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의 터널을 최선을 다해 빠져나온 우리들...
두 번은 없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아무런 연습 없이 태어나서
아무런 훈련 없이 죽는다.
-<두 번은 없다> 중,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하루의 터널을 최선을 다해 빠져나온 우리들...
패잔병처럼 여기저기가 상처투성이다.
온몸이, 온 마음의 뜰이 어수선하고 말씀이 아니지만 그래도 절룩거리거나 아픈 구석을 부여잡고 비틀거릴 수도 없다.
다들 아무 일 없이 빵빵 돌아가는데 혹여 나만 쪼다처럼 보이고, 핀트가 엇박자인 것처럼 보일까 봐
여전히 이등병처럼 각 잡고 서있어야 한다.
이성을 곤두세워 보려 하지만 데미지가 큰 하루는 결코 내게 이성을 찾아주지 않는다.
하루의 그림자를 대동하고 어찌어찌 내 작은 거처로 찾아들면 풀 먹인 이불 홑청에 물 뿌린 것처럼 각 잡혔던 영혼이 그제야 죽처럼 허물어진다.
이때만큼은 순간순간에게 쩔쩔맬 일도, 쓸개 빠진 인간처럼 눈꼴신 일에 고개를 끄덕일 일도, 누군가의 꼴값을 웃으며 화답해야 할 일도 없다.
이 놈의 쫀쫀한 삶은 이력이 붙을 만도 한데 우리의 하루하루는 난생처음 맞이하는 것처럼 늘 낯설고 버겁다.
세워 접은 무릎 사이에 얼굴을 묻고 나의 심장소리에 귀 기울인다.
혼자가 아닌 것처럼 든든하다.
얼마나 지났을까.
티밥처럼 하얀 희망이 쏘옥 머리를 내밀며 심장소리에 화답을 한다.
아직은 물방울 하나에 온몸이 스러질 티밥이지만 침묵의 시간이 지날수록 파파야나무 열매보다 더
단단한 껍질로 중무장이 될 것이다.
그리고 마저 시를 옹알이한다.
힘겨운 나날들, 무엇 때문에 너는
쓸데없는 불안으로 두려워하는가.
너는 존재한다-그러므로 사라질 것이다
너는 사라진다-그러므로 아름답다
미소 짓고, 어깨동무하며
우리 함께 일치점을 찾아보자.
비록 우리가 두 개의 투명한 물방울처럼 서로 다를지라도....
-<두 번은 없다> 중,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산골 다락방에서 배 동분 소피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