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인구는 관광객이 아니다

관계의 재구성: 인구유입 정책에서 관계 형성으로 전환 (2)

by 즐거운 도시연구자

앞서 자신의 알고리즘과 맞다면 어디든 갈 수 있는 사람들이 생겨났다고 이야기했다.

(변화하는 사람, 변화하지 않는 정책: https://brunch.co.kr/@sookyoungjung/54)


그렇다면 그런 알고리즘과 관계는 누가 만들어낼까?
그 관계는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것일까?


이런 이야기를 시작하면 많은 지역에서 “우리는 그런 사람이 없어서요”라고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그런 이야기를 만들어 줄 사람부터 관계인구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동안 정책에서 말해 온 관계인구는 주로 지역을 자주 방문하고 소비하는 사람으로 이해되어 왔다. 잦은 관광과 관계맺기 이후 이주로 이어질 수 있는 잠재적 이주자. 그렇게 받아들여지다 보니 지역주민들에게 관계인구 정책은 종종 이주하지 않는 사람들은 결국 뜨내기이거나, 보조금 사냥꾼에게 주는 버리는 돈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현장에서 관찰해 보면 관계인구는 그렇게 단순한 집단이 아니다. 우리는 관계인구를 좀 더 세분화하고 구체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 단순히 반복적으로 지역을 방문하는 사람도 있지만, 타지에 거주하면서 지역의 기능을 실제로 유지하는 역할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또 어떤 사람들은 새로운 사람들을 데려온다.


예를 들어 시골에 부모님이 계셔서 한 달에 한두 번씩 내려가 집안일이나 마을일을 봐주는 자식들이 있다. 지역을 오가며 업무를 수행하는 공무원도 있다. 의료 봉사를 오는 의사도 있고, 서울에 거주하는 작가가 종종 지역에 와서 지역 매거진을 작성하기도 한다.


이들을 모두 하나의 그룹으로 묶어 관계인구라고 부르기에는 그 역할의 차이가 분명하다.

관계인구는 하나의 집단이 아니라, 서로 다른 역할이 새롭게 연결되는 생태계에 가깝다.

그래서 관계인구는 단순한 방문자나 소비자가 아니라, 지역과 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하며 확장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주체로 다시 보아야 한다. 중요한 것은 몇 명이 오느냐가 아니라, 어떤 역할을 하느냐이다.


개인적으로는 관계인구, 생활인구가 몇 명이냐가 아니라 “인구가 감소하는 지역에 어떤 역할을 하는 관계인구가 오가야 지역이 유지될 수 있는가” 혹은 “새로운 관계인구를 불러오기 위해서는 어떤 역할의 사람이 필요한가”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관계인구의 생태계를 구성하는 주체를 다양하게 나누어 보았다. 지역 혹은 니즈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근간은 크게 세 가지 유형을 먼저 떠올릴 수 있다.


첫째, 현재 대부분의 지자체가 정책의 주요 대상으로 삼고 있는 그룹, 관계 수요자(소비자)다. 이들은 특정 지역에 상시 거주하지 않더라도 정기적인 방문과 체류, 소비와 참여를 통해 지역과 지속적인 관계를 맺는다. 주말 체류나 워케이션, 고향사랑기부 참여자 등이 이에 해당하며, 지역과의 최초 접점을 형성하는 집단이다.


둘째, 알고리즘과 환대, 관계를 만들어 내는 관계 유발자 그룹이다.
이들은 지역에서 알고리즘과 콘텐츠를 만들거나 네트워크를 연결하며 새로운 관계를 유입시키는 역할을 한다. 동네에서 활동하는 기획자나 작가, 체험 프로그램 운영자, 로컬 매거진 발행자와 같은 사람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단순 참여자가 아니라 관계가 확장되는 구조를 만들어 내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관계인구일 수도 있고 정주인구일 수도 있다. 내외부의 활력을 만들어내고 연결하는 중요한 주체로, 이들에 대한 정확한 정의와 논의가 필요하다.


셋째, 인구감소지역에서는 더 이상 지역민만으로는 유지하기 어려운 서비스를 공급하는 기반 유지 주체로서의 관계인구이다. 지역거점도시에 거주하면서 출퇴근하는 공무원부터 의료·돌봄·교육·문화 등 생활 서비스나 공공 기능을 실제로 운영하거나 보완하는 이들이 이 그룹에 속한다. 정주 여부와 관계없이 지역의 기능을 유지하는 실질적인 행위자이다. 앞서 말한 근처에서 부모님을 돕는 자식도 여기에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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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도 정말 다양한 관계인구 집단이 있다. 이 글을 보고 많은 분들이 이런 유형도 있다고 이야기해주시면 좋을 것 같다. 관계인구는 하나의 집단이 아니다. 서로 다른 역할을 수행하며 연결되는 생태계에 가깝다. 이 세 유형이 함께 존재해야 비로소 지역과 도시 사이의 관계가 이어지고 확장된다.


결국 중요한 것은 우리 지역의 니즈가 무엇인지, 어떤 관계유발자가 존재하는지, 그리고 어떤 알고리즘과 이야기가 형성되어 있는지를 파악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