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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피아윤 Aug 04. 2024

관계의 어려움




사람을 처음 만날 때 난 외모를 많이 본다.

예쁘거나 잘생기거나 뭐 이런 게 아니라, 사람을 대하는 태도나 마음가짐, 그 사람의 성격이 옷차림새나, 화장하는 법, 제스처, 앉아 있는 모습 등에서 많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개인의 취향이니 옳고 그름의 잣대를 들이댈 수는 없지만 수많은 데이터가 쌓이다 보니, 최소한 나랑 잘 맞지 않는 사람이겠다 하는 것은 직관적으로 느껴진다.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일지도 모르나,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에서는 크게 틀린 적이 없다.


한동안은 모든 사람들과 잘 지내보려고 한 적이 있다.

내가 잘하면 되지, 내가 조금 더 노력하면 되겠지.. 했었는데, 결국 좋지 않은 상황이 많이 생겼다.

그런 경험을 몇 번 반복된 후에는 나랑 잘 안 맞는 사람들과는 의도적으로 거리를 둔다. 나와 결이 잘 맞는 사람에게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쓰는 것이 현명하다는 생각에 그 선이 더 뚜렷해지는 중이다.

우선 첫 만남에 칭찬을 너무 많이 하는 사람은 피한다. 표정이 가식적이거나, 옷차림이나 화장이 너무 진한 사람도 피한다. 초면에 말이 너무 많은 사람도 겪어보니 구설수에 휘말리게 되어 조심한다. 나와는 큰 트러블 없이 잘 지낼 수 있어도, 주변이 소란스러우면 지인인 내가 어쩔 수 없이 겪어내야 하는 상황을 이제는 피하고 싶다. 이러니.. 나이 들면 인간관계가 좁아진다고 하는 건가... 

나의 소중한 시간을 소모적인 데 쓰고 싶지 않은 마음이 너무 크다.


그 이외에 그 사람의 환경이나, 직업 등 소위 말하는 스펙 따위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대신 나와 환경이 많이 다른 사람들을 만날 때는 행여나 실수하는 상황이 생길까 봐 많이 조심하게 된다.

나는 원래 지나칠 정도로 솔직한 사람이었다. 어떨 땐 나의 솔직함이 상대방을 당황하게  만들고, 의도치 않는 경솔한 말을 내뱉는 경우도 생겨서 처음 만나는 자리에는 상대방을 많이 관찰하는 버릇이 생겼다. 어느 정도 그 사람에 대한 맥락이 형성된 후에 내 이야기를 하는 것이 나름 터득해 낸 관계 맺음이다.


이렇다 보니 요즈음은 내가 속해 있는 독서모임이나  글쓰기 모임 같은 커뮤니티의 공간이 소중하다.

이 공간은 서로 목표도 비슷하고, 같은 미션을 실행하면서 서로 공감과 위로와 응원을 해주니 저절로 관계가 돈독해진다. '내가 이런 사람이야' 하는 가식적인 사람도 없고, 대부분 자기 객관화가 잘 되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보니 타인에 대한 배려와 존중도 넘쳐난다. 사회에서 잘 만나지 못한 관계의 배고픔이 여기서 어느 정도 해소되는 것도 같다. 나에겐 없던 친구들이 갑자기 많이 생긴 느낌이랄까. 

꼭 살을 부대끼고, 얼굴을 마주 보지 않아도 생각과 마음을 이렇게 깊이 나눌 수 있는 경험으로 인해

관계의 소중함을 또 느끼게 된다. 이렇게 또 너무 쉽게 관계를 잘 맺는 나를 보면서 관계를 너무 어렵게만 생각했나? 이런 생각도 다시 해본다. 그래서 함부로 정의 내리기 어려운 것 또한 관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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