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에게 쓰는 편지 _ 1
아들아. 사실 엄마는 딩크족이었어. 아이가 없어도 충분히 행복하다고 생각했거든. 오히려 아기가 생기면 더 이상 엄마 인생을 즐기지 못할 것만 같아서 두려웠어.
네가 섭섭해 할 수 있는 사실을 털어놓자면, 엄마의 인생이 조금은 재미 없어졌을 때 너를 갖고 싶어 졌던 것 같아. 어쩌면 서른 살의 해고 그 이후의 방황이 너를 만나기 위해서였던 것일지도 몰라.
감격의 기쁨도 잠시, 막상 너를 배속에 품고 나니 온갖 걱정과 불안이 나를 흔들었어. 손가락, 발가락은 다섯 개씩 있을까.어디 아픈 건 아닐까. 너와 내가 무사히 만날 수 있을까.
너를 내 품에 안았을 때도 걱정과 불안은 사라지지 않았어. 숨은 계속 쉬고 있는 걸까. 내가 놓치고 있는 중요한 증상은 없을까.
너를 만나, 평범한 하루가 사실은 모두 기적이었음을 알게 되었어. 너의 존재가 기적이듯 나의 존재가 기적임을 알아챌 수 있었어.
혹시라도 나중에 엄마가 너에게 아이를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면, 그것이 손주를 보고 싶은 순전한 나의 욕심 때문만이 아니길 바래.
너를 통해 나의 존재가 기적임을 깨달았듯이, 한 겹의 알을 깨고 또 다른 황홀한 세상을 만났듯이. 너에게 그 순간을 느끼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었길 바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