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by 정자매 Jul 18. 2019

단독주택 외관 리모델링

외관은 어려워!

우리 집 리모델링 공사 외관 편.

이 편을 쓸 날만을 손꼽아 기다려왔다.

P실장님이 그랬다.

우리 집 공사를 하면서 단독주택 공사 중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일을 겪은 것 같다고.


공사가 두 달을 넘어가자 스트레스를 받으면 입맛이 사라진다는 P실장님은 눈에 띄게 수척해지셨고,

스트레스를 받으면 입맛이 도는 나와 동생은 오동통해졌다. 제길.


어디 하나 성한 데가 없는 노쇠한 건물이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속을 썩인 부분은 외관이었다.

이해를 돕기 위해 공사 전 사진부터.

우리 집의 첫인상. 흠.

이게 이 집에 처음 왔을 때의 모습이다.

한마디로 복잡했다. 외관 소재도 하얀색, 빨간색, 회색(+약간의 노란색)으로 하나도 통일이 되어있지 않았다. 식물 없이 흙만 들어있는 수많은 화분들 마저도 같은 것이 하나도 없었다. 마당 창고 안에는 잡동사니가 잔뜩 쌓여있었다.


그중에서 가장 눈에 거슬리던 부분은 1층에서 2층으로 올라가는 곳이었다. 여기가 심지어 작년에 전 집주인 할아버지께서 거금을 들여 공사한 곳이라고 했다. 외부로 노출된 계단이 눈이나 비에 미끄러울까 봐 플레이트를 치고 비닐 천막을 쳐놓았다.

1층에서 2층으로 올라가는 부분, 비닐하우스 스타일.
비닐천막 내부, 나름 벤치도 있다.

P실장님도 여기가 제일 거슬렸던 걸까. 가장 먼저 철거되었다.

플레이트 지붕과 비닐 천막을 싹 걷어냈다

비닐 천막과 플레이트만 걷어냈는데도 마치 이에 치간칫솔을 사용한 듯 상쾌한 느낌이었다. 지나가던 동네 할머니들에게 '속이 다 시원하다'며 웬일로 칭찬도 받았다.  P실장님은 여기에 작은 티테이블과 화분을 놓아 가볍게 차를 마실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고 하셨고 우리는 물개 박수로 화답했다.


두 번째 문제는 1층 현관 앞에 떡하니 자리한 지하방 1의 입구였다. 공사를 통해 두 개로 나눠져 있던 지하를 하나로 합치면서 이쪽 입구는 창으로 막고 대신 외부 출구를 이용하기로 결정했다.


지하방 입구의 튀어나온 부분에 걸려 1층 현관문도 활짝 열지 못하는 상태였다. 튀어나온 부분을 절단하고 싶었는데 문제가 생겼다. 없애려던 부분이 말하자면 지하방의 현관 같은 곳이었기 때문에 절단할 경우 빗물이 지하방으로 바로 들어갈 우려가 있었다. 결국 약간만 절단하는 것으로 결정. 흑.

지하방 입구 약간 철거 후.

세 번째 문제는 마당에 할아버지가 만들어 놓은 창고였다. 직전에 살았던 단독주택에도 마당에 외부 창고가 세 개 있었다. 처음엔 창고가 있어 좋았다. 당장 쓰고 싶지는 않지만 버리기는 아까운 수많은 물건들을 죄책감 없이 욱여넣을 수 있었다. 하지만 외부 창고의 특성상 먼지가 쌓였고, 거미줄이 생겼으며, 벌레가 다니기 시작했다. 게다가 창고 안에 조명도 없어 밤에 창고를 열어야 할 때는 큰 용기가 필요했다.


수많은 물건들을 창고에 넣었지만, 이년 반을 살면서 꺼낸 물건이라고는 선풍기와 여행용 캐리어뿐이었다. 이사할 때 세 개의 창고에서 나온 엄청난 양의 예쁜 쓰레기들을 정리하면서 다짐했다. 이제 외부 창고는 쓰지 않겠다고. 그런데 이 집은 전 집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많은 창고와 비밀 공간이 있었다. 철거가 시급했다.


문제의 외부 창고를 전부 철거하기로 결정했다. 좁았던 마당에 숨통이 트였다.

마당 오른쪽에 있던 창고들을 철거했다

네 번째 문제는 뭔가를 덕지덕지 붙여놓은 지저분한 2층 창문이었다. 창문 프레임은 이미 상당히 변형되어 있었다. 여기도 철거하기로 결정.

창문에 붙인 것도 투머치
창문도 걷어냈다

창문을 떼내는 데 또 문제가 발생했다. 원래 프레임까지 깨끗하게 제거할 예정이었지만 걷어내고 보니 프레임이 집의 기둥 역할을 하고 있었다. 무리하게 철거할 경우 집이 위험해진다고 했다.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프레임을 남겨두게 되었다. 새 유리창을 달고 싶었지만 유리를 달게 되면 워낙 창이 많아 창호 가격도 엄청나거니와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할 것 같다고 했다.


나는 시원하게 뚫린 공간을 좋아해서 처음엔 저곳을 페인트칠로 정리만 하고 그대로 놔두고 싶었다. 그런데 외부 계단은 겨울 눈과 비에 매우 취약해 저대로 놔두면 사용이 불편하다고 했다. 결국 무엇으로라도 저 부분을 막아줘야 했다.


여러 가지 소재들을 비교해보다가 가격적인 면과 내구성을 고려해 폴리카보네이트로 결정되었다. 주택에서는 거의 쓰지 않는 소재였기에 이걸 쓰면 집이 어떤 모습일지 도저히 상상이 되지 않았다.


그런데 여기에서 또다시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했다. 폴리를 붙이기 전 엄마가 공사 현장을 급습한(?) 것이다. 당시 우리 집은 현관을 까만색 금속으로 제작했기 때문에 담과 벽도 까만색으로 맞춘 상황이었다. 우리는 까만색이 시크하다고 생각했는데 엄마의 생각은 전혀 달랐다. 엄마는 까만색으로 칠해진 집을 보고 충격에 주저앉을 뻔했다고 말했다. 우리 집이 드라큘라가 나오는 집 같다나. 동네 할머니들도 우리 집을 가리키며 '검은 집'이라고 했다며. (검은 집이 아니라 까만색 집이라고 해주세요)


엄마와 동네 할머니들의 반응은 예전 회사 부장님들을 생각나게 했다.

핑크색 옷을 입고 가면 '오늘 소개팅 하나 보네',  체크무늬를 입고 가면 '알프스 아가씨네', 레인부츠를 신고 가면 '횟집 사장이냐' 했던.


엄마가 오기 전까지 우리는 집이 우리 마음에만 들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일반 가정집에서는 잘하지 않는 다양한 시도도 해보고 있던 참이었다(가장 큰 시도는 단연 폴리카보네이트였다). 하지만 마지막 외장공사만을 단 3일 남겨두고 엄마의 반응에 우리의 멘탈은 심하게 흔들렸다. 외관을 까만색으로 한 것만으로도 이런 반응인데 폴리카보네이트까지 붙이면 어떻게 되는 걸까.


우리는 갑자기 두려워졌고 주위 사람들이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엄마를 포함한 사람들에게 익숙한 소재로 외관을 씌워야 하는 게 아닐까. 하지만 폴리카보네이트는 이미 주문이 들어간 상태라 돌이킬 수도 없었다.


그리고 드디어 외장공사가 시작되었다. 먼저 폴리카보네이트를 붙일 프레임을 설치하고, 그 위에 미리 재단한 폴리를 붙이는 방식이었다. 다 붙이는 데 3일이 걸린다고 했다. 과연 어떤 모습일지 걱정스러워 1일 차에 동생과 집을 방문했다. 1/5 정도 붙여진 상태였다. 폴리는 생각보다 너무 하얗고, 이질적이었고, 뜬금없는 느낌이었다.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이 캄캄했다. 전체를 다 붙이면 괜찮아질 거라고 스스로에게 되뇌었다. 아니 세뇌했다.


심하게 뒤척이는 이틀이 지나고 외관 공사가 끝났다는 연락이 왔다. 지하철역에서 내려 집 쪽으로 걸어가는데 기대보다는 걱정에 심장이 두근거렸다. 그런데 이게 웬일. 분명 우리 집이 있던 자리에 모던한 현대식 건물이 서있었다. 각도에 따라 낮은 빌딩처럼 보이기도 했다. 일부만 붙였을 때의 이질감은 더 이상 느껴지지 않았다.

2층으로 올라가는 부분이 이렇게 바뀌었다
여기에 화분과 식물들을 놓을 예정이다
정신없었던 색상 톤이 많이 정리되었다

실장님들은 해가 지면 외관이 더 예쁠 거라고 하셨다. 반투명인 폴리에 내부의 빛이 새어 나올 수 있도록 현관에 티파이브 조명을 설치해 놓은 상태였다. 마당에 있는 벽돌로 만들어 놓은 의자에 앉아 같이 해가 지기를 기다렸다.


해가 지기 시작했다. 밝을 때는 보이지 않던 집 안쪽의 빛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아름다웠다.

성공이었다.


그러면 내부는?

다음화에 계속.




작가의 이전글 단독주택 리모델링 인테리어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