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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노마드 Apr 11. 2023

날씨 변덕에 지친 내 바디 앤 소울!

몬트리올 날씨에 대한 소고

겨울을 싫어하는 내가 몬트리올에 살 게 된 것부터 어쩌면 얄궂은 운명일 듯.

미국에 살 땐 여름이면 쪄 죽을 정도로 더웠던 텍사스 주 달라스였다가 한국에 역이민 한 후 다시 캐나다행을 선택했을 땐 겨울에 얼어 죽을 정도로 추운 퀘벡 주 몬트리올이었으니 말이다.


내 안에 존재하는 역마살의 유전자 탓에 난 늘 어딘가로 떠나는 꿈을 꾸고 있었고 지금도 여전히 그러한데, 아무리 그래도 겨울뼈가 시릴 정도의 추운 곳으로 오게 된 걸 보면 얄궂은 운명을 아니 탓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건 그렇고, 이곳은 보통 4월까지는 눈 오는 것도 흔하고 춥고 그렇다.

아주 많이 미안한 발언이지만 지구 온난화 덕(철없다고 꾸짖어도 어쩔 수 없는 지극히 개인적 감상임을 이해해 주시기 정중히 부탁드린다!)에 그래도 예전보다는 나아졌다는 게 요즘도 여전히 영하를 오가는 날씨가 일쑤다.


지난 목요일엔 전날부터 아이스 스톰이 몰려와 아이들 학교는 다 휴교에, 무거운 얼음에 짓눌린 나무들이 견디다 못해 여기저기서 쓰러지는 사태가 발생했다. 그 탓에 몬트리올 백만이 넘는 가구에선 정전사태가 또 발생했는데 그중엔 우리 둘째 녀석 아파트도 포함됐다.


아들한테 전화해 집으로 오라고 해도 괜찮다고 하루를 견디더니 결국 여친집으로 다미안을 데리고 피신 겸 부활절을 낀 긴 여행을 떠났다.


그리고 오늘 낮 최고는 16도였지만 체감온도는 19도까지 올라갔다.


테라스 테이블과 의자엔 고드름이 얼어붙어 있고, 잔가지에도 역시 얼음이 눌어붙어 있는 모습.
여기저기 부러져 널브러진 나뭇가지들
얼음이 나무에 눌어붙은 으스스한 모습.


아이스 스톰 하루 지나 이미 복구된 가정도 있지만 아직까지도 몬트리올 전역엔 십만 가구 넘게 전기가 끊어져 고통을 당하고 있는 중이라는 소식이 들린다.


남편 말에 의하면 1998년엔 나흘 동안 쉬지 않고 아이스 스톰이 강타해 일주일 이상 전기 공급을 못 받았던 흑역사가 있단다.

그때에 비하면 지금 상황은 훨씬 나은 것이지만 이번 사태로 갑자기 몇 년 전 히팅 고장으로 고생했던 게 떠올랐다.


한겨울이었고, 고장 났다고 한국처럼 빨리 와서 문제를 해결해 주는 일이 드문 이곳에서 남편과 나는 삼일 정도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 조그만 히터를 사들이고 이불을 몇 겹씩 덮고 자고 추위에 떨었던 슬픈 기억.


나이가 들어가니 날씨, 그중에서도 햇빛에 굉장히 기분이 좌우된다는 걸 강하게 느끼게 된다.

조금 추워도 해가 쨍쨍하면 기분이 좋고, 흐리면 덩달아 많이 우울해진다.

더불어 날씨가 변덕을 부리면 내 영혼과 육체가 견디지 못하고 아파온다는 것도 그저 느낌이 아닌 사실이다.

해서 남편과 나는 이렇게 입을 맞췄다.

"이제야 이해가 가네! 왜 여기 노인들이 겨울만 시작되면 햇볕 작렬인 플로리다로 새둥지를 틀러 떠나는지 말이야!"


아마 우리도 그런 피한 행렬에 언젠가 합류하게 될 거 같다. 멀지 않은 미래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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