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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인호 변리사 Jan 18. 2022

부산의 명물 '해운대암소갈비집'의 외로운 싸움

지식이 재산이 되는 시대

"이효리 남편 이상순의 외가"


"58년 전통의 맛집"


"연매출 100억 원 부산의 대표 관광지"


부산의 해운대에 위치한 한 맛집에 붙은 다양한 수식어이다. 


수십 년간 잘 영업하던 맛집에 어떤 사연이 있길래 연일 연이은 뉴스 보도의 중심이 되는 것일까?


그 이유는 '상표'에서 시작되고, '상표'에서 끝난다.


'상표(Trademark)'는 내 브랜드를 표시하고 다른 제품이나 서비스와 구별하기 위해 사용되는 표장이다. 


'나이키'와 '아디다스'와 같이 하나의 단어와 로고만으로 독창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제공할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예스러운 기와지붕 한옥에서 한우갈비와 함께 감자사리를 끓여 먹은 고객들은 부산의 "해운대암소갈비집"을 추억하고 기억한다. 1964년부터 2대째 이어져오는 맛집의 브랜드 가치는 입에서 입으로, 친척과 지인들로 자연스럽게 형성되어 왔다.


그렇게 "해운대암소갈비집"은 최상급 육질을 유지할 수 있는 노하우와 대대로 내려오는 비법소스에 힘입어 그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부산의 명물이 되었다.


수십 년간 별도의 상표 등록 없이도 고객들을 한우갈비를 맛보러 부산으로 찾아오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좌) 부산 해운대구 '해운대암소갈비집', (우) 서울 용산구 '해운대암소갈비집'


하지만, 2019년 서울에 또 다른 '해운대암소갈비집'이 오픈하며 이상한 기류가 흐르기 시작했다.


비슷한 글자체, 오목한 철판, 감자사리면을 판매하여 분점으로 착각할 만큼 비슷한 두 가게는 아무 관련이 없는 가게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부산의 "해운대암소갈비집"은 수십 년간 쌓아온 브랜드 가치를 훼손하는 무임승차를 막아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설마..?'라는 방심이 가져온 값비싼 대가가 시작되었다. 


특허청에 "해운대암소갈비집"을 미리 상표로 등록받아놨더라면 조금 더 쉽게 분쟁을 끝냈을지도 모른다. 상표권자는 '상표'를 사용할 권리를 독점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표권이 없었던 부산 해운대구의 '해운대암소갈비집'은 우회적인 방법을 찾아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


2년의 법적 분쟁 끝에 부산 해운대구의 '해운대암소갈비집'이 수십 년간 이뤄낸 영업상 성과와 고객의 신용을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게 되며 원조의 승리로 1차전은 마무리되었다.


출처: 특허청 키프리스
출처: 특허청 키프리스


서울 용산구와 같은 분쟁을 방지하기 위하여 "해운대암소갈비집"을 상표로 보호받기 위한 권리 획득 절차를 시작하였다.


조금 늦었지만 상표를 등록받아 한식점 업 등에 대해 브랜드와 사업을 보호하기 위한 결정이다.


하지만, 특허청은 상표등록을 거절하였다.


특허청은 "해운대"는 ‘부산광역시 해운대구에 있는 바닷가’를 뜻하는 현저한 지리적 명칭이고, “암소갈비집”은 ‘암소를 재료로 사용하는 갈비집’이라는 것으로 1인이 독점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어 상표 등록을 불허하였다.


이 때문에, 부산의 "해운대암소갈비집"은 1차전 승리에도 마냥 웃을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조금 더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면, 특허청의 판단은 충분히 일리가 있다.


"부산"과 "국밥집"을 합친 "부산국밥집"을 상표로 등록받게 되면 권리자만이 해당 명칭을 독점하게 되는 부작용이 발생한다.


"제주"와 "흑돼지집"을 합친 "제주흑돼지집"을 상표로 등록받아도 같은 문제가 생긴다.


유명 지역의 명칭과 일반적인 단어를 결합한 단어를 누군가에게 독점을 시키는 일은 아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10년간 식당을 운영하고, 매출이 1억 원이라면 상표를 등록시켜주는 것이 타당할까?


20년간 식당을 운영하고, 매출이 10억 원이라면 상표를 등록시켜주는 것이 타당할까?


50년간 식당을 운영하고, 매출이 100억 원이라면 상표를 등록시켜주는 것이 타당할까?


상표의 인지도는 상당히 복합적인 문제이므로 합리적인 타협점을 찾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대법원 판례는 '상표의 사용기간, 사용횟수 및 사용의 계속성, 그 상표가 부착된 상품의 생산 판매량 및 시장점유율, 광고 선전의 방법, 횟수, 내용, 기간 및 그 액수, 상품품질의 우수성, 상표사용자의 명성과 신용, 상표의 경합적 사용의 정도 및 태양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있는데, 사회에서 공익과 사익의 합리적인 타협점을 찾기 위한 시도인 것이다.


부산 해운대구의 "해운대암소갈비집"의 상표 등록 과정에서는 음식점을 50년 이상 장기간 운영해왔다는 점, 연간 100억 원이 넘는 매출액을 달성하다는 점이 적극적으로 고려되었다. 


그리고, 부산 해운대구의 "해운대암소갈비집"은 신문, 잡지, TV 등을 통해 맛집으로 다수 보도되었고, 네이버, 구글 등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되는 건도 상당수에 이르렀다는 점을 종합할 때 최종적으로 상표권 획득할 정도로 상당한 인지도를 인정한 것이다.


부산의 명물 '해운대암소갈비집'의 외로운 싸움은 힘겹게 끝이 났지만, 우리에게는 다양한 생각거리와 시사점을 남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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