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OCT 2020 @승만네
사람은 한 번에 많은 말을 할 순 없지만,
눈빛에는 한 순간에 많은 것을 담을 수 있다.
눈,
처럼 깨끗하며 아이처럼 맑고 순진무구하면서도
마치 세상의 모든 이치를 깨달은 듯한 현자의 것처럼 우물처럼 깊은 지혜로움이 담긴,
빨갛기도 노랗기도 푸르기도 밤하늘처럼 까마득하기도 하지만 좀비가 아닌 이상 하얗기는 힘든,
어떤 상황에서는 별처럼 깜박거리기도 하고 뿌연 안개처럼 흐릿하기도 하고
형형하게 네온처럼 빛나기도 하며
크기가 커도 점같이 작은 부분만 보기도 하고
크기가 작아도 시야가 넓기도 하고
호기심을 가득채워 지구상 그 무엇보다도 빠르게 돌아다니며 대상을 탐색할 수도
때로는 느릿하게 멍하니 멈춰있기도 하고
모르면서도 아는 척, 알면서도 모르는 척
다른 이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가지 못하도록 붙잡기도,
서로를 피하기도 또는 오래 머무르기도 하며
고마우면서도 미안할수 있고
반대로 감사하다고 말하지만 전혀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는
좀처럼 의도할 수 없고 내 마음대로 숨기기 어려운
Quelque chose 또는 je ne sais quoi 같은
즉 느낄 수는 있지만, 뭐라 묘사하거나 형용하기는 어려운
하지만 아는 이에게든 모르는 이에게든 말 한마디 건네지 않아도 읽힐 수 있는,
그 마음의 온도만으로도 따뜻할 수도,
또는 얼음장처럼 경멸스러운 차가움일 수도, 또는 이 모든 것일 수도 있는 것이 가능한 그런
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