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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ng Song Jul 05. 2016

심드렁한 듯, 자랑할 건 다하는 런던

우중충한 그들의 속깊은 매력

나의 영국과의 인연은 길지는 않은데
그닥 나와 인연이 있을 만한 곳은 아니라 생각
하며 살다가, 우연히
영국계 기관에서 근무를 하게 되었고
그러면서 얇디얇은 인연의 고리가 시작-
그 끈이 언제까지 일진 모르지만 덕분에
나도 미처알지 못한 그들과 곳곳을 가끔 들여 볼 수 있었던 시간-
작년 11월에 찾은 런던은
부슬 내리는 비로 조금은 습하고
떨어진 낙엽이 푸른 잎들과 어우려져
계절감을 다소 잊게 만드는 낭만과 현실이
공존하는 듯한 도심
타워 브릿지 근처에 숙소를 잡고
매일 아침에 마치 그 지역에 사는 사람인냥
직장인 복장을 하고 출근 하던 길에
항상 노란 아이들이 길을 밝혀 주던 느낌


방문했던 영국문화체육관광부 건물 안에 걸려있던 알파벳과 여러 이미지들의 조합으로 만들어진 포스터들 -
어찌보면 항상 가운데서 리드하고 싶어하는 그들의 성향과, 그 속에서 다양성을 키워 창조적 문화 플랫폼을 키워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듯한 -
다소 중의적인 느낌


오래전에 만들어진 지하철들이라
아주 깊고 깊다는 느낌이 들때가 있는데
에스컬레이터를 지날때면 항상 그 시각
그 공간들 속에 일어나는 일들을 요약한 듯한
벽면 포스터들과 광고물들


미팅 장소를 찾아가다가
구글의 실수로 (나의 실수) 주소가 잘못 찍혀
즐거운 우연으로 이 역에 도착했는데
'SEVEN SISTERS'란다 -
내 머릿속엔 갑자기 왜 빨강머리앤이 생각나고
내게도 자매가 있었으면 - 이라는 쓸데없는..
내가 숙소를 Borough market 근처로 잡은 이유 중 하나!!
항상 런던에 가면 하루에 한 번씩은 들리는
Monmouth cafe - "Flat white please!"
출장의 장점은 마치 현지인처럼 출근길에 take out 해서 기분이 즐거워 질 수 있는 꺼리가 생긴다는 점 -
 Borough market 의 내부 전경
곳곳이 녹색이고 트러플 오일에 아마씨 오일에 각종 티에, 그리고 난 아침에 먹기위해 직접 구워파는  그래놀라를 좋은 가격에 데려왔더랬지


때마침 할로윈이어서 이렇게 익살 스러운 표정의 호박할아버지도 만날 수 있었지


어느 날씨 좋은 날 커피 마시러 갔다가
같이 줄 서 있던 한국 여성분과
같이 더 걷고 산책하고 bridge도 건너고
날씨 좋은 날의 런던 표정은 착한 마음 숨겨둔
어른 같다 -
템즈강 근처에 Oyster shed 라는 bar/cafe
내리쬐는 햇살에 나도 덩달아 신났고
병아리콩과 코코아가 들어간 그린 수프와
사이드로 나온 아시아식라이스 -
이 가격대비 훌륭한 맛은 감사 그 자체


주말이 되어서 동네를 쭉 걸어다니다가
외로운듯 어우러져 서 있는 나무와 인사하고
한국 전쟁에 참전한 영국인들을 기리기 위한
기념비도 들려보고 -
여기 뒷면엔 독도가 표기된 한국 지도도 있지


근처에 있던 셜록홈즈 관련 카페인듯
건물과 지나가던 사람과 레스토랑이 모두 잘 어우러진 -
다리를 건너다 본 런던아이와
저 멀리 빅벤과 (빅벤이 실제로 저 건물 시계탑 안에 있는 종의 이름이라는 -)
출렁이는 강을 보며 깊은 숨을 들이쉬게 되던
웨스트민스터 안에서 한창 진행중인
제1차 세계대전 종전 기념일을 맞아 그 전부터 양귀비 꽃 모양을 딴, 위로와 추모의 의미가 담긴
poppy 들 -
절로 숭고한 마음이 들고 한편으로 검정색이 아닌 붉은 색이 곳곳에 있어 더 잊지 말아야겠다 다짐하게 되는 느낌 -
어딘지 모르겠지만
골목길을 걷다 걷다 발견한 사냥용품 파는 곳
박제되어 있는 모습이 안쓰럽지만
의인화된 모습에 나도 모르게 술에 취해 길거리에서 함박 웃음을 띄고 있었는데
다른 낯선 관광객도 내 뒤에서 웃고 있더라-
가을 채취가 나는 향수를 데려온 듯한
이미지에서 향기가 나는
진정한 가을에 젖어 쳐다만 보던 길
아쉬운 마음과 함께한 히드로 공항에서의
마지막 그들의 재치 -
무거움과 가벼움의 공존 -
알수록 빠져나오기 힘든
싫은데 좋은
이중인격의 소유자 영국,
특히 심드렁한듯 잘난척하는 런던,
또 다시 와야 뭐하나 싶다가도
다시오면 아- 얘네 매력있네 라고 곱씹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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