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김종륭 시집
김종륭 시인의 두 번째 시집이 2025년 11월에 발간되었다. 소소한 일상생활서 일어나는 상황들 안에서 시상을 끌어와 편안하게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시를 쓴다. 김종륭 시인은 충주 출생으로 2018년 계간 <한국작가>의 신인상을 받으며 작품활동을 시작하였다. 그는 KBS 한국방송공사에서 근무하다가 퇴직을 하였다. 20여 년이 넘게 매년 동인지를 발간하고 있는 시울림에서 현재 동아리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2023년 <왕벚나무 그늘에서>라는 시집에 이어 충북 문예진흥기금의 후원을 받아 발간한 두 번째 시집이다. <3시 반차를 기다리며> 시집은, (1부 그 길을 걷는다) (2부 너와 나의 여정) (3부 3시 반차를 기다리며) (4부 희망의 봄을 위하여) 총 4부로 114편의 시가 실려 있다. 1집에는 시인의 누님께서 그린 유화 그림이었다면 두 번째 시집에는 아내가 북유럽 여행 때 바다낚시를 하는 시인의 모습이 담긴 사진이다. 발문은 20여 년이 넘도록 시울림을 이끌어 오고 계신 증재록 선생님께서 9면을 채워 주셨다.
증재록 선생님께서는 김종륭 시인을 조용하면서 품위가 깊다고 했다. 자전거 타기를 좋아하고 산 오르기를 좋아하는 시인의 모습을 보며 본성이 동그라미 같다고 표현한다. 김종륭 시인과 같은 아파트 이웃이며 성당을 다니고 있지만 말을 많이 하지는 못했다. 항상 보면 미소 짓거나 간단한 인사만 하는 정도이다. 그러나 조용한 성품 안에 그가 품고 있는 시심에 대한 열정은 남다른 듯하다. 아내의 말에 의하면 학생시절부터 문학에 관심이 많아 대회도 여러 번 출전했다고 한다. 직장을 다닐 때는 시에 대한 열정을 잠재우고 있다가 퇴직을 하기 2년 전부터 유튜브와 자료도 찾아보면서 그동안 묻어 두었던 시심을 재생하기 시작했나 보다. 몇 년 사이에 개인 시집을 두권이나 출간하다니 상당히 놀랍다. 시는 마음만 갖는다고 되는 게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가 시집을 내기 위해 부단히 시심을 키워 왔음을 짐작할 수 있다. 김종륭시인의 인사글이 시처럼 간결하다. 이것도 한 편의 시라는 생각이 든다.
김종륭 시인의 말
첫새벽에서 멀리 왔다
오후 3시,
이곳을 떠나는 아쉬움과
이곳을 떠올리는 보고품을 안고
버스를 기다린다
해 질 녘
그곳에 도착하면
코스모스 꽃핀 강둑길과
들판을 황금빛으로 물들이는
해넘이 풍경을 볼 수 있겠지
3시 반차가 떠난다
대합실 옆 튤립나무가
손바닥 같은 노란 잎새를
나에게 흔들어 보였다
인생의 섬이 세 개라고 하면
인생의 섬이 세 개라고 하면
나는 지금
세 번째 섬 앞에 서 있다
지나온 섬이 궁금해 뒤돌아보면
내가 걸어온 길들이
온통 갈지자로 굽어 있다
세 번째 가야 할 섬의 길이
점점 줄어들 테지만
그래도 남은 길을
똑바로 걸어가야겠다고
세상 가장 밝은 얼굴로 걸어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오늘 내 생일에
작가는 인생의 세 개의 섬 가운데 마지막 섬을 걸어가고 있지만 두 개의 섬을 돌아보면 온통 갈지자였다고 회상한다. 삶이 때로 힘겨워 갈팡질팡 했다는 뜻일 게다. 그래서 남은 길은 편안하게 똑바로 걸어야겠다고 생일날 다짐을 했다. 그의 소박한 소망은 닿으면 손베이는 날카로운 시가 아니라, 감미로운 감촉으로 다가와 가슴을 따뜻하게 해주는 시를 쓰고 싶다. 작가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그는 올여름에 가족들과 북유럽을 여행하였다. 그곳을 여행할 때 피오르 마을 송달에서 아내가 찍어준 시진으로 표지를 장식했다. 시집을 받아보고 처음엔 유화 풍경화인 줄 알았다. 자세히 사진을 들여다보니 바다에서 플라잉 낚시하는 모습이다.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에 보면 어려서부터 아버지에게 배운 노먼과 폴의 모습이 등장하는데 무척이나 낭만적이다. 아름다운 자연을 배경으로 하며 가족 간의 사랑과 아픔, 인생의 참의미를 감동 있게 그려낸 작품이다. 바다 위 윤슬이 마치 그림을 그린 듯 반짝이는 옥구슬 같은 영롱함이 환상적이며 운치가 그려진다. 노르웨이 송네 피오르의 잔잔한 물결을 바라보며 지도를 그리듯 퍼지는 윤슬이 눈부시게 빛나는 모습을 포착하였다.
나의 시는
닿으면 이내 손 베이는
종이 한 장의 날카로운
단면이 아니라
새의 깃털처럼 닿는
종이 앞면과 같이
감미로운 감촉으로 다가와
가슴을 따뜻하게 해주는
그런 시라면 좋겠다
그대에게 보내는
나의 시는
피오르 마을 송달에서
송네 피오르에서 깊숙이 들어간 마을
송달의 게스트하우스에서
바다지만 바다 같지 않은 잔잔한
피오르 물결을 보는데
오후 1시의 태양 아래
무슨 지도를 그리듯 윤슬이
눈부시게 빛나고
멀리 바다를 품은 산릉선에는
한여름에도 만년설이 얹혀 있다
숙소 쪽으로 난 꾸불 꾸불한 길을 보는데
노란 헬멧을 쓰고 백팩을 멘 아이가
작은 자전거를 타고
신이 난 듯 한적한 도로를 휘저으며 올라온다
길가 큰 돌을 딛고 잠시 쉬다가
엉덩이를 들고 페달을 밟으며
언덕길을 올라간다
이튿날 시내 카페에 가다가
그 아이를 또 보았다
어제와는 반대 길로 자전거를 타고 간다
가까이서 보니 남자아이가 아니라
긴 금발의 여자 아이인데
신호등 없는 횡당보도를
자전거를 끌고 간다
그 아이가 반듯하게 자라
멋진 금발의 아가씨가 되면 좋겠다
북유럽을 다녀오면서 그는 몇 편의 시를 남겼다.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다 사진을 찍느라 늑장을 부리다 아내와 딸이 빨리 건너오라는 말에 부리나케 뛰다가 그만 자동차 경계석에 걸려 나뒹굴어졌다고 한다. 배낭을 멘 채 도로 한가운데 누운 작가를 가족이 일으켜 세우는 모습을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본 금빛 아가씨들의 모습을 생생히 그리고 있다. 작가는 자신이 아팠던 기억보다 누군가에게 창피함을 당했던 당혹스러움에 이도시를 잊지 못할 거라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도 낱말들을 알알이 묶어 생동감 있는 시를 적었다. 그러므로 그는 진정한 시인이다.
코펜하겐에서 넘어지다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그것도 뾰족 건물이 줄지어 선 번화가에서
횡당보도를 건너다 넘어졌다
사진을 찍느라 늑장을 부리다
아내와 딸이 빨리 건너오라는 말에
부리나케 뛰다가 그만
자전거 도로 경계석에 걸러 나뒹굴었다
배낭을 멘 채 도로 한가운데 누운 나를
아내와 딸이 일으켜 세우는데
카페 앞 멋쟁이 금발 아가씨들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다
아픈 것은 둘째치고
이런 당혹스러운 일이 아내게 일어나다니
코펜하겐을 떠나는 비행기 안에서
여기는 잊지 못할 도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체크포인트 찰리에서
동서로 가른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그 작은 미군 검문소엔
사진을 남기려는 관광객들이
줄지어 서 있다
기념품 가게를 나와 길을 건너는데
체크포인트 카페가 보이는 카페
바깥 테이블 위에
노란 쑥국화 한 다발이 놓여 있고
나이 지긋한 이방의 남녀가 마주 앉아
조곤조곤 이야기를 나눈다
무슨 기념이라도 되는 걸까
진지한 연인의 얼굴을 지나쳐
베를린 장벽이 그대로 남아있는
포츠담 광장으로 간다
김종륭 시의 시는 편하고 쉽다. 그래서 시를 모르는 사람들도 그의 시에 공감한다. 너무 깊이 감추고 뒤틀어 버리지 않고 맑고 순수해서 좋다. 우리 주변에서 혹은 생활 속에서 일어나는 상황들이 모두 시가 된다 그러기 위해서 그는 늘 메모를 하고 시어를 생각하기 한다. 그러기에 누에가 실을 뽑아 천을 만들듯이 시를 적어 내려갈 수 있을 것이다. 그는 말수가 적다. 방송국 생활을 오래 해서 청각에 문제가 생겨서 잘 듣지를 못한다. 그래서 다 함께 어울려 지내기보다 혼자 사색을 하거나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는 듯하다. 그래서 그런지 그의 시에는 가족과 주변 상황들이 많이 언급이 된다. 같은 동네에 살고 있어 그가 어디를 가고 어떤 상황인지를 더욱 공감하며 읽게 된다.
11월
10월 달력을 떼어내고
집을 나섰다
중흥공원 초입
옹벽 담쟁이넝쿨 아래서
돈 벌러 나온 젊은 부부가
통통한 붕어빵을 굽고
겨울 점퍼를 입은 아이들이 뛰노는
놀이터 옆 은행나무는
샛노란 옷을 벗어
잔디 위에 소복이 쌓아 놓는데
저만치 공원 끝으로
쓸쓸히 떠나가는
가울
한해의 끝에 서서
해저무는 지북동 무심천 둔치에서
포클레인 넉 대가 찬바람을 가르며
갈대밭을 갈아엎고 있다
굉음을 날리며 거침없이 열일하는
포클레인을 보면서
한 해가 저물도록 갈지 못한
마음의 밭을 생각한다
뒤돌아보면 기쁨보다 슬픔이
웃음보다 눈물의 기억이
묵은 밭이랑을 채울 뿐
꽃나무 하나 심을 땅조차 엎지 못한
마음밭
새봄이 오고
무심천 둔치에 유채꽃 피어날 때
내 마음 밭에도
희망의 꽃 한 송이 피어나면 좋겠다
그는 천주교 신자로 세례명인 비 오를 필명으로 사용했다. '비늘처럼 반짝이며 오르리라'는 뜻을 가진 필명이다. 성당에서는 크게 활동을 하지 않고 있으나 본인이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서는 아주 열심히 활동을 하고 있는 듯하다. 대신 아내가 활동을 다양하며 비오 신인의 시집을 전달해 준다. 그의 사인이 든 시집을 받아 들고 주변에 이런 시인이 있어 행복했다. 한편으로 시를 잘 뽑아내서 시집을 두권이나 출간한 그가 부러웠다. 요즘 같이 바쁜 시대에 긴 글보다는 짧고 간결한 시가 많이 읽힐 것이다. 핸드백이나 작은 가방에 시집 한 권 넣어 다니면서 언제든 시를 가슴에 품는 사람들은 마음이 따뜻할 것이다. 앞으로도 그가 일상에서 시상을 떠올리고 시를 적으며 시인들을 만나고 그도 낭만적인 시인으로 살아가기를 바란다. 아래 적은 <길> 시는 평택제천 간 고속도로 금왕 휴게소 시화비에 적힌 시이다.
길
길을 걷다가 문득 앞을 보면
아마득하여
걸어온 길이
궁금해 뒤를 뒤돌아 볼 때도 있지
그 길에는 꽃피는 꿈의 봄날과
초록으로 물든 여름날이 지나고
다시 머리 돌려 앞길을 보는데 문물 나네
그곳에는 단풍 물든 가을날과
아스라이 눈 내리는 겨울날이 보이네
나 이제 무거운 짐 내려놓고
홀가분하게 길 떠나네
아름다운 여행길 떠나네
날아가고 싶어
아파트 관리소 옆
키 큰 메타세쿼이아 나무에 걸린
가오리연 하나
겨울바람에 속절없이
흔들리고 있다
어떤 아이가 날리던 연일까
하늘로 띄우고 싶은 어린 꿈이
나무에 걸린 걸까
바람이 불면 요동칠 뿐
날아갈 수 없는 가오리 연
겨울바람이 세차게 불던 날
가오리 연은 나뭇가지에 얽힌 연실을 풀고
날아오른다
파란 하늘로 둥둥
아파트 숲을 지나 산을 넘는다
(오 놀라워라 새도 아닌 것이
저렇게 높이 날 수 있다니)
가오리 연에 내 마음도 실어 보낸다
가볍게 날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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