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Chiang khong
May 28. 2022
"야! 씹어서 좀 먹어."
나의 오래된 친구 하나가 30년이 넘도록 해 준 말이다.
어릴적부터 그 친구네 집에는 늘 먹을 것이 그득그득했다. 과자며 과일이며 빵, 떡, 초코렛등 모든게 넘쳐났다.
하지만 우리집은 달랐다. 늘 냉장고가 텅 비어있다 시피했다. 그마저도 오빠와 항상 반반(어쩔때는 적게) 나눠 먹어야만 했다.
허기졌다. 모자랐다.
나는 그때부터 지금까지 늘 식탐에 시달렸다.
먹어도 배고프다.
자꾸만 더 먹고 싶다.
남친과 팝콘을 나눠 먹을때도 작은손때문에 한번에 잔뜩 안집어진다고 투덜댔었다. 그 후론 각자 1인 1팝콘을 하게 되었지만 나는 내것을 재빨리 먹고 은근슬쩍 남친것을 빼앗아먹었다. 그래. 난 그런인간이었다.
나는 음식을 씹지않아.
마시지.
후루룩후루룩.
덕분에 만성 역류성 식도염과 위염에 시달렸고
한번은 위경련까지도 왔다.
그런데도 이놈의 망할 식탐은 도무지 없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스스로도 답답했다. 호주에 살땐 음식을 쌓아놓고 죽도록 먹어보자 해서 먹었다가 1년여만에 20키로 가까이 찐적도 있었다. 그땐 매일 후렌치후라이,치킨, 피자, 아이스크림, 마늘빵,포테이토칩, 콜라를 먹었으니 병원에 안실려간게 다행이려나.......(독일식 슈퍼마켓 체인점인 알디에선 콜라가 물보다 쌌다)
배고프지 않는데도 먹는다.
배부른데도 먹는다.
내 소원리스트에는 늘 '적게 천천히 먹기'가 있었다.
왜 그럴까.
그건 아마도 다이소에서 잡동사니를 사모으거나
읽지도 않을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다 놓는 것과 같은 마음일 것이다. 텅 비어있는걸 허겁지겁 채우는것.
그래야 아주 잠시나마 행복해지니까. 그 뒤론 수없이 많은 자책과 자기혐오에 시달리지만.
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번에 30번은 씹어야 한다고는 하지만 그건 무리다.
우선은 식사시간 5분씩 늘리기를 해볼란다.
젓가락으로만 먹기도 해보고.
(차라리 손으로 먹을까. 인도에서처럼?)
어제도 급히 넘기다가 야채가 식도를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에 좀 아팠다. 다신 그러지 말자!
이 몸뚱이 앞으로 60년은 더 써먹어야할텐데
하고 싶은것도 많고 해야할 것도 많은데
몸때문에 못하면 너무 억울하잖아.
(먹어야할 것도 얼마나 많은데...ㅎㅎㅎ)
나도 우아하게 맛을 음미하면서 먹고 싶다.
진정한 맛이란걸 느껴보고 싶다.
소스에 범벅된 음식들을 스마트폰이나 텔레비젼을 보면서 먹는건 너무 슬픈일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