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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수나 Jan 07. 2024

2년차 주니어 PM의 2023 연말 회고

퇴사와 창업, 이직을 겪었던 한 해를 직업인 관점으로 돌아보다

이번 글에서는 저의 2023 연말 회고 내용 중 제가 여러분과 공유하고 싶은 부분들을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최근에 퍼블리와 협업해 콘텐츠로 발행했던 <반성 가득한 회고는 그만, 가볍게 한 해 돌아보는 법>에서 소개한 템플릿을, 저 또한 실제로 활용해서 이번 2023 연말 회고를 마무리했어요. 혹시 저의 연말 회고 템플릿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궁금하신 분은 위 링크를 통해 퍼블리 글을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연말 회고를 완료한 지금 저의 소감은 이렇습니다. 2023년의 경험들이 선명한 문장으로 말끔히 정리가 되었고, 이걸 기반으로 2024년에 제가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액션플랜들이 준비되어서 든든한 마음이 들어요. 이런 상태로 새해를 맞이할 수 있다니 정말 기쁘고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2023년은 결코 쉬운 한 해가 아니었습니다. 불안정한 시장 환경 속 스타트업의 2년 차 프로덕트 매니저로서 많은 고민과 도전을 했던 시기였습니다. 주변에 계신 다양한 분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앞으로의 커리어 방향성을 구체화하기도 하고, 삶에 대한 가치관을 재정비하며 인간적으로 성숙해지는 경험을 했습니다


그 자세한 내용을 이제부터 소개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직업인 관점으로 2023년을 돌아보기

한 줄 요약 :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고 새롭게 도전하면서 번아웃을 통과하여 다시 방향키를 손에 쥐는 데에 성공했다




브랜디 프로덕트 매니저로서의 경험


8개월 동안 담당해서 진행했던 서울스토어 리뉴얼 론칭 프로젝트를 무사히 마무리지었습니다. 2명의 주니어 PM이 커머스 플랫폼의 앱, 웹, 어드민을 새롭게 구축하는 과정은 정말 모험의 연속이었습니다.


론칭되었을 때 찍어둔 감동의 스크린샷


특히 제가 담당한 피쳐 중 하나였던 통합회원 전환 기능을 새롭게 설계하고 론칭하기까지의 과정에서 많이 배웠습니다. 


이때 당시에 통합회원 전환 절차의 복잡성은 프로덕트가 부담하고 고객에게는 최대한 간편한 UX를 제공하기 위해서 수많은 고난과 역경을 헤쳐나가야 했는데요. 이때 함께 마주 앉아 고민해 주신 개발자분들 Y님과 T님, 디자이너 M님께 감사합니다. 또, 복잡한 로직으로 인해 엄청난 케이스들이 발견되고 그 탓에 많은 변경사항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마지막까지 완성도 있는 QA를 해주신 QA담당자분들께도 감사합니다.


또한, 담당 프로덕트 매니저로서 신규 기능을 출시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이해관계자분들과 치밀하게 의사소통하며 사전에 법적/재무적/운영적 이슈를 검토하고, 이슈 발생 시의 대응안까지 모두 꼼꼼하게 챙겨야 했어요. 그 과정에서 프로덕트 매니저로서 커뮤니케이션 역량과 이슈 대응 능력을 발전시킬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제법 침착하게 일을 했기 때문일까요, 그 모습을 지켜보셨던 동료PM분이 제 연차를 들으시고는 '적어도 5년 차는 된 줄 알았다'는 말씀을 하셔서 뿌듯함과 동시에 왠지 모를 눈물이 차올랐던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하하.


다만 8개월 동안 강도 높은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나니 번아웃이 왔습니다. 론칭 직후에 팀장님께 제 상태를 알리고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그 덕분에 1주일 정도 휴식기를 가지고 복귀해서 천천히 새로운 업무에 적응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어요. 


이때 당시 제가 합류한 팀은 주문클레임 PM팀으로, 브랜디의 어드민 중에서도 주문과 클레임과 관련된 기능을 담당하는 팀이었습니다. 저는 그동안 서비스를 담당해 왔기 때문에 어드민 기획은 처음으로 경험하는 일이었어요. 인수인계 문서와 정책, 기능에 대한 스터디를 거친 후, 어드민 기능 개선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실제로 경험해 보니 어드민은 효율성과 안정성이 아주 중요한 영역이었고, 업무 리드 타임과 같은 지표를 통해 성과를 측정할 수 있었어요. 직접 겪어보지 않았다면 몰랐을 텐데, 팀 이동을 통해 커머스 플랫폼의 a to z를 경험하고 더 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어서 기뻤습니다.




퇴사 후, 새로운 영감과 회복이 있었던 미국에서의 시간


그러나 2023년 상반기는 격동의 시기였습니다. 시장 상황과 회사 상황이 급변했습니다. 변화를 겪으면서 저는 많은 고민 끝에 커리어 성장을 위해 퇴사를 결심했고, 2023년 5월에 브랜디를 떠났습니다. 제가 프로덕트 매니저로서 일한 첫 번째 회사였기에 이곳에서의 경험이 제 커리어 성장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등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때문에 퇴사 회고 글을 따로 작성하고 있는데요, 자세한 이야기는 추후 퇴사 회고에서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회사를 떠나며 저는 번아웃으로 지친 마음과 동시에 프로덕트 매니저로서의 커리어 방향성에 혼란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앞으로 나는 무얼 하면서 살아야 하지? 이 질문이 머릿속에 가득했습니다. 충분한 휴식에 시간을 먼저 쏟고, 그 답을 찾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시애틀 다운타운에 위치한 아마존 오피스 The spheres


6~7월 동안은 가족들과 미국 시애틀에 있는 언니를 만나러 갔습니다. 이때 언니가 다니는 아마존 본사 오피스 구경도 하고, 샌프란에 갔을 때에는 에어비앤비, 슬랙, 링크드인, 깃허브에 가보고, 팔로알토에 갔을 때에는 구글과 애플에 갔습니다. 실리콘밸리의 유명한 IT 회사의 오피스 도장 깨기를 하러 다니고 나니 자연스럽게 언젠간 글로벌한 환경에서 일해보고 싶다는 영감을 받았습니다. 또한 저의 안전지대인 가족들과 함께 맛있는 음식을 나눠먹고 멋진 여행도 하면서 지쳤던 마음이 서서히 회복되기 시작했습니다. 생산성 있는 삶을 잘 유지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공동체에서의 삶을 꼭 챙겨야 하는구나 깨달았어요. 이때의 경험이 제가 인간으로서, 또 직업인으로서 한 발 더 성숙해지는 데에 꼭 필요했던 시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가족과의 시간은 제 삶의 중요한 구성 요소로 자리 잡았어요.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며 새로운 커리어 방향성을 찾아가다


귀국 후 8월부터는 이직 준비와 파티룸 사업 준비를 병행했습니다. 갑작스러운 '파티룸'이란 단어에 놀라셨겠지만 그 이야기는 뒤로 미뤄두고 먼저 이직 준비 이야기를 해볼게요. 


우선은 제가 가지고 있는 경험을 포트폴리오와 이력서로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PM/PO로 일하고 계신 지인분들께 찾아가 포트폴리오 첨삭을 부탁드리고 피드백을 받았는데요. 포트폴리오를 통해 보이는 홍선아는 어떤 프로덕트 매니저인지 제삼자의 의견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때의 피드백을 바탕으로 내가 보여주고 싶은 프로덕트 매니저로서의 강점을 뾰족하게 다듬어 포트폴리오에 녹이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때 도움을 주신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제가 관심을 두고 있는 회사에 근무하고 계신 지인분들께 커피챗을 요청했습니다. 이때 업계에 대한 정보를 얻기도 하고 새로운 커리어 방향성에 대한 영감을 얻었습니다. 제가 재미있게 느꼈던 일은 무엇이었는지, 내가 만족하며 일할 수 있는 조직은 어떤 곳인지, 지금 내 앞에 어떤 기회들이 존재하는지 알게 되는 시간이었어요. 그 결과 커리어 방향성을 새롭게 정립할 수 있었고 어떤 채용 공고에 지원해야 할지 명확해졌습니다.


브랜디 퇴사 후에도 소식 물어봐주시고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함께 이야기 나눠주신 동료분들도 계셨어요. 회사에 있을 때도, 퇴사 후 사무실에 놀러 갔을 때에도 반겨주시고 응원해 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또, 커피챗할 때마다 제 안의 두리뭉실한 부분을 짚어보시고 뾰족하게 다듬을 수 있도록 질문을 던져주신 S님께도 감사드립니다.


사실 저는 도움을 요청하는 일에 능수능란한 사람이 아닙니다. 쑥스럽기도 하고 혹시 민폐가 되지 않을까 고민하며 늘 조심스러운 마음이었어요. 그래도 용기를 냈습니다. 그리고 제가 찾아간 분들 모두 그런 저의 도움 요청에 기꺼이 시간 내어 주시고 이야기를 나눠주시더라고요. 도움을 요청하고 도움을 받으면서 감사함을 많이 느꼈습니다. 앞으로 저 또한 도움 요청이 왔을 때 기꺼이 돕고 기여하는 사람으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비즈니스를 공부하는 가장 빠른 방법, 창업하기


앞서 말했듯이 저는 귀국하자마자 파티룸 창업에 도전했습니다. 프로덕트 매니저로서 비즈니스를 좀더 이해하고 싶었고, 때마침 공급자로서 겪는 문제가 있어 이를 해결하고자 파티룸 창업을 선택했어요. 브랜디에서 프로덕트 매니저로서 일한 후 스스로를 돌아보니 비즈니스 관련 역량이 부족하다고 느껴졌거든요. 이 부분을 보완하고 역량을 개발하기 위해 창업을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창업 이후 여러 시행착오가 있었는데요. 그 전반적인 이야기는 또 다른 글에서 다룰 예정이니, 이번 글에서는 그 과정에서 제가 얻은 바를 간단히 공유하고 싶습니다. 제가 파티룸 창업으로 배운 건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해 볼 수 있습니다. 


첫째, 인간관계를 만들거나 발전시켜 사업에 활용하는 능력이 필요했습니다. 프로세스의 자동화를 위해서 거래처를 구하는 과정에서 제가 이 부분에서 아직 경험적으로 부족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인성도 사업가의 주요한 자질 중 하나라는 걸 실감했어요.


둘째, 사업은 생각보다 fancy 하지 않았습니다. 비즈니스 모델을 머릿속으로 구상하더라도 그걸 실제로 구현하는 방법은 직접 삽질하는 것뿐입니다. 만들었다고 해서 돈이 알아서 술술 벌어들여지는 것도 아니었어요. 계속해서 디벨롭하는 지난한 과정과 고민이 필요했습니다.


셋째, 제가 그동안 프로덕트 매니저로 일하면서 해온 일은 다양한 리소스가 투입되어 만들어진 비즈니스 모델을 확장시키고 성장시키기 위한 일이었습니다. 더하여,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프로덕트로서 시장에 내보내는 일이기도 합니다. 프로덕트 매니저로서의 역할에 대해 다시금 깨닫게 된 거지요. 그렇기 때문에 퇴사 후 파티룸 창업에 도전했던 것은 프로덕트 매니저로서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는 좋은 계기였습니다.


결론적으로 저는 직접 구르고 삽질하는 파티룸 창업을 통해 자기 효능감도 되찾고 동기부여도 되었어요. ‘하니까 되는구나, 하면 되는 거였지, 하는 만큼 결과는 나오는구나, 나 할 수 있구나.’ 하면서 번아웃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제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일을 할 준비가 되었어요.




지금까지 제가 가진 여러 자아 중 하나인 '직업인'으로서의 2023년을 여러분께 공유해 보았습니다. 


한 해를 돌아보는 글이다 보니 길어졌는데, 여기까지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합니다. 오늘은 감사하다는 말을 유독 많이 하게 되네요. 하지만 정말 진심을 다해 감사합니다. 많은 어려움이 있고 변화가 있었던 만큼 귀한 인연도 많았고 도움과 지원을 받았습니다. 덕분에 커리어적으로도 새로운 방향성을 발견하게 되었고, 인간적으로도 성숙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된 한 해였습니다. 행복한 마음으로, 기운찬 마음으로 2024를 맞이할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저는 아직 이직 여정 중에 있습니다. 제가 가고자 하는 방향성에 맞는 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채용 시장이 얼어붙어있는 만큼 쉽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조바심 느끼지 않고 차분히 제가 잘하는 일, 잘할 수 있는 일, 앞으로 잘하고 싶은 일 찾아서 가고 싶습니다. 혹시라도 좋은 기회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오늘도 제 글 읽어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저는 다음에 또 새로운 글로 인사드릴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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