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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phia p Oct 19. 2020

쉬운 동양 철학 2

손자 VS 오자

사마천의 <<사기>> <손자 오기 열전>에는 손자의 승리 방정식에 대한 흥미로운 사례 하나가 등장한다. 손자를 만난 오나라 군주 합려는 군대의 지휘권을 놓고 그의 병법을 시험해보려 한다. 그러자 손자는 합려에게 총애를 받고 있던  명의 궁녀를  편의 대장으로 삼고 그녀들에게 창을 들게 하고 군령의 내용을 가르쳐 주었지만 궁녀들은 그의 명령을 비웃고 있을 뿐이었다. 마침내 그는 합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대장 역할을 하고 있던  명의 궁녀 목을 베어버렸다. 그러자  자리에 있던 모든 궁녀들은 손자의 군령에 따라 움직이게 되었다. 손자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그의 병법의  가지 특징을 다음과 같이 추론해볼  있다. 첫째, 손자는 조직과 군령을 무척 중시했다. 둘째, 그는 전쟁에서 승리하는  장수의 자율성을 긍정하고 있다. 그래서 그는 군주의 권위도 수용하지 않았던 것이다. 셋째, 그는 군인들로 하여금 장수의 명령에 의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도록 만드는 형세를 조성하려고 했다.

손자의 병법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셋째 측면  것이다. 첫째와 둘째 측면이 장수가 군인들을 일사불란한 시스템에  들어가도록 만드는 것이라면 셋째 측면은 최종 목적에 해당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구체적으로 손자병법의 핵심이라고   있는 시스템, 혹은 세의 문제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자. 손자에게 형세,  세란 군사들이 장수의 명령에 따라 죽음을 불사하고 전쟁에 임할  있는 무형의 조건을 가리키는 것이었다고   있다. 손자는 형세를 설명하기 위해  길이나 되는  위에서 둥근돌을 굴리는 것을 비유로 들었다. 나무나 돌은 편안한 곳에 있으면 전혀 굴러가려고 하지 않고 모가 나면 굴리기 힘든 법이다. 물론 여기서 나무와 돌은 장수에게 맡겨진 군사들을 비유한 것이다. 그렇다면 훌륭한 장수는 어떤 역량을 가지고 있어야 할까? 첫째, 나무나 돌을 모가 없이 둥글게 만들어야 한다. 이것은 군사들이 자신만의 자율성을 유지해서는  되고, 전체 군대의 조직 속에 녹아들어 가도록 해야 한다는 것을 말해준다. 둘째, 나무와 돌을 낮고 편안한 곳이 아닌 높아서 위태로운 곳에 놓아두어야 한다. 이것은 군사들이 용감하게 싸우지 않을  없는 불가피한 조건을 만들어놓아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간과해서는   점이 있다.  아래에서 군사들이 어떤 의식을 갖게 되는가라는 문제이다. 손자의 방법에 따르면 군사들은 적보다 자신의 지도자가 내리는 법령을  무서워한다. 결과적으로 그들은 일체의 자의식을 버리고, 장수와 혼연일체가 되어 움직이는 것이다. 이렇게 장수와 하나의 유기체가 되었을 때라야, 그들은 전투를 수행할  평상시와 다른 용사로 거듭나게 되고 예상치 못한 승리를 달성하게  것이다. 돌은 어디에 위치하고 있느냐에 따라 생각지도 못한 힘을 발휘한다. 사람도 마찬가지 아닌가? 결국 중요한 것은 자연과 사회에서 높은 자리와 낮은 자리라는 일종의 위계성이 존재하고 있다는 발상일 것이다. 물론 사회의 경우 높은 자리와 낮은 자리라는 위계성은 미리 존재한다기보다는 인간이 조성하는 것이라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조성된 위계성은 마치 한번 융기한 산맥처럼 쉽게 완화되거나 해소되기 힘든 법이다.

공자는 형벌이 행하는 국가 질서보다는 효도로 상징되는 가족질서를  중요시했다. 공자가 국가 질서를 폐기해도 된다고 주장했던 것은 아니다. 부모와 자식 간의 가족질서가 회복된다면,  가족 안의 어떤 구성원도 국가 질서를 어기는 범죄를 저지르지 않을 것이라고 공자는 확신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공자의 청치 철학을 전쟁에 이용한 색다른 전쟁 이론가가 등장했다는 점이다. 그가 바로 오자라는 인물이다. 그는 공자 제자였던 증자에게서 유학사상을 배웠던 인물이다. 바로 이점이 중요하다. 공자에게서 받은 철학적 영향이 오자의 전쟁이론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오자는 어떤 승리 방정식을 제안했을까? 그는 병졸들에게 자애로운 장수가 승리를 결정한다고 말했다. 오자는 장수의 자애로움만이 군사들의 자발적 복종을 유도할  있고, 결과적으로 강력한 군대를 만들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가족과 같은 자발적인 군대를 꿈꾸었던 오자의 견해는, 사적인 관계를 군령과 세로 무력화시키려고 했던 손자의 병법과는 확연히 대조된다고   있다. 오자의 전쟁 이론이 공자의 덕치 이론을 닮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손자 오기 열전> 보면 오자가 장군의 신분임에도 병졸들과 동고동락을 같이 했다는 에피소드가 등장한다. 심지어 그는 어느 병졸의 종기를 직접 입으로 빨기까지 했다고 전해진다. 병사들의 입장에서 오자의 이런 행동은 지금까지의 지휘관들이 보여준 것과는 분명히 다른 것으로 비쳤을 것이다. 이전의 지휘관들은 고급스러운 옷을 입고 좋은 음식을 먹으며, 이동할 때에는 마차나 말을 탔고 포근한 침대에서 잠을 잤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자는 이런 장군의 특혜를 모두 거부하고 스스로 몸을 낮추어 병사들과 동고동락했던 것이다.

물론 이것은 오자의 천성이 선해서라기보다는 병사들의 자발적 복종을 유도하여 자신이 통솔하고 있던 군대의 전투력을 극대화하려고 그런 전략적인 행동을 취했던 것뿐이었다. <손자 오기 열전> 보면 오자의 속내를 간파한  다른  사람이 등장한다. 그는 바로 오자가 직접 종기를 빨아주었다는 말을 듣고 통곡한  병졸의 어머니였다. 병졸의 어머니는 자기 아들이 장군의 정성에 감복해 목숨을 내던지고 싸우리라는 것을 직감했던 것이다. 그러나 어찌하겠는가. 그녀의 아들은 오자의 애정에 감동하여 불나방이 모닥불에 뛰어들듯, 적진에 뛰어들 테니 말이다.

손자의 병법에서는 김정은의 공포정치가 생각났다.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을 죽임으로써 공포감에 휩싸이게 하여 국가 원수에 대항하면 죽는다고 통치자를 두려워하게 하여 억압적으로 말을 듣게 하는 것이다. 이것은 겉으로는 자발적으로 보여도 타율적인 통치 방식이다. 결국 기회만 있으면 탈출하려고  것이다.

오자의 병법에서는 전에 강의차 방문했었던 문산 전진 수색 대대의 김원일 대대장님이 떠올랐다. 자신을 아버지라고 부르도록 하고 휴가 나가면 아버지께 전화하라고 하신다. 장병들은 실제로 휴가를 나가서 대대장님께 “아버지!”라며 전화를 걸었다. 하루는 강의차 방문을 했는데 대대장님이 몹시 피곤해 보이셨다. 연유를 물었더니 전날 병사들과 GDP 수색을 하고 한숨도   상태로 인사를 하러 오셨단다. 식사도 장병들과 같은 식단으로 함께 하셨다. 대대장님이 그렇게 솔선수범하시니 병사들의 사기가 진작될 수밖에 없어 보였다. 그게 선한 마음에서 나온 것이든 아니든 간에  같아도 그런 대대장님을 모시고 있다면 목숨 바쳐 싸울  같다.


손자 초상화



참고 서적: 강신주 철학 vs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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