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매미 소리도 모자라 저 태양만 봐도 지금이 생각날 테니까. 그냥 알 것 같았다. 이 아이와 함께하는 이 순간이 내가 겪은 여름 중 가장 찬란하고 벅찬 여름이 될 거라는 걸. 마주하는 순간마다 그리워하게 되는, 유난히도 더운 여름이 계속되고 있었다.
독자 리뷰
국내 청소년문학계의 페이지터너라 불리는 이꽃님 작가의 2023년 작. 풋풋한 여름의 계절감을 가득 담아 발행되었다.
일러스트와 띠지, 인쇄된 문구까지 10대 청춘물의 분위기를 풍긴다. 실제로 이꽃님 작가의 첫사랑 소설이라는 타이틀로 마케팅하고 있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오히려 성장 소설에 가까운 내용이다. 연애 소설이라기엔 그 비중도 적거니와 다루는 주제를 연애로 압축하기에도 적절치 않다. 독자로선 학원물만의 달달한 감성을 기대하긴 어렵고, 오히려 미움과 원망에서 벗어나는 인물들에게서 감동을 찾길 기대하면 좋다.
전반적으로 이꽃님 작가의 대표작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와 흡사한 이야기와 구조를 띤다. 두 작품 모두 ‘완벽한 사람이 아닌 가족’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판타지 요소가 하나씩 있으며, 이야기가 두 인물의 시점이 교차되며 진행된다는 특징이 있다. 그럼에도 소재의 참신한 결합과 조화를 이루어내는 이꽃님 작가의 창의성을 즐기기엔 충분한 작품이라 생각한다.
주목할 만한 주제 1. 마음을 읽는 능력
이꽃님 작가는 이야기에 자신만의 참신한 설정을 녹여내는 것으로 독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저자의 대표작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에서는 ‘시대를 초월하는 우편’이 등장하여 극을 이끌었다. 마찬가지로 『여름을 한 입 베어 물었더니』엔 ‘마음을 읽는 능력’을 지닌 인물 ‘유찬’이 이야기의 중심에 자리한다. 유찬은 ‘마음을 읽는 능력’이 저주라고 생각하는 열일곱 살 소년이다. 자신이 알고 싶지 않은 것, 부모를 잃었던 때의 기억이 자꾸만 몰려오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마음을 읽는 능력’은 인물에게 전능함을 부여해 주는 것이라 여겨지지만, 이 작품에서 그것은 오히려 갈등을 발생시키는 장애물에 가깝다. 유찬은 자신의 능력 때문에 마을 사람들을 오해하고 원망하게 된다. 유찬이 마음이 들리지 않는 하지오와 친해지게 된 계기도 모두 이와 같은 맥락이다. 능력이 극한의 상황에 있는 인물에게 주어져 역설적이게 내면을 보아도 현실을 보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마음을 읽는 능력’은 저자의 다른 작품인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에서도 언급된 바 있다. 이 작품에서는 ‘마음을 읽는 능력’이 아빠와 가까워지고자 하는 주인공의 바람이었다. 『여름을 한 입 베어 물었더니』에서 사용된 것과는 정반대의 의미로 쓰인 셈이다. 이렇듯 저자는 ‘마음을 읽는 능력’을 두 소설에서 두 가지 의미로 사용하며 우리에게 한 가지 의문점을 남기고 있다. 타인의 마음을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이란?저자는 이에 대해 ‘작가의 말’에서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한때 나는, 찬이처럼 다른 사람의 속마음을 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알 수 없어서, 수많은 선택지 중 어떤 것을 골라야 하는지 알 수 없어서 고단하고 지친 나날을 수도 없이 보냈다. 이 이야기는 그 많은 날들에 대한 나의 해답이다… 혼자인 줄 알았던 이들 곁에 너무도 따뜻한 이들이 언제나 함께였음을 알게 되는, 햇살만큼 반짝이는 이야기가 되길 바라며 글을 썼다.’
주목할 만한 상징 2. 여름
‘여름’은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의 전반적인 감정선을 응축하는 소재이면서, 유찬의 성장을 보여주는 복합적 상징이다.
가장 먼저 여름은 유찬의 불과 관련한 트라우마에 빗대어진다. 유찬의 트라우마는 유찬이 가족을 화재로 잃으면서 생겨난 것으로, 햇빛을 계속해서 피하는 대목이나 마음속에서 들끓는 여름을 싫어한다는 대사에서 그 은유 관계를 유추할 수 있다. 유찬의 트라우마가 된 사건은 이야기에서 곧 마음을 읽는 능력이 발현된 계기이자 갈등의 시발점이므로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동시에 여름은 유찬과 하지오가 알아차리게 된 따뜻한 마음 그 자체를 의미하기도 한다. 유찬의 트라우마에 대한 비밀은 유찬과 하지오가 마을 사람들에게 품었던 원망을 극복하는 계기가 된다. 예컨대 마을 사람들의 화상 자국은 모두 유찬의 가족을 도우려다 생긴 것이었지만 타인의 마음을 읽는 유찬은 화상 자국에 숨겨진 따뜻한 마음을 보지 못했다. 이렇듯 『여름을 한 입 베어 물었더니』는 인간의 복잡한 내면과 선악에 대해 말한다.
아이들의 성장 과정은 결말부의 계곡 장면과 오버랩된다. 따가운 햇살 땀 흘리는 더위에도 한 줄기 차가운 계곡이 흐른다는 것. 이것이 여름의 은밀한 비밀이다.
편집 디테일 리뷰
1. 표지 디자인 / 내지 편집
표지의 일러스트가 여름의 파릇한 색감을 잘 표현해주었다. 책등과 표지의 제목에 붉은 박 가공을 하여 눈에 띄게 만든 거 같다.
문학동네는 전반적으로 여름의 설레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홍보 전략을 펼치고 있다. 페이지터너 이꽃님 작가의 작품인 만큼, 저자에 대한 설명을 기제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특히 작가 스스로 ‘내가 쓴 이야기 중 가장 좋아한다’고 밝힌 사실은 띠지에도 쓰여 있다.
문학동네 홈페이지 『여름을 한 입 베어 물었더니』 편집자 리뷰
띠지의 뒷면 (왼쪽) / 띠지의 앞면 (오른쪽)
2023 책따세 겨울방학 추천도서에 올랐다.
책따세 2023년 겨울방학 추천도서
3. 총평
따가운 햇살 땀 흘리는 더위에도 한 줄기 차가운 계곡이 흐른다는 것. 이것이 여름의 은밀한 비밀.
이꽃님 작가의 작품답게 흡입력 있는 이야기와 참신한 구성이 강점이다. 그럼에도 전형적인 학원물로 비춰지는 건 아쉽다(이것이 흥행의 요소가 되었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