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인의 로망 내 집 짓기
귀농자의 로망 중 하나는 단연 내 집짓기일 것이다.
우리집 귀농 주동자인 초보농사꾼 역시 다르지 않다.
요즘 산골가족들이 머리 맡대고 고민하는 것의 으뜸은 집관련이다.
'전설의 고향세트장'인 오두막을 고쳐서 살지, 두드려 부수고 새로 지어야 할지 아님 옆에 손님방을 하나 덤으로 짓고 오두막은 그대로 쭉 가야할지에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우리야 오두막으로도 지낼만 하지만 손님들이 오면 여간 미안스러운 일이 아니다.
15평도 안되는 오두막에 손님들이 와서 1박을 하면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다.
자연이 준 소재인 흙과 나무로 겉치레와 상관없이 지어진 오두막이라 자고 나면 개운하고 제대로 숨을 쉬고 잔듯한 기분이 드는 그런 집이지만 주방도 따로 없고, 욕실도 난방도 안되는 그런 상황이라 손님들이 불편한 것이 사실이다.
귀농하고 솔솔하게 땅을 개간하고, 집주위 조경 조금하고, 마당 넓히고 하는데 귀농하면서 가져온 온 돈 중 많은 돈을 털어넣은 상태라 귀농 직후 좋은 집짓겠다는 꿈은 불씨 사그러들듯 스러진지 오래다.
그저 자연과 어우러질 수 있는 모습의 집만을 지어보자는 데만 합의한 상태.
그러니까 언제 짓느냐는 아직 생각할 여지가 없는 상태...ㅜㅜ
그런 저런 생각에 답답하여 마당에 섰다.
버릇처럼 하늘을 보니 아니? 나보다 먼저 새들이 집을????
얼마 전부터 까치가 그리도 바삐 돌아다니더니 나모르는 사이 제 집을 저리도 단아하게 지어놓은 것이었다.
자연소재로 자연과 어울리도록.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대충 얼기 설기 지은 것이 아니다.
거의 같은 길이로, 거의 같은 굵기의 나뭇가지와 새털 등을 쌓아올린 것이 그리 정스러울 수가 없다.
자연에서 모든 지혜를 얻으면 틀림이 없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가슴에 각인하는 순간이었다.
귀농 주동자인 초보농사꾼이 하도 집 때문에 고민을 하니 자연의 모습과 어우러지는 집을 지으라고 아마도 시범을 보인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까치에게 말했다. 우리도 그렇게 너희집과 비슷한 집을 짓고 싶다고..
자연과 어울리는...
저 포근한 집엔 몇 개의 알이 들어있을까 궁금하여 한 번 올라가보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이다.
그러다 혹여 산모가 놀라고 새끼들이 놀라면 그 또한 자연의 균형을 깨는 것이니 그대로 방치하는 것이 도와주는 거라는 생각에 이르자 그리 궁금하던 생각이 싹 가신다.
까치가 우리 귀농 부부에게 시범을 보여주었으니 욕심부리지 말고 자연에 순응하는 모습으로 일을 진행하면 되리.
집이 사람을 위해서 있는 것이지, 사람이 집을 위해 있는 것은 아니니까.
(이 글은 2002년에 쓴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