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2021년 여름, 도쿄올림픽이 한창이던 시기였다. 우리나라 선수가 출전할 때면 목 높여 응원하는 물결이 이어졌고 나 또한 그때만큼은 없던 애국심도 살아나 텔레비전 중계를 찾아가며 보았다. 그때 눈길이 갔던 종목이 클라이밍이었다. 살면서 한 번도 스포츠 중계를 보며 '나도 해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든 적이 없었는데, 묘기처럼 암벽을 등반하는 여성 선수의 선수의 모습을 보며 '멋있다', 라는 감정이 들었다. 그 경기 이후로 나의 작년 로망은 '복근 만들기'가 되었다. 로망은 로망으로 그치기만 했지만.
클라이밍이 매력적인 운동이라는 생각에 집 근처에서 강습을 받을 곳이 있는지 물색해보았다. 마침 클라이밍 체험장이 두 군데 정도 있었는데 일일 체험권이 2만 원 정도, 강습비는 15만 원이 훌쩍 넘었다.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비싼 것은 아니지만 내가 한 달에 책정한 취미 활동 예산보다는 이미 초과하는 금액이었다.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도 아니고 그만큼 돈을 투자하긴 싫은데, 나는 망설이게 되었다. 한 달 강습비를 결제했는데 하루 만에 안 맞아서 그만두면 어쩌지? 클라이밍을 하면 손도 많이 상하고 부상도 당할 수 있다는데 괜찮으려나? 처음의 불타오르던 열정이 사그라들자 갖가지 핑계를 생각하며 클라이밍은 뒷전으로 밀려나게 되었다.
그러다가 정말 우연히, 시에서 운영하는 문화체육시설에 성인 대상 클라이밍 강습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지자체 운영이니 강습비도 무척 저렴했고 무엇보다도 걸어서 다닐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강좌가 개설되자마자 수강 신청을 해보았지만 1분 만에 마감. 클라이밍의 인기를 체감하는 순간이었다. 다행히도 다음 학기에 잔여석이 나와 겨우겨우 마지막 자리를 등록을 할 수 있었다.
"이번에 새로 클라이밍을 배우려고 해요."
새로운 도전을 주변에 알리자 여러 사람들이 저마다의 경험과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실제로 클라이밍을 해보았던 지인은 전신 운동과 코어 근육 형성에 탁월한 운동이라며 계속 다니다 보면 장비 욕심도 생길 거라며 나를 격려해주었다. 클라이밍을 하며 운동선수처럼 잔근육이 생겼다는 말도 들었다. 나야 클라이밍에 대해 1도 모르는 수준이니 호기심을 가지고 사람들의 말을 경청했다. 준비물은 운동복과 마실 물 정도. 첫 수업을 향해 걸어가는 나의 발걸음은 경쾌했다.
첫날은 클라이밍의 기본 용어와 함께 '삼지점' 등의 기초 이론을 배웠다. '삼지점'이란 팔과 다리가 삼각형을 이루듯이 매달려서 이동하는 방식인데, 삼지점을 만들지 못하고 몸의 균형이 틀어지면 바깥으로 몸이 회전하며 떨어지거나 필요 이상의 힘을 사용하게 되어 끝까지 등반하기 어렵게 된다. 또 발로 홀드를 디딜 때는 발바닥이 아닌 고무창이 달린 발끝의 힘으로 지지해야 미끄러지지 않는다. 선생님은 홀드를 많이 만져봐야 한다며 여러 번 벽에 매달리게 했다. 삼지점을 벗어날 때마다 삼지점의 중요성에 대한 이야기를 잔소리처럼 듣는 것은 덤이었다. 수업 말미에는 리드 줄에 매달려 12m가량 올라가기를 두어 번 한 것을 끝으로 한 시간 반 가량의 수업이 마무리되었다.
일단 떨어지지 않는 게 최우선이다
첫날의 감상은 그야말로 후덜덜이었다. 3m가량 높이의 홀더를 잡는 것은 중간에 미끄러져 떨어진다고 해도 매트 위로 안착할 수 있으니 크게 겁나지 않아 조금 더 높이, 조금 더 높이 이렇게 승부욕을 자극하며 올라가는 게 재미있었는데, 리드 줄에 매달려 10m 이상 올라가다가 아래를 내려다보니 아뿔싸, 괜히 신청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간에 홀더를 놓치고 떨어지면 어쩌나 싶어서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중간에 어설프게 줄에 기대어 내려오다가 벽에 몸을 부딪히기도 했다. 시간이 가면서 팔에 힘도 빠지고 손에 땀도 나면서 내 마음처럼 잘 올라가지도 못했다.
초심자들은 팔로만 힘을 써서 다음 날 숟가락도 제대로 못 든다던데 진짜 다음 날부터 극심한 근육통이 찾아왔다. 어깨 뒤쪽부터 팔목까지 근육이 띵띵 붓는 느낌이 들었다. 일상적으로 손을 사용할 수는 있었지만 손으로 물체를 잡아 힘을 주어 움직이는, 가령 병뚜껑을 따는 동작은 불가능했다. 3일 정도 지나자 근육통도 가라앉았고 일상생활에도 지장이 없었지만 벽을 타고 내려오면서 부딪쳤던 탓에 오른쪽 무릎과 왼쪽 엄지발톱에는 파랗게 멍이 물들어 있었다. 며칠 후 두 번째 강습이 이어졌다. 나는 약간 두려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