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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과 마을의 자연재해 대피 규칙을 정해 보세요

by 즐거운 도시연구자

지난주에 비가 쏟아지고, 홍수로 이어지는 것을 보면서 우리나라는 자연재해에 대응 매뉴얼이 정말 없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있다면 공유가 안 되는 큰 문제가 있는 것이 겠지요.

수많은 방재 정책들이 스치듯 생각나지만, 제가 방재 전문가는 아니니 생략하고 국가나 지자체에서 좋은 대안들이 마련하기를 바래봅니다



저는 개인과 마을에서 진행할 수 있는 제일 기초적인 매뉴얼 "우리 가족, 마을의 재연재해 대피 규칙 정하기"를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 우리 가족 피난 장소 정하기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에 통신이 끊기면서 가족끼리 어디에서 만나야 하는지, 누가 어디에 있는지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들이 발생하였습니다. 이에 일본 정부는 "가족의 피난 장소 정하기"를 캠페인으로 진행하게 되었는데요. (대지진 전에도 피난 장소 정하기를 권하기는 했지만 말 그대로 권유하는 정도였죠.) 대지진을 겪은 사람들은 보다 적극적으로 가족 피난 장소를 정하고 방재 마을만들기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피난 장소는 지자체에서 나누어주는 피난소 안내지도를 기반으로 집 주변 피난소나 아이들의 학교가 있는 근처의 피난소로 정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일본의 경우 피난 안내지도는 지자체에서 공식적으로 배포하고 있습니다.

제가 일본 치요다구에 전입신고를 하기 위해 구청에 갔을 때 담당 공무원이 "피난소 안내도"에 제가 거주하는 집을 표시해주고 대피가 필요한 경우 가야 하는 피난소를 설명해주신 것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2011년에 일본에서 살고 있었기 때문에 대지진 이후 그 지도의 소중함을 잊지 못하죠.

무제-vlsks1.png 출처: 치요다구 구청 홈페이지


여러분은 현재 거주하시는 곳의 피난소, 대피장소를 알고 계시나요?

우리 가족이 비상 상황에서 만날 장소를 쉽게 특정하실 수 있나요?


대피할 상황이 설마 오겠어? 하실 수도 있지만 딱 한번 속는 척하고 피난 장소를 가족들과 약속해 공유해 주세요. 그리고 현관문에 붙여두거나 각자의 지갑에 피난 장소를 적어 보관하시길 바랍니다.


일본 지자체의 경우 "피난 카드"를 적어 지갑에 소장하도록 권하고 있으며, 피난카드에는 이름, 주소, 피난 장소 외에도 생년월일, 긴급연락처 등을 적습니다.

긴급 연락처는 같은 지역에 사는 가족보다는 다른 지역에 거주하는 친척의 연락처를 적는 것이 유리합니다. 재해 시에는 지역 내 통신이 끊기는 경우가 많아서 거리가 가까운 가족끼리 연락이 안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므로 재해가 발생했을 때는 "00고모에게 전화한다"라는 룰을 정해서 00고모가 각자 오는 연락의 네트워크 역할을 해주도록 해야 합니다.



역시 여러분이 거주하시는 곳의 피난소, 대피장소를 알 수 있는 방법을 모르시겠나요?

모르겠다면 피난소 안내지도를 나눠 달라고 행정에 민원을 넣어주세요;)

아니면 동네 주민들과 함께 만들어 보세요. 우리의 안전에 매우 필요한 지도 입니다.


피난카드.png https://www.pref.wakayama.lg.jp/prefg/011400/hinancard.html


# 피난 타임라인 정하기


피난장소를 정하였다면 가족 간의 역할 분담과 타임라인을 정합니다.

비가 어느 정도 왔을 때 대피해야 하는지, 며칠 전부터 어떤 준비를 누가 해야 하는지에 대한 룰을 정하는 것입니다. 지진이 왔을 때 누가 무엇을 사서, 혹은 누구를 픽업해서 피난소로 집합해야하는지 등을 정해두면 더욱 좋습니다.


마이 타임라인.png 가와사키구 홈페이지


# 피난 장소까지의 동선 확보, 방재 마을 만들기


피난 장소와 타임라인을 정했다면 가족과 함께 집, 학교, 회사에서부터의 동선을 조사해보세요.

특히 아이들을 부모님이 픽업하기 위한 피난 동선을 꼼꼼하게 정해 아이들과 공유해야 하며, 이동 동선 상에서 물건이 떨어지거나 쓰러질 위험성이 많은 곳들은 대피 시 피하도록 체크해야 합니다.

아이들이 동선과 상황을 알수록 침착하게 대응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동선 조사를 기반으로 일본의 많은 동네들이 위험요소를 없애기 위해 주민들이 함께 블록 벽을 생울타리 벽으로 바꾸거나 자판기를 고정하고, 공원 등의 공공 공간들을 만들어 피난 장소들을 늘리는 등의 방재 마을 만들기 활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마을 만들기가 생활 안전 확보, 약속 등으로 가는 것이 바람직한 것 같습니다


길막.png https://www.kepco.co.jp/brand/for_kids/teach/2018_05/


# 딱 한 번이라도, 장난이라도 말해두어라


대피할 만큼 비가 오겠어? 지진이 오겠어?라고 생각하실 수 있겠지만, 가족끼리 딱 한 번만 이야기해보시길 권유해드립니다. 우리나라에 자연재해가 늘어가고 있습니다. 이 한 번이 당신의 가족을 지킬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주민역량강화 등의 교육을 진행하시는 단체에게 교육 중 한 꼭지라도 마을의 방재, 안전에 대한 약속, 맵핑 등을 진행해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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