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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소라 Feb 27. 2024

'인간'을 바라보는 4개의 시각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올해의 작가상 2023> 리뷰

1. 올해의 작가상 2023

이미 2024년도 구정이 지나고 완연한 새해가 찾아온 지 한참이지만, 아직 2023년 올해의 작가상 전시는 진행 중이다.

<올해의 작가상 Korea Artist Prize> 은 SBS문화재단과 국립현대미술관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수상 제도로, 2012년부터 시작되었으며 한국 미술계를 대표하는 권위 있는 미술상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개인적으로는 매 연말마다 올해의 작가상 소식이 들려오면 또 한 해가 저물어가는구나, 하는 느낌이 드는 동시에 현대미술의 한 해를 대표하는 관심사와 흐름을 짐작해 볼 수 있는 이벤트이기도 한 것 같다.


2023년에 선정된 작가들은 과학기술의 발전과 후기 산업사회에 접어들며 변화한 자연과 인간, 인간과 인간의 관계를 고찰하는 포스트 휴머니즘의 주제를 공유하면서도, 또 서로 다른 방향의 질문과 답을 던지며 동시다발적인 평행우주를 만들어낸다.

4명의 작가들은 현재의 관점에서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인식과 제도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단순히 예술의 범위에서 뿐 아니라 문명과 역사, 인간과 자연의 관계, 제도의 뿌리와 작동방식 등 인류가 직면한 철학적, 실천적 도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2. 수상자 4명 소개

올해의 수상자로는 권병준, 갈라포라스 김, 이강승, 전소정 이렇게 4명의 작가가 선정되었다.


1) 갈라 포라스-김

갈라포라스-김, <세월의 녹이 슬어가는 무게>, 2023, 종이에 납화법, 흑연과 색연필 ⓒ국립현대미술관

한국계 콜롬비아 작가인 갈라 포라스-김은 '유물'에 대한 관심사에서 작업을 시작한다. 박물관의 분류법에 따라 본래의 의미를 잃거나 재구성되는 유물들은 박물관의 근본적 역할과 의미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고창 지역의 고인돌과 같이 삶과 죽음을 경외하기 위해 만들어진 고대의 오브제들이 현대의 박물관 안에서는 그 의미가 퇴색되는데, 작가는 이러한 유물들의 본래의 기능을 부활시키며 현대의 제도와 화해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한다.


2) 전소정

전소정, <싱코피>, 2023, 단채널 4K 비디오, 컬러, 스테레오 사운드 ⓒ국립현대미술관

전소정 작가는 동시대에서 근대화가 진행되는 과정 중 놓아버린 영역을 탐구하는 작가이다. 작가는 영상, 사운드, 조각, 설치, 퍼포먼스, 책 등 다양한 매체를 구분 없이 작업에 활용하는데, 이번 전시에서는 신작 <싱코피 Syncope>라는 비디오 작업을 선보인다. '싱코피'라는 단어는 음악에서는 '당김음'을, 언어학에서는 '모음 탈락'을, 의학에서는 '실신/의식소실'을 의미하는데, 작가는 이 단어의 다양한 의미만큼이나 전시 전체에서 감상자가 복잡한 시청각 경험을 하도록 유도한다.


3) 이강승

이강승, <라자로>, 2023, 단채널 4K 비디오, 컬러, 사운드 ⓒ국립현대미술

미국 LA와 한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이강승 작가는 퀴어 역사와 미술사가 교차되는 지점에 관심을 둔다. 작가는 '돌봄'의 개념을 작품에 활용하는데, 돌본다는 것은 사람들이 서로 연결되어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바탕이자, 시대와 국경, 인종과 성별을 넘어 사람들을 연결시키는 것이기도 하다. 이에 더해, 작가는 퀴어, 즉 사회적 소수자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세상을 표현하기도 한다. 작가의 영상설치 신작인 <라자로>에서는 두 남자 무용수가 두 개의 남자 드레스셔츠를 이어 만든 의상을 입고 애절한 몸짓으로 춤을 춘다. 의상과 춤으로 하나 되는 두 사람을 바라보며 관객들은 사랑, 그리고 돌봄에 의미에 대해 고찰하는 시간을 가진다.


4) 권병준

권병준, <외나무다리를 건너는 로봇>, 2023, 혼합 재료 ⓒ국립현대미술관

권병준 작가는 싱어송라이터로 음악 경력을 시작하였으며, 2011년에 네덜란드에서 귀국하여 소리와 관련된 하드웨어 연구자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그는 사운드 작업과 퍼포먼스 연출을 통해 공동체 속의 인간의 연대와 확장 가능성에 대해 실험하는데, 전시보다는 공연과 퍼포먼스 형태로 만들어졌던 그의 작업은 로봇이라는 매체를 사용함으로써 종합예술로의 형태를 갖추게 되었다. 로봇들은 결코 인간이 될 수 없지만 '인간다움'을 지향하려 애쓰며, 공동체의 개념이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까지 확장될 수 있을지에 대해 물음을 던진다.



3. 결론

<올해의 작가상>은 한 해를 마무리하는 권위 있는 미술상인 동시에 그 해의 미술계가 주목하고 있는 이슈를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4명의 작가는 각자의 이야기를 독창적인 방식으로 풀어내고 있지만, 공통된 지점으로는 '인간'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겠다. 몇 년을 겪어온 전염병과 전쟁, 유례없는 자연재해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현재에서 우리를 인간으로 기능하게 하는 것은 무엇이며, 예술은 그곳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지가 현대미술의 가장 핵심적인 고민이 아닌가 싶다.



4. 관람정보

기간 | 2023.10.20 - 2024.3.31

관람시간 |

월, 화, 목, 금, 일 : 오전 10시 - 오후 6시

수, 토 : 오전 10시 - 오후 9시

입장료 | 개별권 2,000원 *수, 토 6시 이후 야간개장 시 무료관람 가능



<참고>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2023> 전시 기획 방향

서울문화투데이 [전시리뷰] MMCA 서울 《올해의 작가상 2023》, ‘인간’을 말하는 4개의 시선

VOGUE ‘올해의 작가상 2023’, 가장 인간다운 미술

쿨투라 [강수미와 '함께 보는 미술'] 지속과 발전: 〈올해의 작가상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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