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먼드 카버] 칸막이 객실

섬으로 존재하다

by 숨은결


남자는 8년 만에 연락해 온 아들의 요청대로 그를 만나러 가기 위해 기차에 탔다. 8년 전 격했던 부부싸움으로 아들과의 관계마저 악화된 채, 연락을 하지 않았다. 아들은 편지 말미에 사랑한다는 말을 썼다. 남자는 그 말에 의문이 들었으나 답장에 자신도 ‘사랑하는 아빠가'라고 써서 보냈다. 하지만 아들의 사랑한다는 말은 남자에게 아무런 파문을 일으키지 못했다. 그럼에도 그는 아들에게 줄 선물로 고가의 시계를 준비했지만 이는 체면치레용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 칸막이 객실에는 그와 낯선 남자 둘 뿐이었다. 남자가 외투를 벗어 놓은 채 화장실에 다녀온 후, 선물로 산 시계가 분실됐다. 앞에 있는 사람에게 물어보기 위해 시도했으나 제대로 소통될 리가 없었다. 남자는 쉽게 포기했지만, 화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동시에 기껏 준비한 선물이 사라지자, 아들을 만나야겠다는 마음마저 공중에 흩어져 버렸다.

목적지에 왔으나 남자는 내리지 않았다. 그 사이 젊은 남자와 여자가 눈에 들어왔다. 젊은 남자와 여자는 헤어짐을 지연시키며 서로 아쉬워하는 모습이었다. 아마도 남자는 두 사람을 바라보며, 자신과 아들이 재회한다면 어떤 모습일지를 생각했을 것이다. 또 저들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광경이 연출되리라 생각했을 것이다.

기차가 멈췄을 때 남자는 자리를 비웠는데 다시 돌아와 보니 자신이 탔던 칸막이 객실이 아니었다. 그래서 정확한 것을 묻기 위해 이등석 객실 쪽으로 가서 파리로 가는지 물었다. 하지만 그곳은 이미 사람들로 만원이었고 남자의 물음은 상대방에게 닿기도 전에 희미해졌다. 그리고 남자는 주위 사람들의 권유로 이등석 객실에 있는 사람들 사이에 있는 빈자리에 앉게 되었다. 기차가 어디로 가는지도 알지 못하는 상황임에도, 남자는 곧 눈을 감고 스르르 잠이 들었다.

시종일관 남자는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말을 하고 있다. 자신의 뜻을 알리기 위해 적극적인 시도는 전혀 하지 않은 채였다. 시계를 잃어버리기 이전부터 남자는 아들을 꼭 만나고 싶은 마음이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고가의 시계는 체면치레용이 아니었나 싶다. 그렇지 않았다면 화장실에 가느라 자리를 비울 때 귀중품은 소지하고 갔을 것이다.

무엇보다 그가 탄 칸막이 객실은 보통 비싼 좌석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칸막이 객실은 오히려 그를 혼자만의 생각 속으로 밀어 넣는 역할을 했다. 게다가 앞 좌석의 승객도 말이 통하지 않는 외국인이라 어떤 이야기도 나누기 어려웠다. 만약 그가 이등석 객실에 타고 북적이는 사람들 속에서 기차 여행을 했다면, 어쩌면 그의 마음은 조금이나마 온기를 느낄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아들을 만나기 위해 장기 휴가를 내고 여행을 가지만, 개인적으로 소식을 전할 이가 회사 직원들 외에는 하나도 없었다. 이혼 후 8년 간 일에만 마음을 쏟은 생활은 결과적으로 스스로를 섬처럼 외롭게 만든 것이 아니었나 생각했다.

결국 칸막이 객실은 남자로 하여금 아들을 만나려는 의지를 잃고, 목적지도 불분명한 기차에 몸을 싣고도 잠을 자는 데까지 이르게 한 고립을 초래한 공간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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