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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피아윤 Aug 04. 2024

숨은 그림 찾기

나의 롤모델

내가 롤모델이 있던 적이 있었던가?

특이 한 건지, 건방진 건지, 난 아직도 롤 모델이 없다. 길을 가다가 조그만 꼬마가 더 쪼끄만 동생을 데리고 가는 두 손을 보며 '아, 저 아이의 마음이 오늘의 내 마음의 그릇보다 더 크구나..'느끼게 되고, 아침에 읽은 책 한줄이 와닿은 날이면, 하루 종일 그 단어를 붙잡고 내 인생을 돌아본다. 수학을 좋아하는 나는 논리적인걸 좋아하고 풀수 있는 정답이 있는 것을 좋아한다. 풀지못했던 문제를 몇날 몇일 껴안고 마침내 문제의 고통에서 해방 되었을 때 그 고통보다 몇 배는 더 강렬한  카타르시스의 중독으로 나는 또 다른 문제를 맞이한다. 누군가의 도움을 받거나 해답지를 활용하면 훨씬 빨리 풀 수 있을지는 몰라도 해결의 상자를 열때의 기쁨과 전율은 느끼지 못할것이다. 


이런 버릇 때문인지, 인생을 살면서도 누군가의 삶 자체를 정답으로 삼거나 따라가려고 하진 않았다. 가끔은 성공한 사람이나, 평범해 보이는 듯 해도 성과를 크게 만들어 내는 사람들을 보면  본받고 싶고 따라하고 싶은 생각은 많이 하게된다. 하지만  그들의 삶과 나는 일치된 삶을 살 수 없고, 표면적으로 보이는 그들의 삶보다 나의 눈으로 재해석 된 그들의 존재가 더욱 크고 빛나기에  결국 나의 로망은 실체가 아닌 내 마음이 투영된 것임을 깨닫고 내 마음의 울림에 집중하며 나의 길을 만든다.


그렇게, 하루 하루 인생의 문제를 풀어나가는게 또 재밌다. 수학과는 다르게 오늘의 정답이 내일은 달라지기도 하고 어제의 1등급 문제가 오늘은 넌센스 퀴즈로 바뀌기도 하는  변화무쌍한 세상에서  올곧은  길을 가는 것 자체가 무의미함을 느낀다. 인생은 직선일까? 시간의 흐름대로라면 직선일지 모르나 일정한 반복 속에서 매 순간 다른 경험을 하게되는 나선형인 삶을 살고 있는 것 같다. 매일 똑같은 일상을 보낸다고 하더라도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는 다르니까 말이다. 어쩌면 나무에 나이테가 생기듯 우리 삶도 매일 조금씩 나이테를 새기며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오늘 내가 만나는 사람들 속에서 오늘의 새김을 찾고, 수많은 이야기 속에서 내 행동의 의미를 찾을때 나는 더 크고 단단한 나무가 되어가지 않을까? 오늘 무심코 한 말이 나비효과가 되어 내 인생 전체를 흔드는 큰 목표 될 지도 모르고, 사소한 하루의 생각들이 쌓이고 쌓여  피보나치 수열처럼 유기적으로 연결될때 미처 계획하지 못한 원대한 꿈이 또 생길 수도 있겠지. 일상의 나에 더 집중하고, 사소함에서 교훈을 찾는 일, 매 순간의 소중함을 잊지 않는 습관이 되도록 그렇게 나는 매일  숨은그림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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