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리는 일을 하다 만난 순간들
프롤로그
나는 늘 누군가의 곁에 있었다.
살아 있으려 애쓰는 사람의 곁,
서서히 떠나려는 숨의 곁에.
사고로 모든 것이 한순간에 멈춰버린 자리에서도,
긴 시간을 건너오다 결국 끝에 다다른 병의 자리에서도
살아 있음과 죽어감의 경계가 가장 선명한 응급실 앞에서도 내 자리는 늘 그 옆이었다.
간호사는 종종 무언의 사람이 된다.
할 수 있는 말이 없을 때,
말을 건네는 것이 오히려 잔인해질 때,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는 사실을 가장 먼저 알게 될 때
우리는 말 대신 곁을 선택한다.
손을 잡아줄 수 없을 때도 있었고,
눈을 마주치지 못한 채 등을 돌려야 했던 순간도 있었다. 살려내지 못했다는 자책과 끝까지 붙잡고 싶었다는 마음 사이에서 나는 여러 번 흔들렸다.
그럼에도 단 한 가지,
곁에 남는 일만은 포기하지 않았다.
무언으로, 조심스럽게,
때로는 마음속으로만 이름을 불러가며
그 자리를 지켰다.
이 글은
살리는 일을 하다 만난 죽음들에 대한 기록이 아니다.
죽음을 어떻게 견뎠는지에 대한 고백도 아니다.
이 글은
아무도 대신할 수 없는 순간마다
끝까지 곁에 있으려 했던 한 사람의 기록이다.
떠나는 이를 혼자 두지 않으려 애썼던 시간들,
그리고 그 곁에서
나 또한 조금씩 달라져 갔던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