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

4월의 민들레편지

by 라벤더


친구들에게, 시간이 참 빠르죠? 벌써 두 달을 함께 보냈어요. "친구를 모두 잃어버리는 방법"이라는 그림책 속의 아이는 나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해요. 나도 모르게 했던 말과 행동들이 친구를 떠나가게 했다니 많이 불편했지요?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는 말이 있어요. 힘든 감정을 외면하지 않고 오롯이 받아들이는 만큼 성장하게 됩니다. 격한 감정을 내려놓고 스스로 부족한 점을 깨닫고 돌아볼 수 있는 것은 어른도 쉽지 않아요. 친구와 다투고 내 안의 감정을 들여다보고, 친구의 마음도 읽어가며, 스스로 잘못을 뉘우치고 사과하는 용기를 내며,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면

성장하고 있는 것이지요.


내 안의 문제해결의 힘을 믿으세요. 선생님도 여러분의 감정과 선택을 존중하려고 해요. 다툼의 상황을 속삭임장에 적고 이야기 나누며, 친구들에게 공개해도 괜찮은지 묻고, 해결방법과 시간도 결정하게 했지요.


아침마다 하는 공감 나누기 어땠어요? 여러분이 하루를 어떤 감정으로 시작하는지 감정의 흐름을 살필 수 있고, 나눌 수 있어서 좋았어요. 책 속에 나왔던 알림과 고자질의 차이를 얘기해주고 싶어요. '알림'은 친구들과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때 선생님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고, '고자질'은 친구의 입장에 대한 이해 없이 내 입장만 알리는 것이지요. 안전상 위급한 경우 또는 노력해 봤지만 해결이 어려운 경우는 선생님에게 즉시 도움을 요청하세요. 4월에도 서로 격려하고 지지하는, 함께 있어 더 행복한 우리 반이 되도록 노력해 봐요.


2019년 4월의 마지막 날, 조금씩 성장하려고 노력하는 친구들의 모습을 응원하는 선생님이



학부모님께, 지구상 어느 한 곳에 바늘 하나를 꽂고 저 하늘 꼭대기에서 밀씨 하나를 떨어뜨리고서 그 밀씨가 나풀나풀 떨어져서 바늘 위에 꽂힐 확률, 바로 그 계산도 안 되는 기가 막힌 확률로 만나는 게 인연이라는,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의 대사가 떠오릅니다. 일생을 거쳐 인연을 맺고 이어갈 150명 안에 함께 있음을 감사하게 되네요. "필연은 우연의 옷을 입고 나타난다"라는 말이 있지요. 아이들과의 만남도, 부모님과의 만남도, 우연의 이름으로 다가온 필연이 아니었을까요.


친절은 친절로, 존중은 존중으로, 공감은 공감으로, 배려는 배려로, 절제는 절제로, 긍정은 긍정을 통해서 배운다고 생각해요. 아이들은 어른이라는 거울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봅니다. 어른이라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사랑스럽다면 스스로를 사랑스럽게 바라봐요. 자신의 모든 감정을 부모로부터 수용받았던 경험은 세상에 나와 자신 있게 살아갈 힘이 되지요. 더없이 소중한 존재인 아이들에게 염려가 화로, 사랑이 다그침으로 전해진다면 아이들은 안타깝게도 실패를 두려워하고 도전하기를 머뭇거리는 모습으로 성장합니다.


그동안의 시행착오를 후회하지 마세요. 저도 이미 성인에 접어든 두 아들들을 키우며 참 많이 고민하고, 실수도 했답니다. 아이들의 엄마로서, 아빠로서 처음이잖아요. 실수는 당연하지 않을까요. 더 많이 안아주시고, 더 많이 사랑을 표현해 주세요. 힘들면 아이의 작은 어깨에도 기댈 수 있어요. 실수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하는 모습을 통해 아이들은 어른을 더 존경할 거라 생각합니다. 미성숙한 존재로 바라봤던 아이들 속에 실수를 감싸고 용서해 주는 관용도, 친구와 부모님을 위로해 줄 수 있는 따뜻함도, 실패를 툴툴 털고 일어설 수 있는 용기도 들어있어요. 친구와 어른들을 도왔다는 뿌듯함은 스스로에 대한 긍정적 인식으로 피어나겠지요. "~~ 해줘서 고마워", 칭찬보다 고마움을 표현하면 아이들의 자존감은 무럭무럭 자랍니다. 어른도 아이에게서 배우고 아이도 어른에게서 배우는 관계가 건강한 모습이 아닐까요. 일주일에 하루, 어스름한 저녁, 촛불에 의지한 채 솔직한 가족 대화의 시간을 갖는 걸 추천드려요. 항상 건강하시고 다음 호 편지에서 뵐게요.


2019년 4월 마지막 날, 봄꽃의 향기처럼 싱그러운 아이들의 미소를 생각하며 사 일반 담임 드림



4월에 함께 읽은 책: One(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와 모두 어울릴 수 있는 지혜), 사자가 작아졌어(공감과 진정한 사과의 방법 알기), 친구를 잃어버리는 방법(멋진 친구가 될 수 있는 방법), 으뜸 헤엄이(내 장점은 뭘까), 까마귀소년(모든 존재는 소중해요), 중요한 사실(소중한 나)


4월에 함께 한 놀이: 기차 가위바위보, 인싸 아싸, 감정카드놀이, '가방 들어주는 아이'의 한 장면 역할놀이, 줄을 서시오(생일순서, 전화번호 끝자리 큰 순서 등), 통! 했다(감정 읽기), 니 이거 해봤나(소통), 손가락 접기(같은 경험을 한 사람), 나 이런 사람이야!(친구의 장점 찾아주기&자기 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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