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에도 사정이 있다.

2025.11.22

by 종이소리

골목은 세상이 바뀌어도

여전히 삶의 '고갱이' 다.


어디로 들어가든

길의 끝이고

어디로 나가든

길의 시작이다.


어디로 향하든,

길은 언제나

그곳에서 시작해

그곳으로 끝을 맺는다.


하루를 버티게 할

돈을 벌러 나가는 곳에서

버텨낸 하루가

다행스럽게 돌아갈

안식처의 길.


그런 골목은

터의 사정에 따라

특별한 무늬를 낳고

고유한 지도가 된다.


'장소의 정신'이랄까

'장소의 영혼'이랄까..


영혼이든, 정신이든.

설렘의 존재라는 사실이

내겐 더 소중하다.


느닷없는 출장길에

광저우 포산의 어느 골목에서

시간이 만든 설렘을 만났다.


벽을 지킨 벽돌의 사정

세월에 그을린 피부색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2025.11.22에 찾아냄!'

이라는 혼잣말을 걸어 놓고 왔다.


"다시 만나게 될지..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다시 만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