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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노마드 Nov 19. 2024

세 번째 회귀 10- 지우의 성공

기남이 별거 아니라는 듯 말을 이었다.     


“학창 시절 음악을 좀 좋아했었죠. 그리고 미국에서 본토 음악 많이 들을 기회를 가졌고요.”

“와! 그래도 대표님! 이건 너무 반칙 아닌가요? 회사를 이끌어가시는 CEO시니 사업 방향에 대해 훤하신 건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음악에까지 이렇게 조예가 깊으신 건 좀...”     


이렇게 너스레를 떠는 건 사람 좋은 보컬 트레이너 이준호였다.

자기가 원래 살던 시간과 세 번의 회귀를 거치며 살아온 시간을 따져보면 얼추 나이가 비슷하겠지만 말 그대로 학창 시절 들었던 음악과 현재의 음악엔 차이가 있었음에도 기남이 음악을 좀 더 알게 된 건 미국 유학 덕이 컸다.

그때도 공부하는 틈틈이 현지 음악을 자주 들었고, 특히 미국 친구들이나 해외 여러 곳에서 온 친구들과 함께 듣고 얘기 나눴던 음악 이야기도 도움이 많이 되었다.

또한, 여러 다양한 음악을 장르를 넘나들며 많이 들은 덕이기도 했다.

애초에 자기 사업을 음악 쪽으로 정한 이유도 어찌 보면 어려서부터 좋아했던 분야기도 했지만 자기가 하면 잘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에서 비롯된 게 사실이었다.     


‘사람은 역시 뭐를 하던 자기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걸 하는 게 정말 중요하지! 아무렴!’     


기남은 잠시 생각을 멈추고 하던 이야기에 집중하기로 했다.     


“그 얘긴 그렇고, 우리 기획사에서 걸그룹 선보이기로 한 얘기 계속해 보죠!”

“그것보다 먼저 보이그룹 댄스 파트는 어느 정도 보강이 됐으니 메인 보컬부터 매듭짓는 게 어떨까요, 대표님?”     


역시 최준혁이 나섰다.     


“아! 그럴까요? 그럼 의견들 말씀해 주시죠!”     


***     


모처럼 지우가 집에 들렀다.

인희는 이른 아침부터 장을 보고 음식 장만에 눈코 뜰 새 없었고, 연주 역시 오랜만에 보게 된 동생을 위해 집 안팎을 단장했다.

기남과 지우가 함께 현관에 들어서자, 인희가 달려가 지우를 얼싸안았다.     


“아이고 우리 지우! 힘들지 않아? 엄마랑 누나는 요즘 우리 지우 노래 아주 잘 듣고 있어. 목소리 하며 어쩜 하나 같이 다 그렇게 좋냐?”

“감사합니다, 엄마! 전 힘들지 않아요.”     


보컬 연습 외 정확한 발음을 위해 많이 연습한 덕인지 지우는 이제 더는 말을 더듬지 않았다.

또박또박 말했고, 자신감 덕인지 눈빛도 많이 살아났다.

연주가 기남과 결혼한 후 가족 관계가 조금 복잡해졌지만, 인희를 비롯해 기남, 연주는 굳이 지우에게 엄마라고 부르는 호칭을 바꾸라고 말하지 않았다.

지우가 예전과 비교해 많이 나아진 건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지우는 일부 뇌 발달이 덜 된 상태라 혼돈을 주지 않으려는 배려였다.

또한, 연주도 여전히 인희를 시어머니라는 호칭 대신 가끔은 어머니, 주로는 엄마라고 부르고 있었다.    

 

“엄마가 오랜만에 집에 오는 널 위해 맛있는 거 아주 많이 준비하셨어!”     


연주가 옆에서 기특하단 눈빛으로 동생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누나도 잘 지냈어? 매형한테 소식은 들었어. 대학 공부 다시 시작했다고.”

“아니 그 소식을 이제 듣게 된 거야? 그게 언제 적 얘긴데. 우리 스타님! 너무 바쁜가 보다! 바쁜 건 환영이지만 건강 해치면 안 되는데!”     


인희가 지우를 계속 띄우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아니요! 듣긴 한참 됐는데 이제 누나 얼굴 보는 거니까요.”     


지우가 대답하자 인희가 다시 너스레를 떨었다.     


“우리 스타님! 아무리 바빠도 가끔 집에 들러 맛난 밥 먹고 가세요! 알았죠?”

“네, 엄마! 꼭 그럴게요.”     


인희와 연주는 많이 감격해했다.

말을 더듬던 지우가 말도 정확하게 하고, 자신감도 많이 얻었으니 왜 안 그렇겠는가?

옆에서 이런 모습을 보는 기남은 뿌듯하고 함께 감격스러웠다.

식사를 마친 후 차를 마시면서 네 명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담소를 나눴다.

지우가 먼저 입을 뗐다.     


“나 엄마랑 누나, 매형이랑 같이 살고 싶어요.”

“그래? 그렇게만 되면 내가 젤 좋지! 연주도 물론 대환영일 테고. 그치 연주야?”    

 

인희가 반색하자 연주도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두 여인의 눈가가 촉촉해진 걸 보게 된 지우가 계면쩍은 듯 머리를 긁으며 덧붙였다.     


“이거 매형이 먼저 말한 건데... 나도 같이 살고 싶은 건 맞지만.”     


그때 기남이 나섰다.     


“입 밖으로 말을 낸 건 나지만 생각은 지우가 먼저 맞아요! 지우 생각을 제가 읽은 거죠.”

“엄마가 해 주는 밥이 젤 맛있어요. 누나랑 엄마, 매형 매일 보면서 살고 싶어요.”

“그래, 그래야지! 밥 같이 먹고 같이 살아야 가족이지!”     


인희가 감격스러운 듯 결국 눈물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급히 눈물을 훔치며 말을 이었다.     


“내가 왜 이렇게 주책이람! 오늘같이 좋은 날!”     


연주와 기남도 옆에서 말을 잃은 채 인희의 감격에 동참했다.     


결국 지우는 며칠 후 집으로 들어왔다.

집으로 들어오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지우가 대표님 처남이라는 사실도 함께 밝혀졌다.     


“와! 가족 관계라니! 그래서 그렇게 지우를 민 건 아니시겠죠, 대표님?”     


보컬 트레이너 이준호가 슬쩍 눙쳤다.     


“물론 아니죠! 능력만 봤습니다, 전!”     


기남이 호탕하게 대답했다.     


“역시 대표님 혜안은 따라올 사람이 없습니다! 지우 성공한 것만 봐도 그렇고, 이제 곧 데뷔 예정인 올댓보이즈가 탄생하게 된 것도 그렇고 말이죠!”     


프로듀서 정찬이 가세해 대표인 기남을 치켜세웠다.

매니지먼트 담당 최준혁도 빠지지 않고 덧붙였다.     


“걸그룹도 어느 정도 세팅이 돼가고 있으니 이제 저희 기획사는 천하무적이 될 겁니다, 대표님!”

“그래도 방심하지 맙시다! 끝까지 잘해 나가야 하니까요.”     


기남은 흥분을 가라앉히려고 노력했다.

과거의 자기를 봐도 뭔가 열심히 노력했었지만, 결과가 좋지 못했던 적이 있었다는 걸 기억했다.

성공이란 잠시 잠깐 향유하는 그런 게 아니라고 기남은 생각했다.

지속적이고, 누가 봐도 인정해 줄 만한 그런 가치가 있는 게 성공이라고 그는 믿고 있었다.     


***     


여기저기에 지우에 관한 기사가 도배되었다.     

<신비 컨셉으로 유명세 치르던 가수 지우! 자폐증 환자로 밝혀지다!>

<기획사 대표와 가족 관계라 쉽게 무임승차가 가능했나?>

<노래와 작곡 천재의 놀라운 실체!>     

주로는 자극적인 제목을 달고 가수 지우보단 자폐증을 가진 사람에 포커스를 맞춘 다분히 편협한 시선 일색이었다.

기획사의 전화통에 불이 났고,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에 대해 우왕좌왕의 연속이었다.

외출 중이었던 기남은 전화로 이 소식을 전해 듣고 곧바로 회사에 모습을 드러냈다.     


“일단 우리가 원치 않는 방향으로 지우가 드러나게 된 이상 급히 불을 꺼야 할 거 같습니다, 대표님!”     


가장 우려를 표한 건 역시 매니지먼트를 담당하고 있는 최준혁이었다.     


“급한 불을 어떻게 꺼야 한다는 말씀이죠?”     


기남이 침착하게 물었다.     


“아니라고 일단 부정해야지요.”

“사실인 걸 어떻게 아니라고 부정하잔 말인가요?”     


옆에서 눈치를 보던 재무 담당 유진현이 나섰다.     


“대표님! 일단 대중들 반응이 잠잠해질 때까지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러려면”

“아니요! 우린 정공법으로 나갑니다. 지우가 자폐증을 갖고 있다는 걸 인정하고 그럼에도 열심히 노력해 좋은 곡을 만들었다는 것에 포커스를 맞춰야 합니다.”

“대표님! 대중을 너무 믿으시는군요! 미친 듯이 열광하다가도 조금만 맘에 들지 않거나 낯설면 뒤도 안 돌아보고 돌아서는 게 바로 대중입니다!”

“저라고 그걸 모르진 않습니다! 지우가 제 처남이라 이러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대중들의 의식을 바꿔야 합니다.”

“어떻게요?”     


최준혁이 기가 막히다는 식으로 대응했다.

옆에서 눈치를 보던 유진현이 다시 나섰다.     


“대표님 의도는 충분히 압니다. 맞는 말씀이고요. 하지만 대중이란 집단은 절대 녹록지 않습니다.”

“해보지도 않고 어떻게 확신하죠?”

“...”     


둘이 할 말을 잃고 바닥만 내려다봤다.

기남이 말을 이었다.     


“제가 신문사에 직접 전화를 하겠습니다.”

“아닙니다! 대표님께서 하시면 가족이라는 이유로 무조건 불리해집니다. 제게 맡겨 주십시오!”     


유진현이 간절한 눈빛으로 기남을 향해 말했다.

그리고 바로 다음날 기사가 다시 쏟아졌다.     

<가수 지우, 그의 승리가 위대한 이유!>

<모든 자폐증 환자에게 희망이 된 가수 지우!>

<역경을 딛고 일어선 천재 가수 지우!>     

하루 만에 완전 반전이 된 데는 이유가 있었다.

유진현이 애를 쓴 것도 사실이었지만 그것보다 첫 번째 기사가 나간 이후 지우를 옹호하는 팬들의 전화가 라디오와 TV 방송국에 빗발쳤고, 일부 팬들은 직접 플래카드를 만들어 라디오와 방송국 앞에서 시위까지 벌였던 거였다.     

<가수는 노래로 인정받는 것이지 지능으로나 외적인 요소로 인정받는 게 아니다!>

<우리가 지우를 지켜야 하는 이유 열 가지! 그중 최고는 그가 능력 넘치는 음악인이라는 것!>

<가수의 조건을 새롭게 쓴 지우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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