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모로코, 포르투갈 여행 (10월 9일~10월 20일)
1일 차 인천공항, 그리고 두바이 공항과 바르셀로나
우리 부부는 스페인, 모로코, 포르투갈 9박 12일 일정을 가기 위해 10월 9일 저녁 6시쯤에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두 시간 후 미팅시간이라서 제1터미널 4층 한식집에서 저녁으로 돌솥비빔밥을 먹었다. 아무래도 열흘정도 한국을 떠나 있으면 한국음식이 그리울 듯해서 정한 메뉴이다. 역시 뜨근한 밥에 여러 가지 나물을 넣은 돌솥 비빔밥은 맛이 좋았다. 3층으로 내려와 K17옆쪽에서 기다리면서 주변 사람들을 살폈다. 다들 여행 떠날 준비에 약간은 흥분이 되어 있는 것 같았다. 8시 미팅시간에 가이드를 만나 설명을 듣고 줄을 서서 40분을 기다려 캐리어 두 개를 부쳤다. 이후 검역대를 거쳐 시간도 보낼 겸 *벅 가서 주스와 커피 그리고 샌드위치를 사서 맛있게 먹으며 쉬었다. 11시쯤 가이드에게 탑승권을 받아 D탑승구로 들어가 비행기 좌석에 앉았다. 그곳엔 학생 같은 체구의 여성이 책을 보고 있었다. 새침하게 보였지만 웃으며 말을 잘했다. 2년은 말레시아 항공에서 10년을 두바이 에미레이트 항공에서 스튜어디스로 일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에 계신 부모님을 뵙고 가는 길이라면서 피곤했던지 담요를 둘러서 내내 잠을 자는 모습을 보니 안쓰러웠다. 작은 체구에 그녀가 감당할 삶의 무게를 생각하니 친딸을 보는 것처럼 마음이 측은했다. 두바이 항공에서 4시간을 기다려 스페인 바르셀로나로 입국했다. 서울에서 두바이까지 걸리는 시간은 9시간 정도, 두바이에서 4시간 기다리고 다시 바르셀로나로 가는 시간이 7시간이 걸렸다. 우리는 기내 식사를 총 4번을 하였다. 요즘 기내식은 맛이 좋았다. 특히 에미레이트 항공사 스튜어디스 분들의 친절함이 기분 좋게 만든다.
2일 차 가우디 구엘공원과 성가족 성당
밤새 비행기를 타고 8시간의 시차를 극복하며 10월 10일 오후 1시 30분에 간 곳은 스페인 구엘 공원이다. 이번에 전국각지에서 모인 31명의 여행객과 한국가이드 1명 현지 가이드 1명 그리고 로컬 가이드까지 34명이 움직였다. 아직 시차도 극복하지 못한 상태였기 때문에 비몽사몽으로 가이드의 설명을 듣고 이동했다. 그래도 구엘 공원은 10여 년 전에 다녀간 곳이고 유명한 가우디가 설계하고 이미 많이 알려진 장소였기 때문에 편안한 마음으로 보게 되었다. 구엘 공원(Park Guell)은 1984년 유네스코 세계 유산에 등재되었고, 가우디의 상상력과 자연미가 완벽하게 결합된 동화 같은 공원이다. 구엘 공원은 '고급 주택단지 프로젝트'로 시작되었다고 한다. 구엘이 자연과 예술이 어우러진 이상적인 마을을 꿈꾸며 설계를 맡겼으나 분양이 잘 되지 않았다. 주택은 단 두채만 지어지고 부대시설 공사로만 마무리가 된 상태로 공원이 되었다. 건물이나 시설이 자연을 그대로 형상화했다는 것이 상당히 놀라웠다. 커다란 타원형 광장을 파도모양의 긴 벤치가 감싸고 있다. 모두 깨진 타일 조각을 이어 만든 '트렌카디스'기법으로 장식되었다. 이날은 날씨가 좋아 탁 트인 공간에서 바르셀로나 시내 전경과 지중해 풍경을 내려다볼 수 있어 기분이 좋았다. 내려오면서 구엘공원의 시그니처 도마뱀 앞에서 사진을 찍고 양쪽 건물(관리소, 기념품점)을 두고도 사진을 찍었다. 광장을 떠받치고 있는 86개의 거대한 돌기둥이 무척 신기했다. 당시에 이런 상상력으로 건축설계를 하고 후세에 위대한 선물로 남겨준 가우디의 천재성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우리는 가우디의 또 다른 멋진 작품인 성가족 성당을 보기 위해 출발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가우디 성가족 성당(Sagrada Familia)은 세계에서 가장 독창적이고 상징적인 성당 중 하나이다. 미완성의 성당은 건축가 가우디의 서거 100주년을 기념으로 2026년에 최종 완공을 앞두고 있다. 주요 외관 3개의 예수의 생애를 담은 동쪽의 탄생 피사드는 푸른색과 초록색 계열로 아침의 평화와 생명을 상징한다. 서쪽의 수난 피사드는 붉은색과 주황색 계열로 저녁의 희생과 사랑을 상징한다. 그리고 영광의 파사드가 있다. 우리는 큐알코드를 찍고 개별 입장을 하였다. 여기저기 다니면서 시진을 찍느라 정신이 없었다. 높은 건물에 색감의 환상적인 조합은 입이 쩍 벌어진다. 많은 사람들을 헤집고 다니면서 셔터를 눌러댔다. 내부 스테인드글라스 빛의 변화에 따라 오후 3시~5시에 더욱 멋진 모습이 된다고 하여 그 시간에 맞추어 입장을 하도록 했나 보다. 제단 위에는 공중에 떠있는 듯한 그리스도 십자가가 있다. 그 아래에는 가우디의 무덤이 있고 천정은 별처럼 빛나는 돌무늬가 새겨져 있다. 성당을 설계한 가우디는 생전 마지막 15년을 현장에서 지내고 살았다고 한다. 옆에 가우디 박물관에는 성당의 모형, 설계도, 미완성 작품 등이 전시되어 그의 천재성을 보여주고 있다. 성가족 성당은 단순히 건물이 아니라 자연, 수학, 빛, 신앙이 어우러진 하느님께 바치는 예술로 평가받고 있다. 주변을 더 둘러보고 가이드가 반대 방향으로 나오면 된다고 알려 주어 그곳으로 나갔다. 볼거리들이 상당히 많았지만 화장실이 급해서 나왔고 바깥쪽에서도 성가족 성당을 찍는 분들이 무척이나 많았다.
일정을 마치고 저녁으로 볶음밥 빠에야를 먹었다. 빠에야는 스페인을 대표하는 전통요리로, 주로 쌀을 주재료로 하고 다양한 재료를 넣어 넓고 얕은 팬에서 조리한다. 원래는 발렌시아 지역에서 시작된 요리이며, 농민들이 들판에서 간편하게 조리해 먹던 음식이 발전한 것이라고 한다. 넓고 얕은 팬에다 쌀과 육수, 올리브유, 사프란 등을 넣고 불에서 한 번에 요리한다. 재료를 너무 많이 섞지 않고, 바닥에 약간 눌어붙게 해서 고소한 소카리트를 만드는 것이다. 소카리트란 팬 바닥에 생기는 살짝 탄 듯 쌀로, 스페인 사람들은 이 부분을 가장 맛있다고 여긴다. 해산물 빠에야라면 신선한 새우, 홍합, 조개가 들어 있는지 확인하고, 고기 빠에야라면 닭과 토끼고기, 혹은 소시지가 들어 있는지 확인하면 된다. 거기에 레몬 조각을 뿌려 먹으면 훨씬 맛있게 먹을 수 있다. 가벼운 샐러드나 스페인 와인과 함께 먹으면 더 좋다. 빠에야는 기름과 양념이 강해 천천히 맛을 음미하며 먹는 것이 좋다. 그날 먹었던 빠에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해산물이 더 풍부하게 들어갔더라면 하는 아쉬움과 야채와 토마토까지 있었으나 뭔가 2% 부족한 맛이었다. 예전에 맛있게 먹었던 빠에야 그 맛이 그리웠다.
3일 차 람블란스 거리와 몬세라트 수도원
전날 까사밀라 건물을 보려고 했으나 시간이 여의치 않아 오전에 발렌시아 거리에 있는 그곳으로 갔다. 가우디의 까사밀라(Casa Mila)는 바르셀로나의 대표적인 건물 중 하나로 안토니 가우디의 천재적인 건축 감각을 잘 모여주는 작품이다. 건축 연도는 1906년~1912년으로 스페인어로 라 페드레라 '돌채석장'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1984년 유네스코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건물의 특징은 파도처럼 유기적이고 부드러운 곡선으로 이루어져 있다. 석회암으로 덮인 외벽이 마치 살아있는 생물처럼 느껴졌다. 게다가 창문, 발코니, 기둥, 계단 모두 자연의 곡선과 형태를 모방했다고 한다. 건물 전체가 하나의 자연과 생명체를 상징한다고 히니 가우디는 상당히 자연친화적이다. 물결 모양의 외벽은 바다, 옥상 조형물은 하늘과 자유, 내부구조는 자연의 질서와 조화를 표현한다. 당시 이 건물에 대해 '괴상하다'는 비난을 받았지만 지금은 세계적인 건축 예술의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우리는 가이드의 설명을 듣고 건물이 잘 나오도록 사진을 찍고 버스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콜럼버스 동상과 람블란스 거리로 향했다. 콜럼버스 동상 뒤쪽에 모여 인원체크를 한 후에 몇 가지 주의사항을 숙지하고 우리는 흩어졌다. 자유시간인 셈이다.
콜럼버스 동상을 등지고 5분 정도 가면 레이얼 광장과 구엘 저택이 있고, 10분 정도 더 가면 보케리아 시장이 있다. 보케리아 시장은 현재는 밀집된 상가로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지만 세인트 요셉 수도원 앞마당이었다고 한다. 람블라스 거리 바닥에는 "얕은 샘물 물가"를 의미하는 복선 물결치는 모양을 볼 수 있다. 우리 몇 사람은 물결무늬를 밟으며 보케리아 시장 부근에 있는 *벅을 가기 위해 한참을 걸어갔는데 화장실을 가기 위해서였다. 시장에 들어가서 잠깐 과일 가게를 둘러보았을 때 납작 복숭아가 눈에 확 들어왔다. 너무 많이 사기는 짐이 될 것 같아서 4개만 달라고 있더니 7유로 정도를 받았다. *벅에서 커피를 시키고 화장실에 가서 납작 복숭아를 깨끗이 씻었다. 세부부께 하나씩 드리고 우리는 복숭아를 맛보았다. 산티아고 순례길에 먹었던 그 맛이 배어 있어 행복했다. 부지런히 커피를 손에 쥐고 콜럼버스 동상을 향해 걸어갔다. 주변에 구경할 것들은 많았지만 시간이 부족해서 몇 개의 마그넷을 사고 급히 갔다. 아쉬웠던 점은 콜럼버스 동상을 앞에서 제대로 못 보고 뒤에 사진을 찍은 것이다. 나중에 이 부분에 대해 가이드에게 조언했다.
다음 갈 곳은 바르셀로나 근교 몬세라트 수도원 (Monasterio de Monterrat)이다. 약 1025년경에 설립되었으며 산꼭대기에 자리한 카탈루냐의 성모마리아 순례 성지이다. 몬세라트 산은 이름 그대로 톱니처럼 울퉁불퉁한 기암괴석으로 유명하다. 스페인 사람들은 이산을 '하느님의 손이 빚은 조각품'이라 부른다. 자연경관이 장엄하고 날씨가 맑을 때는 멀리 지중해까지 한눈에 보인다고 한다. 선택관광을 신청한 사람들은 올라갈 때 열차를 타고 내려올 땐 케이블카를 타면 관람하기가 편하다. 하지만 그것을 안 할 경우에는 버스를 타고 이동을 하다 보면 제대로 관람을 하기가 어려우니 가이드는 되도록이면 옵션을 선택해 달라고 부탁했다. 수도원에 올라가서 사진을 찍고 구경을 하는 건 자유이지만 수도원 내부를 들어가려면 다시 돈을 내야 하고 시간이 많이 걸린다. 10여 년 전에 왔을 때는 수도원에도 들어가고 성당에도 들어가 검은 성모님 상을 만져보는 행운도 갖었는데 많이 달라진 듯해서 아쉬웠다. 그래도 밖에서 많은 사진들을 찍고 예쁜 곳들을 찾아다니며 흔적을 남겼다. 큰 바위들로 떠 받혀진 몬세라트 수도원의 웅장함과 높이에 감탄을 하였다. 하늘과 가장 가까운 성지라는 생각이 들었고, 많은 사람들의 살짝 흥분된 미소를 감지하게 수도원에서의 시간들이 흘러갔다. 수도원 관광을 마치고 4시간을 달려 숙박지 발렌시아에 도착했다. 오후에는 거의 종일 비가 내렸다. 저녁을 먹은 후 몇 사람은 근처 슈퍼를 찾아갔다. 필요한 것들과 먹을 것들을 사기 위해서이다. 우리는 그리 비싸지 않은 와인을 세병이나 골랐다. 따로 마트를 가기는 어려울 듯해서 욕심을 부렸다. 이날 발렌시아가 하천이 범람하여 호텔 엘리베이터가 되지 않았다.
4일 차 알함브라 궁전(Alhambra) 헤네랄리페(Generalife) 정원
발렌시아 호텔 조식 후 5시간 걸려 그라나다로 가는 차 안에서 가이드의 설명이 자주 있어서 지루하지 않게 이동하였다. 이슬람 건축의 최고 걸작이자 그라나다의 상징인 알함브라 궁전과 헤네랄리페 정원을 보기 위해서이다. 이 두 곳은 이슬람 문화와 스페인 왕국의 역사가 만나는 곳이다. '유럽 속에 천국 정원'이라 불릴 만큼 아름다운 유산으로 칭한다. 알함브라 궁전은 13세기 무렵, 이슬람계 나스르 왕조가 수도를 그라나다로 옮기면서 왕의 거처를 세운 궁전이다. 1492년 페르난드와 이사벨라가 그라나다를 정복하며 700년간 이어진 이슬람 통치가 끝나고, 스페인 통일이 완성되었다. 이후 궁전은 기독교 왕들이 사용하면서 이슬람 문화와 기독교 문화가 공존하는 독특한 예술 양식을 이루게 되었다고 한다. 알카사바 군사 요새는 알함브라 단지에서 가장 오래된 부분으로 왕궁을 지키는 요새이다. 높은 망루 '벨라 탑'에 오르면 그라나다 시내와 시에라네바다 산맥의 절경을 볼 수 있다. 나르스 궁전은 알함브라의 핵심이자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알려져 있다. 섬세한 아랍식 문양, 천장의 기하학적 무늬, 물의 반사 등 이슬람 예술의 절정을 보여 준다.
카를로스 5세 궁전은 르네상스 양식으로 지은 별궁이다. 알람브라의 이슬람 양식과는 대비도는 유렵식 대리석 원형 건물로, 안달루시아 예술의 시대적 변화를 느낄 수 있다. 내부에는 알람브라 박물관이 있어, 역사와 유물을 관람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 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고 문화재 훼손 문제로 유료이거나 외향만 볼 있으며 내부 관람하기는 어렵다. 헤네랄리페(Generalife) 정원은 알람브라 궁전 옆 언덕에 자리하며, 왕의 여름 별궁이자 휴식처로 사용된 곳이다. '천국의 정원'이라는 뜻으로 가우디 이전의 스페인에서 물과 빛, 자연을 이용한 공간 미학의 극치로 평가받는다. 흐르는 물, 시냇물, 분수, 꽃, 나무들이 조화롭게 배치되어 있으며, 모든 공간이 소리와 향기로 가득한 정원이다. 긴 수로 양쪽으로 꽃과 나무가 늘어서 대표적인 공간으로 물이 만드는 반사와 분수의 리듬이 '이슬람식 낙원'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한다. 이곳은 사진 명소 1순위로 꼽힌다. 왕비의 정원은 향기로운 꽃과 분수가 어우러진 낭만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우리는 아름다운 정원에서 환하게 웃으며 곳곳에서 사진을 찍었다. 가이드는 제일 중요한 곳은 전망대라면서 알람브라와 그라나다 시내, 멀리 산맥이 보이는 곳으로 우리를 데려갔다. 아름다운 정원에서 나무와 물 그리고 꽃들과 보낸 행복한 시간이었다. 한마디로 헤네랄리페 정원은 낙원의 숨결이었다.
분량이 많아서 4번으로 나누어 발행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