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랜 여름, 전하지 못한 편지.
있지, 나는 비엔나에 가기로 했어. 포폴을 정리하고 작업들을 정리하다가 아주 예전에 내가 네게 적어보냈던 긴 책의 글들을 봤어.
다시 읽으니까 그땐 내가 미처 알지 못했던 모습, 내가 아주 조금 더 너를 알고 나서 느끼는 것과 다른 부분들, 성급하게 혼자 판단했거나 잘못 알았던 모습들 같은 것도 보이고. 그냥 그때 미숙했던 내 감정도 보이고. 그렇더라.
거기엔 어쨌든 나는 떠나지 않고 옆에 있을거라는 믿음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아직 닿을 수 있는데 서로 상처받을까 거리 두고, 놓아버리고, 영영 보지 않기로 하는 그런 사이가 되어버리는 건, 난 싫다고. 그런 후회 안 하기로 했다고. 그런 말들이 적혀있었어.
그러고 싶었는데, 그러고 싶었던게, 결국은 이렇게 되어버려서 나는 다시 또 문득 슬퍼졌다.
너무 나쁜 약속을 한 거 같아 우리. 만나지 않는게 서로에게 좋을거라고. 그걸 어떻게 알아. 만나지도 말고 반갑게 인사하지도 말고 몰랐던 것 처럼 어색하게 모르는 척 하는 사이가 되자고 약속하는게, 얼마나 슬픈 약속인지.
그 말은 꼭 그런 말 같아. 서로에게 모르는 존재가 되어 버리자고. 지구에 수많은 삶과 인연에, 우리는 제외시키고 피해가자고. 만나지 못해서, 인연이 아니라 마주치지 못하고 스쳐가는 사람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피해가는 길을 살자고 하는 거 같아서. 그래서 조금 아팠어. 그냥 그건 너무 잔인한 것 같아.
마지막이라고는 생각 안 하기로 했어. 사람은 변하고 생각은 달라지고. 영원같은 건 없는거잖아. 후회하지 않기 위해 마침표는 찍지 않고 남겨두기로 했어. 이건 미련이나 후회 아니고 그냥 작은 흔적 같은 것.
또 만나자. 어쩌면 아름다운 비엔나에서, 어쩌면 서울에서, 어쩌면 그 둘이 아닌 다른 곳에서. 너와 내가 밟고 있는 지구 어딘가의 땅 위에서. 호흡하며 서 있는 곳 어딘가에서.
각자의 삶은 빛나고, 숨은 유한하고, 지나간 영혼들은 또 어디로 가서 어디로 오는지 알수 없지만, 어쩌면 한 번 뿐일 이 순간 안에서.
만남은 모두 경이롭고, 매 순간의 질량과 부피는 기적이고 신비로워. 손 끝이 스칠 수 있는 한 분명 또 다시 마주칠 거야. 수 많은 삶 중에 모두가 제각기 유일한 기록들을 남기고 있잖아. 그 기록 안에 서로가 남아서 의미로 남는 시간인거야.
고마워. 고마워. 좋아해. 너의 삶을, 생각을, 사고와 내면을, 웃음을, 슬픔을, 내가 아는 것을, 모르는 것을, 겪은 것을, 겪지 못한 것을 모두 사랑해.
응원해. 행복하기를, 좋은 꿈을 꾸기를 늘 생각해. 내가 곁의 무엇이 되지 않더라도 그건 여전하고 분명해.
이름을 알아 다행이야. 서로의 이름을 부르고 기억해 다행이야. 주는 것으로 행복해서 고마웠어. 다시 보자. 잘 지내.
530 오전 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