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버린 사랑과 끝나지 않은 마음이 있다. 대상에 대한 미련이라기보다 지난 시간 에 대한 일종의 예의 같은 것이다. 함께 나눈 이야기, 주고 받은 글, 같이 듣던 노래. 그것들과 함께 나는 자주 기억을 걷는다. 깊숙이 묻어둔 추억이 어떤 공간, 때로는 어떤 날씨에 걸려 둥실- 떠오를 때면 다해가던 마음의 유통기한이 다시 기약없이 연 장되고 만다. 이렇게 나의 이별은 끊임이 없다.
비가 온다. 그 날의 비가 내리고, 그 날의 노래가 흐르면 나는 또 둥실. 시절의 달큰 함이, 눈 앞의 애틋함이 주르륵 흘러 입 속엔 자꾸 침이 고인다. 길었던 꿈의 반대편 으로 걸음을 옮기며 왼발은 너를 탓하고 오른발을 나를 탓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 다 순서를 잊은 지금의 나는 결국 계속해서 나를 탓하고 만다.
사랑이 그 대상에게 온전히 도달하기 위해서는 어쩌면 두 개의 발이 필요할지도 모 르겠다. 용기를 잃은 내 마음은 그렇게 절뚝이며 여전히 기억을 걷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