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의 파랑
오늘 소개할 작품은 차율이 작가님의 미지의 파랑이다.
지난번에 소개했던 미카엘라처럼 비룡소 마시멜로 픽션 공모전 수상작이고 3권까지 나온 시리즈이다.
바닷내음이 물씬 풍기는 청량한 해양 판타지 동화의 세계로 빠져보자.
작품의 주인공 미지는 엄마와 같이 바닷가에서 스쿠버다이빙을 하며 살아가는 소녀다.
바다를 좋아하고 현실에는 없는 자신만의 소울메이트를 원하는 미지는 어느날 바닷 속 자신만의 비밀 장소에서
자신의 소원을 빌다가 생각치도 못한 곳으로 떨어지게 된다.
그곳은 조선시대의 바다. 그리고 거기서 미지는 인어로 구성된 해적단을 만나고
그 해적단에서도 두목인 소녀 해미를 만나게 된다. 처음에는 뭔가 티격태격하게 되는 두 소녀.
하지만 해적단과 같이 지내면서 미지는 점차 그들에게 동화되어 가고 해미와도 친해지게 된다.
그리고 인어의 비밀과 자신이 이곳에 오게 된 이유, 그리고 돌아갈 방법을 찾게 되는데...
뭐 여기까지만 하고 내용의 결말까지는 이야기하지 않겠다.
작품의 소재는 생각보다는 정석적인 시간이동과 이세계물을 조합한 내용이다.
현실에 사는 주인공이 신비한 힘에 의해 다른 시간과 공간으로 이동하고 거기서 만난 인물들과
관계를 형성하고 성장하면서 마침내 그곳의 영웅이 되고 동료들과 행복해진다는 전개다.
하지만 그냥 단순히 그런 내용만이라면 이 작품이 공모전 수상작이 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이 작품에서 그런 이세계물의 장치들은 그저 배경과 무대 소품이고, 여기서 가장 주목해 보아야 할 재미의
포인트는 주인공 미지가 바란 소울메이트 해미와의 이야기이다.
사실 지금의 시대를 살아가는 아이들은 외롭다. 통신 기술은 어마어마하게 발전되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아마도 요즘 아이들은 한참 오래 전의 부모들보다 친구가 더 없는 것이 현실일 것이다.
거기다 그냥 얼굴보고 스몰토크하는 친구가 아니라, 진정으로 마음을 터놓고 서로를 위할 수 있는
미지가 바란 소울메이트를 가진 아이가 얼마나 될까?
기술과 사회의 발전에 역행하듯이 점점 더 어려워지는 인간 관계와 그로 인해 발생된 외로움을
아이들은 오롯히 혼자 이겨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그래서 작품이 아이들의 마음에 시사하는 바가 컸을 것이다.
그래서 미지가 떨어진 공간이 과거의 시간인 조선 시대라는 것도 그런 의미를 담고 있단 생각이 든다.
메신저와 DM이 없는 세상이기에, 그래서 오히려 더 사람을 만나고 인연을 맺는 과정이
지금보다는 더 진지하고 더 깊어질 수 밖에 없을테니깐. 참으로 역설적이지만 정말 그렇다.
잠수하면 고요하기 그지 없어지고, 깊이 잠수하면 빛조차 닿지 않는 더 없이 투명한 바닷 속 공간에서
미지가 느끼는 외로움은 읽는 이들에게 공감을 불러 일으키고, 그러다 갑자기 나타난 인어 소녀에 의해
바다 위로 나오는 장면은 그런 외로움을 가슴 속에 안고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청량음료 같은 기분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작품이 또 하나 눈여겨 볼만한 점은 너무나 생생한 바다의 풍경이다.
마치 내가 미지의 시선이 되어 그 속을 헤엄치고 있는 듯한 묘사가 너무나도 일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짭쪼름한 맛, 시원한 바람, 물빛 향기, 더없이 파라디 파란 색감, 피부를 스치는 파도의 촉감, 그리고 고요함까지.
바다라는 공간이 줄 수 있는 인간의 더없는 동경을 극대화한 느낌이 들었다.
주인공처럼 바닷가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던 작가님의 아이덴티티와 역량을 제대로 보여주신 것 같다.
보는 내내 나는 그런 흐믓한 청량감에 흠뻣 취해 책을 읽을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아이는 물론 부모님들에게도 추천하고 싶다.
이 책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언젠가 잃어버린 나의 진정한 소울메이트를 찾아가는 이야기와
지금의 현실이 아닌 바다의 풍경을 담은 내 마음의 이상향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쌀쌀해진 날씨지만, 그래도 여름날의 바닷가에서 파도치는 해변에 발을 담그고 싶은
기분을 느끼며 이 책의 리뷰를 마친다.
#동화 #미지의파랑 #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