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를 만나다] 숨고가 만난 44번째 사람
좋아하는 일을 하는 데 늦은 때는 없다.
제가 늘 생각하는 말이에요.
숨고가 만난 마흔네 번째 사람
패션 여성복 & 악세서리 디자이너, 박현주
혹은
숨고 공예 레슨, 공예 주문 제작 고수, 박현주
현재 패션 디자이너로 근무 중이고, 추가로 홈 패션, 가죽공예 개인 레슨을 해요. 주문 제작도 종종 하고요. 개인적으로 가죽제품(Small leather goods)과 핸드메이드 제품, 그리고 수작업으로 완성한 독특한 캐주얼 의류 쇼핑몰 오픈도 준비 중이에요.
국민대 디자인대학원, 그리고 뉴욕 파슨스 스쿨에서 패션디자인을 전공했어요. 뉴욕에서 5년 정도 살다가 한국에 돌아온 지는 2년 정도 되었어요. 여성복을 오래 공부했지만 핸드백 디자인에 관심이 많아요. 지금도 옷 외에 핸드백, 가죽 소품, 액세서리 등 다양한 디자인 제품을 만들고 있어요.
어릴 때 할머니께서 한복을 만들어주시던 모습을 보며, 막연하게 옷을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고3 때 의상디자인학원을 다니면서 패션 쪽에 소질도 발견했던 것 같아요.
의상디자인학원 다닐 때 당시 이상민 소속 기획사에서 먼저 일하고 있던 친구, 조인성 스타일리스트 일을 하는 친구들이 있었는데, 그 친구들을 보고 셀럽 스타일리스트로도 일했어요. 패션 관련 일을 다양하게 경험했죠.
스타일리스트로 일할 때 제 나이가 21살이었어요. 어려서 사람들 대하는 방법도 잘 모르고 실수도 많았지만 배우고자 하는 열정으로 밤샘 촬영과 새벽 출근에도 참 열심히 했어요. 당시에는 심지어 6개월간 무급으로 하루 12시간씩 일했거든요. 한 번은 그런 제가 안타까웠는지 박상민 씨가 차비 3만 원을 주셨던 기억이 나네요. 실수투성이였지만 어려서 뭐든 두렵지 않았던 그때가 그립기도 해요.
뉴욕에 있을 때는 파슨스 스쿨에서 패션디자인 공부하면서 학기 중에 다양한 인턴십 기회가 있었어요. 학교를 다니며, Yigal Azrouel이라는 뉴욕 컬렉션 디자이너 브랜드에서 인턴도 하고, 띠어리(Theory)라는 브랜드의 악세서리 디자인팀에서 핸드백 론칭 프로젝트에서도 1년 가까이 인턴십을 했어요.
제가 소재 중에서 가죽을 특히 좋아해서 가죽으로 액세서리, 가방, 핸드백, 벨트 다 만들고 있어요. 특히 핸드백 디자인하는 걸 좋아하고요.
홈/리빙 제품을 만들면 홈패션 수업이 되는 거라, 패턴 뜨는 걸 배우고, 재봉을 해서 만든다는 점에서 가죽공예와 홈 패션은 본질적으로 비슷해요.
저는 완전한 맞춤식 수업을 해드려요. 홈 패션의 여러 가지 종류들을 다 가르쳐드리지만 정해진 기초 작품을 몇 가지 제작해보신 후에는 학생분들이 원하시는 아이템의 디자인 스케치부터 패턴 제작, 재봉까지 전 과정을 지도해요. 직접 원하는 아이템으로 바로 실습을 하며 배우는 거죠. 하나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일러스트레이션, 도식화, 패턴 뜨기, 재봉 등 다양한 작업이 필요한데 이를 자연스럽게 모두 익히실 수 있게 되죠.
일대일 개인 지도를 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 같아요. 심지어 옷을 만드신다고 하면 테일러링까지 해서 학생분 몸에 꼭 맞는 사이즈로 맞춤 제작하는 것도 해드렸었어요. 제가 테일러링 전문가는 아니지만, 취미로 가볍게 직접 입으실 옷을 만드시고 싶으실 때, 도와드리는 거죠. 보통 홈 패션은 1회 3시간 수업을 하면 빠르면 한 작품을 만들어가실 수 있고, 여성복은 수업 4회 정도가 걸려요.
사실 저도 대학, 대학원에서 패션디자인 학과를 다니며 여성복을 오래 공부했지만, 아직도 어려운 부분이 많거든요. 원단을 드레스폼에 드레이핑하고 그걸 패턴으로 따고 하는 작업들은 대학 4년 전공해도 아주 쉽지는 않아요. 패션디자인 학원에 가셔도 단과 수업에 60~70만 원씩 하는데 수업을 듣는다 해도 자기 것으로 만들기는 어렵죠. 그래서 저는 학생분들이 좀 더 쉽고 재미있게 모든 과정을 차근차근 내 것으로 만들며 배우셨으면 하는 바램으로 홈 패션부터 시작하셔서 나중에 여성복 만들기까지 배우시길 권장하고 있어요.
학생 중에 A Land (에이랜드) MD로 일하셨던 분이 계셨는데 엄청 열정적이셨어요. 처음에는 재봉틀을 무서워하셔서 일자 박기도 못하시고 그랬는데 저한테 3개월 배우고 나서 본인이 구상하셨던 패브릭 에코백 사업을 바로 시작하셨어요. 직접 패턴 뜨고 만드시고 판매까지 하시는 형태로요. 나중에는 편집숍도 입점하신 것 같더라고요.
손재주가 없어도 괜찮아요. 삐뚤빼뚤해도 괜찮아요. 재봉질은 공장에서도 할 수 있고 다양한 기구도 있으니까요. 어떤 걸 만들고 싶으신지 관심만 가져주시면 충분해요. 집에 둘 쿠션 디자인을 생각해보는 것부터 시작해보면 어떨까요? 조카 옷도 좋고, 반려견 옷도 좋아요. 옷이나 제품 만드는 스킬보다는 창의적으로 뭔가를 생각하는 게 오히려 더 중요한 것 같아요.
성수동 (뚝섬역) 카페거리에 제 홈 스튜디오가 있어요. 제 집 한켠에 작업실 공간을 마련했어요. 낮에 회사에서 디자이너 근무 마치고 바로 집에서 수업을 진행할 수 있어요. 근사한 큰 공방은 아니지만 아늑한 여자들만의 작업실로 운영하고 있어요.
디자이너로서 무언가를 사람들에게 선보이고 사람들이 제 작품들을 사랑해주면 행복할 것 같아요. 그리고 교수까지는 아니지만 공방을 운영하며 많은 분들과 만나 좋은 선생님으로 불리는 게 제 목표에요.
또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다시 외국에 나가서 일해보고 싶어요. 좋아하는 일을 하는 데 늦은 때는 없다 (It's never too late to do what you love). 제가 늘 생각하는 말이에요.
숨고에는
당신이 망설이고 있는
시작을 먼저 경험한
고수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