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을 품은 일어 3) できる、向き合う

'마주하다'와 '극복하다' 사이, 일본어가 품은 감정

by 숨은결

감정을 품은 일어 시리즈 3) 向き合う、できる를 중심으로.


어떤 남자가 있었다. 그는 이미 중년에 접어들었고, 어느 날 자신도 모르는 사이 38년 뒤의 미래로 갔다. 그곳에서 마음에 드는 여자를 만났다. 그녀는 회사에서 곤란한 일을 직면한 때에,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은 그는 너무나 일상적인 말투로 이렇게 말했다. “あなたが今してほしいことが俺にできることだよ。” 번역하면, “당신이 지금 내게 바라는 일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에요.” 이 문장에서 쓰인 できる는 사전적 의미대로, ‘할 수 있다' 혹은 ‘가능하다'로 사용되었다. 이 단어는 대표적인 의미 외에도 여러 층위로 다양하게 사용된다. 일이 생겼다고 말할 때도, 어떤 일에 능하거나 혹은 일이 이루어진다는 의미 등등. 그만큼 일드에서 빈도가 많은 단어 중 하나이다.


앞서 언급한 남자의 이야기는 바로 일드 <부적절한 것도 정도가 있어!>의 주인공 오가와 이치로의 대사이다. 이 드라마를 아주 여러 번 돌려봤다. 저 대사가 인상적인 이유는, 오가와라는 캐릭터가 주는 이미지에 상반되는 대사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덕분에 오늘 말하고자 하는 일어 단어의 사례를 수월하게 쓰고 있다.


내가 일어에서 좋아하는 단어 중 하나는 向き合う。 이 단어의 의미는 한마디로, 마주하다. 여기서 마주하는 것은 나 자신이다. 단어가 사용되는 맥락은 주로 하기 힘든 일이나 시련, 고난과 같은 일을 만났을 때이다. 단순히 마주한다는 의미를 넘어서는 뜻을 가지고 있다. 왜 유독 일본 사람들은 이런 맥락에서 이 단어를 자주 쓰는지 늘 궁금하지만, 아직 물어볼 기회는 없었다.

생각해 보면, 일본인들은 내면을 중시하는 면도 있으나 태도를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아닐지 싶다.


우리말에도 마주하다가 있다. 그런데 우리말의 마주하다는, 일이나 사람을 대면할 때 주로 사용한다. 혹은 일상을 마주하다. 역경을 만났을 때는 마주하다가 아닌, 극복하다로 쓴다. 일어에는 극복하다는 뜻을 지닌 단어가 따로 있다. 바로 乗り越え。 이 단어는 명백하게 장애물을 뛰어넘는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일드에서도 곧잘 등장하는 단어이다.


일드 <부적절한 것도 정도가 있어!>에서 주인공 오가와 이치로는, 1980년대를 살아가는 사람이지만, 38년 후의 2024년의 현재에서 마주하는 어려움을 극복하는 인물이다. 그는 분명 자기 시대의 ‘꼰대'였지만, 그것이 약점으로만 작용하지 않았다. 그는 2024년 미래를 짧다면 짧은 시간 경험한 후에, 조금씩 꼰대에서 벗어나게 된다. 편견과 고정관념을 일부 뛰어넘은 그는, 오늘 사용한 できる、向き合う、乗り越え 이 세 개의 단어를 모두 체험한 인물이었다.


숨은 단어를 발견하는 순간은 늘 재미있고 흥미롭다. 단어를 음미할 때는 나도 모르게 자신을 바라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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