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인호 변리사]의 지식재산 이야기
"슈퍼맨"과 슈퍼맨태권도, 상표 분쟁의 핵심 쟁점은?
안녕하세요. 손인호 변리사입니다.
최근 DC 코믹스의 대표작인 <슈퍼맨>과 관련한 상표 분쟁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DC 코믹스가 <슈퍼맨>이라는 단어를 쓰고 있는 체육관들에게 경고장을 보내진 것이 알려지면서, <슈퍼맨태권도>를 영업에 사용할 수 없을지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왜 논란이 되고 있는지, 실제 상표권 침해에 해당하는지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7월 4일 오전에 방영된 SBS 모닝와이드에서 인터뷰한 내용을 기초로 새롭게 정리하였습니다.
디즈니, DC 코믹스와 같은 콘텐츠 회사들은 저작권이나 상표권 등의 지식재산권에 엄격한 태도를 취하고 있습니다.
영화관에서 사진 촬영한 것을 올렸다는 이유로 법적 조치를 할 정도로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국내 웹툰 기업들도 웹툰의 화면을 캡처하여 유출하는 저작권 침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캐릭터를 활용하여 만화, 영화, 굿즈, 이모티콘 등과 같이 콘텐츠 사업을 다각화할 수 있기 때문에 유명 캐릭터의 IP로서 경제적 가치도 상당합니다.
수십억의 비용을 들여도 하나의 캐릭터를 히트시키기가 쉬운 것이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미 인기를 얻은 캐릭터들의 브랜드 가치를 적극적으로 지키는 노력을 하는 것입니다.
이번 DC 코믹스의 경고장 발송도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자신들이 보유한 "슈퍼맨 로고"와 "슈퍼맨 상표"를 사용하는 다른 기업에게 법적으로 경고하는 내용을 담은 내용증명을 발송하였습니다.
지식재산권 침해 행위를 중단하라는 취지입니다. 권리자가 자신의 법적 권리를 정당하게 행사하는 것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논란이 되는 이유는 "만화제작"과 관련이 없어 보이는 "태권도장"에게까지 경고장을 발송하였기 때문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DC 코믹스가 대형 로펌을 통해 영세한 자영업까지 영향력을 미치려고 하는 것일까요?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조금 더 객관적인 시선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이번 슈퍼맨 상표 이슈에서 "슈퍼맨 로고"를 사용한 것과 "슈퍼맨 단어"를 사용한 것을 구분하여 접근해주실 필요가 있습니다.
먼저, 슈퍼맨태권도에서 "슈퍼맨 로고"를 사용할 수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저작권이라는 것은 창작자가 만들어낸 창작물을 보호하는 것입니다. 오각형의 도형 안에 들어있는 영문 S라가 합쳐져서 독특한 디자인이 탄생했습니다.
가슴에 빨강과 노랑이 합쳐져서 "슈퍼맨"을 상징하는 로고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을 창작물을 모방한 것이기 때문에 저작권 위반에 해당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오각형 로고에 대해서 가방, 의류 등에 대해서 상표권을 미리 획득해두었기 때문에 상표권 침해의 소지도 상당합니다.
태권도 관장님의 인터뷰에서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는 것으로 확인됩니다.
이번에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을 살펴보겠습니다. DC 코믹스 이외의 업체들은 "슈퍼맨 단어"를 사용할 수 없는 것일까요?
로고와는 조금 문제가 다릅니다. 어학사전에도 등재된 "슈퍼맨"이라는 단어는 누구든지 쓸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도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우선, 저작권은 창작물을 보호하는 것이기 때문에 "슈퍼맨"이라는 단어에 대해서 저작권 침해 이슈는 발생하지 않습니다.
가장 핵심은 "슈퍼맨" 단어를 DC 코믹스가 상표권으로 독점할 수 있을지에 관한 것입니다. 브랜드에 대해 소비자의 인식에 따라서 달라지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DC 코믹스는 "슈퍼맨"이라는 단어를 브랜드로 보호하고자 상표권을 획득했습니다.
무려 1979년에 스포츠셔츠, 와이셔츠, 청바지 등의 의류에 대해서 상표권을 획득한 것으로 확인됩니다.
그리고, 2018년에는 다양한 상품들을 지정하며 국문명칭에 대해서 상표권을 획득하였습니다.
DC 코믹스가 획득한 상표권의 내용을 살펴보면, 가방, 의류, 티셔츠, 팬츠와 같은 의류 사업을 위한 상품을 지정하기도 하였고, 엔터 분야의 시청각 미디어 콘텐츠나 음악이 수록된 전자매체 등에 대해서도 다양하게 상품을 지정하였습니다. 새롭게 지정한 상품의 개수는 637개에 달합니다.
상품류 제41류에는 "스포츠 시설의 제공 및 운영업"을 포함하였습니다. 만약, "태권도장"과 비슷하다고 인정된다면 상표권 침해가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DC 코믹스가 2018년에 새롭게 획득한 상표권에 따르면 콘텐츠를 활용하여 다양한 산업으로 사업을 확장할 것을 선제적으로 준비한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 사업을 진행하지 않더라도 다른 업체들의 시장 진입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이 있을 수도 있겠습니다.
DC 코믹스는 "슈퍼맨"이라는 단어를 하나의 브랜드로 활용하기 위해 상표권을 획득했습니다. 1970년대부터 적극적으로 자신들의 지식재산을 보호해온 노력의 일환입니다.
만약, "슈퍼맨"에 대해 상표로서 브랜드 가치를 인정한다면, 슈퍼맨태권도가 태권도 도복, 가방, 그리고 간판에 슈퍼맨을 사용한 것이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슈퍼맨"이라는 단어가 하나의 보통명칭으로 인정된다면, 슈퍼맨태권도가 "슈퍼맨"을 사용한 것을 브랜드로서 사용한 것이 아니라 일반적인 단어로서 사용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상표권 침해가 아니게 되는 것입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슈퍼맨(superman)"을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초능력을 가진 사람'이라고 정의하고 있기도 합니다.
그렇게 된다면, "슈퍼맨" 단어를 사용한 것은 법적으로 문제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상표법은 현실 세계에서 소비자들의 인식을 고려해서 법적 균형추를 조정하고 있습니다.
상표법은 "등록상표의 지정상품과 동일ㆍ유사한 상품의 보통명칭을 보통으로 사용하는 방법으로 표시하는 상표"에 대해서는 상표권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고 규정합니다(상표법 제90조 제1항 제2호).
소비자들이 "슈퍼맨"이라는 단어를 보고 DC 코믹스의 브랜드를 먼저 떠올릴지, "슈퍼맨"이라는 단어를 단순히 일반적인 의미로 인식할지에 따라 달라지는 문제입니다.
결국, 해답은 소비자들의 인식에 달려있습니다.
최종 결론은 법정에서 내려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상표의 운명은 소비자에게 달려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샤넬"을 보고 프랑스 명품업체를 떠올리고, "스타벅스"를 보고 커피의 은은한 향을 떠올리고, "나이키"를 보고 운동화를 떠올리는 것처럼 소비자가 상표를 보고 어떤 이미지를 떠올릴지에 따라 상표의 운명이 달라집니다.
"불닭"도 누군가 처음 만들어낸 신조어로서 상표로 등록되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에 따라 누구든지 "매운 닭요리"를 떠올리게 되는 일반적인 단어가 되어갔습니다. 상표법상 "보통명사화"라고 부르는 운명에 따라 누구든지 사용할 수 있는 단어가 되었습니다.
"초코파이"도 오리온이 처음 출시한 제품명이었습니다. 하지만, 오리온이 "초코파이"를 상표로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누구든지 쓸 수 있는 하나의 단어가 되어버렸습니다.
이처럼 "슈퍼맨"도 유명한 캐릭터의 명칭이자 브랜드였지만, 점차적으로 이러한 보통명칭화의 길을 걷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DC 코믹스의 입장에서는 이런 보통명칭화의 시기를 늦추고 싶은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