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의 문을 열며

기회의 시간이 흐른다

by 진정

새해는 언제나 그렇듯, 그 시작을 맞이하는 순간부터 특별한 의미를 품고 다가온다. 그것은 단순히 달력이 바뀌는 것 이상의, 어떤 깊은 심상과 다짐을 불러일으키는, 그 자체로 하나의 상징적인 사건이다. 새로운 날, 새로운 시작, 새로움에 대한 희망과 설렘이 공존하는 시간. 그것이 새해라는 이름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새해의 첫날, 나는 언제나 그 시각을 기다린다. 눈을 감고 몇 분을 더 지나고 나면, 그 모든 것이 지나간다는 느낌이 든다. 시간은 그저 흐를 뿐인데, 우리는 그 흐름 속에서 매 순간을 더 의식하고 다짐하려 한다. 새해가 시작되면, 그 순간의 기분이 특별하다. 한 해를 마감하고 새로 시작하는 그 느낌, 과거의 나와 미래의 내가 잠시 연결되는 그 순간, 나 스스로가 새로운 사람처럼 느껴진다. 지나간 12개월, 그동안 나와 함께 했던 모든 순간들이 그 순간에 밀려와 나를 잠시 덮친다. 그때 나는 생각한다. 무엇을 위해 이렇게 살아왔던가. 무엇을 위해 앞으로 살 것인가. 그런 질문들을 새해의 첫날, 내 안에서 꺼내본다.


새해는 무엇보다 마음속의 다짐을 새롭게 한다. 우리는 새해가 오면, 다가오는 시간에 대한 기대감을 가슴에 품고 어떤 결심을 내린다. 나 자신을 위한 결심, 나와의 약속. 이 결심들이 결코 간단히 이루어지지 않음을 알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다짐을 한다. 마치 그것이 새해의 신비로운 힘이라도 되는 것처럼. 그 다짐은 아주 작은 것부터 시작된다. 매일 일찍 일어나기, 적당히 운동하기, 더 많은 책을 읽기. 또 어떤 사람들은 큰 목표를 세운다. 여행을 떠나기, 직장 내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기, 혹은 자신을 더 많이 이해하는 시간을 보내기. 그런 다짐들을 새해 첫날에 말로 꺼내놓으며, 그것이 이루어질 것처럼 믿는다.


그러나 현실은 언제나 다르다. 우리가 세운 목표들은 언젠가 흐려지고, 세운 다짐은 종종 멀어지곤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년 새해가 되면 우리는 또다시 그 다짐을 새롭게 한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인 걸까. 끝없이 반복되는 결심과 그 이행을 향한 노력, 그 안에서 우리는 자신을 찾아간다. 내면의 변화를 위해, 사회적 관계 속에서의 성장을 위해, 아니면 그저 하루하루를 의미 있게 살기 위해 우리는 계속해서 새해를 맞이하고, 새롭게 시작하는 마음을 품는다.


새해의 첫날, 나는 종종 과거를 돌아본다. 지난 한 해, 나에게 어떤 일이 있었던가. 나는 어떤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며, 어떤 경험을 했던가. 그 순간들 중에서 어떤 것이 나에게 깊은 영향을 주었을까. 그 모든 것들이 나를 지금 이 자리에 있게 만든 이유를 생각해 본다. 우리는 과거를 돌아봄으로써 비로소 새로운 시작을 준비할 수 있다. 그러니 새해가 오면, 잠시 멈추어 서서 과거를 돌아보고, 그 안에서 배운 것들을 다시 꺼내어 본다. 어떤 것들은 오래된 기억 속에 묻어두고 싶어지고, 어떤 것들은 여전히 내 마음속에서 살아 숨 쉬며 내 삶의 방향을 잡아준다.


새해는 또한 무수히 많은 변화의 순간들을 내포하고 있다. 매년 새해가 오면 우리는 그 변화의 가능성을 한껏 느낀다. 어떤 사람은 새로운 직장을 시작하고, 어떤 사람은 사랑을 찾고, 또 다른 사람은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시도하기도 한다. 변화는 때로 두렵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 안에는 무언가 새롭고, 신선한 가능성들이 숨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래서 새해의 시작은 언제나 설렘과 긴장을 동시에 안고 있다. 어떤 변화를 맞이할 것인지, 어떤 기회를 잡을 것인지. 그 모든 것이 새해의 문을 여는 순간, 내 안에서 불안과 희망이 함께 어우러지는 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변화만큼 중요한 것은 ‘지금’을 살아가는 것이다. 새해를 맞이하며 우리는 새로운 목표와 꿈을 세우지만, 그 모든 것들이 지나간 후에도 계속해서 중요한 것은 현재에 집중하는 것이다. 우리는 매일의 삶 속에서 어쩌면 가장 중요한 순간들을 놓치고 있을지도 모른다. 지금 이 순간, 지금 여기에서의 나와의 관계, 그리고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소중히 여기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걸 깨닫는 것만으로도 새해의 진정한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새해가 되면 사람들은 자신에게 다짐한다. "올해는 더 잘 살자, 더 열심히 살자, 더 나은 사람이 되자." 그리고 그 다짐 속에서 우리는 조금 더 나은 사람을 꿈꾸며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하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그 다짐이 아니라 그 다짐을 이루는 과정이다. 과정 속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나 자신을 마주하고, 그 마주침 속에서 성장하며, 결국 그 과정이 삶을 의미 있게 만든다. 새해가 끝날 때까지, 우리는 그 과정을 계속 이어간다. 그리고 그 과정이 끝날 무렵, 우리는 다시 새해를 맞이한다. 그 새로운 해가 또 어떤 의미를 가지고 우리에게 다가올지 모르겠지만, 중요한 건 매년 새해가 올 때마다 우리는 더 나은 내가 되어 가고 있다는 것이다.


새해의 시작은 항상 새로운 기회와 가능성으로 가득 차 있다. 우리는 그 기회를 잡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그 기회 속에서 중요한 것은 우리가 어떤 태도로 그 기회를 맞이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새해는 결국 내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드는 계기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새해가 우리에게 무엇을 가져다줄지, 무엇을 얻을지보다는 내가 그 안에서 어떤 사람이 되어 가느냐는 것이다. 시간이 흘러가고, 한 해가 지나가도, 그 시간 속에서 나를 잃지 않고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려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면, 그 어떤 해도 나에게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새해를 맞이하면서 나는 그저 일 년을 채우기 위한 계획들을 세운다. 그러면서도 나는 이 모든 계획이 내가 살아가는 방식에 대한 고민의 결과임을 알게 된다. 새해가 지나고, 내일이 오고, 또 내일이 지나면, 그때 나는 다시 나에게 물어볼 것이다. “지금 나는 어떤 사람으로 살고 있는가?” 매년 새해마다 우리는 그 질문을 되새기며, 또다시 그 해를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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