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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낯선 사람들 속으로 들어간다

by 수수

2025년 11월 8일 토요일

오늘 교회에서 진행한 새 신자 초청 여행에 다녀왔다. 새 무리에 끼어들었다. 친한 사람 아무도 없는 무리에 들어갔다. 다른 사람들 신경 쓰지 않고 혼자 편하게 하루를 보내도 되는데 말이다. 억지로 가야 하는 것도 아니었다. 강요한 것도 아니었다. 가지 않으면 불편할 것도 없었다. 불편한 곳에서 편해지는 힘을 기르기 위해서 갔다. 어린이부터 80대까지의 남녀 각 연령층이 다 모였다. 대형버스 한 대에 꽉 찬 인원이다. 내 얼굴 표정과 몸은 낯선 사람들 앞에서 굳어 버린다. 경직된다고 할까! 긴장 탓이다. 어디서부터 뻣뻣해지는 걸까? 심장부터일까? 자연스러운 표정을 갖고 싶다. 평소대로 환한 표정을 갖고 싶다. 평소 친근한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처럼 가벼운 표정과 몸짓이고 싶다. 인사를 하고 선물을 받았다. 차상수라는 손바닥만 한 이름표를 목에 걸었다. 버스에 올라 조별로 자리에 앉았다. 다행이다. 누구와 앉아야 하는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되었다. 옆자리에 앉은 권사님과 대화를 했다. 언제부터 제주도에서 살고 있는지,라는 권사님의 물음에 내 이야기를 하고는 바로 권사님은 어떤지 물었다. 대화를 어떻게 이어가야 하는지 배워가는 중이다.

사진을 찍어 주신다고 하여 처음엔 괜찮다고 말했다가, 생각을 바로 바꾸었다. 관계를 맺어가기 위해서다. 찍어주세요, 감사해요,라고 말하며 포즈를 취하고 얼굴 표정을 바꾸었다. 환하게 웃는 표정으로. 저도 찍어 드릴게요,라고 말하며 카메라를 건네받았다. 자연스럽게 대화가 이어진 거다.


어느 권사님은 며느님과 같이 왔다. 필리핀에서 온 젊은 새댁이다. 한국에 온 지 몇 개월밖에 안 되었다. 한국말을 잘 못했다. 내 옆자리에서 식사를 하기에 영어로 말을 건넸다. 짧은 영어다. 요즘 어느 영어 공부 앱을 통해 매일 20분 정도 영어 공부를 했더니 용기가 났다. 좋아하는 한국 음식이 있는지 물었다. 고추를 맛있게 먹고 있어서, 그 고추를 영어로 어떻게 말하는지도 물었다. 영어공부를 어디서 하는지도 물었다. 아직 공부를 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럼 배우고 싶은지 물으니 배우고 싶다고 했다. 나는 내 소개를 했다. 초등학교 교사이고 한국어 교사라고. 며느님 옆자리에 앉아 있던 권사님이 나에게 물었다. 나에게 며느님이 한국어를 배우게 되면 얼마를 주면 되냐고. 나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권사님에게 말했다. 제가 가르치게 되면 그냥 좋아서 하는 거니까 수고비용은 받지 않을 거라고. 나는 더 낯선 외국인과도 자연스럽게 대화를 했다. 여유 있는 모습으로 대화를 이어간 나 자신이 자랑스러웠다.


오늘 나는 낯선 사람들과 함께 묵은지 고등어찜 식당에서 식사를 했다. 여미지 식물원에서 사진도 찍고 찍어 주었다. 버스 안에서, 식당에서, 식물원을 돌아보며 대화도 했다. 예전 같으면 참여하지 않았을 행사다.

사람들 속에서 듣고 공감하는 능력을 키우기 위해 선택한 하루였다. 상대방의 상황을 살펴 먼저 다가가는 힘을 기르고 싶어서다. 이제 시어머니도 되고 장모님도 될 날을 기대하며 내 부족한 부분을 키워 간다. 양가 분들을 존중하며 듣고 반응하는 힘을 길러야 한다. 독서모임이든지, 동호회든지 사람들 사이에서 함께 어울리는 힘을 길러야 한다. 학교 교직원들 사이에서도 듣고 공감하고, 다시 물으며 대화를 이어간다. 나에게 가장 필요한 힘은 상대방의 상황을 공감해 주는 힘이다. 학교 교실 칠판 한쪽 구석에도 이 간절함을 담아 '멋진 상수야, 듣자, 공감하자, 그래 오늘도 잘했어.'라고 써 놓았다. 나는 나를 성숙시켜 가기 위해 한걸음 낯선 장소로 내디뎠다. 나는 나를 매일 응원한다. 거울 앞에서 환하게 웃는 연습을 하며 나를 키워간다. 추운 겨울바람에도 따스한 내가 되도록 내 마음을 꼭 안아준다. 용기 내어 낯선 사람들 속으로 들어간 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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