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임일기] 숨지 말아요

세상으로 자꾸 나가요 우리,

by 스크류바

난임 당사자가 되었다는 건,
부끄러운 일도, 내가 잘못해서 생긴 일도 아니다.


하지만 그 시간을 걷다 보면
어느새 자발적 고립을 선택하게 된다.


그도 그럴 것이— 주변에서 들려오는 소식들에
내가 지나치게 반응하는 내 모습이 스스로도 낯설고 괴롭게 느껴질 때가 많다.


진심으로 축하해주고 싶은 마음은 분명 있는데,
온전히 축하하지 못하는 나 자신에게 자괴감이 들기도 하고,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타인의 한 마디, 작은 행동 하나에
속이 베이는 날도 있다.


가족행사에 가면, 주인공이 된 아이들이 맘껏 까불며
자유롭게 기량을 펼치고, 어른들의 시선은 자연스레

그 아이들에게로 향한다.


그리고 어김없이 들려오는 질문, "아이는 아직이니?"

우리의 난임 시술 이야기를 알지 못하는 먼 친척의 한마디


내 마음이 단단할 때는 '그럴 수도 있지' 하고 흘려보낼 수 있지만,
감정이 유난히 예민해진 날에는 그 한 마디가 나를 날카롭게 만든다.


그렇게 나는, 내가 얼마나 모나 있는지를 마주하게 되고,
내 안의 뾰족한 감정들과 조용히 대면하게 된다.


그런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어쩌면 이것이 좋은 부모가 되는 첫걸음일지도 모른다고.


내 안에 숨어 있던 연약함과 서툼,

그 못난 모습까지 알아가는 시간 말이다.


그러니, 그대여.

당당할 필요도, 쿨할 필요도, 누구에게 잘 보일 필요도 없다.

모난 그대의 모습 그대로, 지금의 감정 그대로,
세상으로 걸어 나가시길.


마주하는 씁쓸함에 몸서리치는 자신을 외면하지 말고,
그저 따뜻하게 바라봐 주시길.


그런 당신의 걸음은, 이미 충분히 아름답고,
충분히 용감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