고 아껴써야 해. 라고 말해준다. 순간 한국에서 물을 물처럼 써왔던 나의 삶에 대한 반성과 함께 매일 판타스틱한 경험을 하게 해주는 인도인 하숙집의 생활에 감사함을 느낀다.

 

인도는 심각한 물부족 국가이다. 2020년 현재도 수도 델리에서는 하루 두번 두시간씩만 수도가 공급된다.

그런데, 문제는 그게 아니라, 아침에 일어나서 소변을 보고 물을 내려버린게 실수였다.

물이 안 나오니, 단 한번밖에 쓸 수 없는 그 물을 내려 버린 것이다.

문제는 어젯밤에 과식, 과음을 해서 배가 많이 아팠다. 어쩔수가 없었다. 대변을 봤다. 나의 대변을 그냥 담가둔채 나왔다. 물을 내릴 수 없으니 별 수 없지. 그런데, 진짜 문제는 그 다음이다. 옷 입고 외출을 할라고 하는데, 배가 다시 또 아팠다. 설사 앞에서는 항우장사도 별 수 없다. 또 들어가서 거기 앉아서 또 쌌다. 

싼데 또 싼거다. 거기서 해프닝은 끝난게 아니다. 물을 다 썼는데, 뒤를 닦을 물이 없었다.

(사실, 인도의 화장실에는 휴지가 없고, 그저께부터 휴지를 안 쓰고 물로 닦아 오고 있었다. 그게 더 기분이 상쾌해서…)

왜냐고? 물이 없으니깐. 닦지도 않은 엉덩이 들고서 엉거주춤으로 방까지 걸어가서 가방열고 휴지들고 다시 걸어서 화장실 갔다. 그리고 그 휴지로 닦았다. 

그리고 그 휴지 두장을 더 까서 이불 덮어주듯이 나의 배설물에 덮어주었다.

저녁에 돌아올때는 다 치워져 있기를 기도하는 마음으로...


저녁에 와보니 나의 대변은 멀리 떠나버리고 화장실이 깨끗해져 있다. 

오늘 화장실 해프닝 끝.

작가의 이전글 4-3. 롤리 축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