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향적인 사람이 외향적인 사람이 되기까지
작년 한 해를 뜨겁게 달구고 올해까지도 계속해서 인기 있고 사람들이 많이 공감하는 핫한 이야기들 가운데서 단연 1위가 아닐까 싶은 mbti. 이거 없던 시절엔 어떻게 대화를 했는지도 모르겠을 만큼 만나면 너 mbti 뭐야?로 시작하고, 끝나게 되는 것 같다. mbti 검사를 하면서 나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을 해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는데, 친구들이 나는 항상 밝고 흥이 많은 외향적인 사람인 줄 알고 있지만! 사실 나는 중학교 2학년 때까지만 해도 정말 소심하고 거절도 못하는 내향적인 아이였다.
원래 나는 지금 사는 도시가 고향이 아니고 완전 시골에서 살았었는데, 초등학교 2학년 때쯤 지금 도시로 이사를 오게 되었다. 내가 살았던 시골은 사람도 많이 없고 버스도 거의 안 다니고 마을에 진짜 산, 강, 논, 밭 이런 것들만 가득한 곳이었다. 마을 사람들 모두가 가족이고 친구고 이런 곳에서 살다가 도시로 이사를 오게 되었다. 이사 오기 전에는 난 사실 긍정적이고 밝은 아이였던 것 같다. 물론 많은 것을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어린아이여서 그랬을 수도 있지만.. 새롭고 낯선 환경에 발을 내디뎠던 그때부터 정신적인 부분에서 많은 것들이 바뀌게 된 것 같다.
그전에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는 한 학년에 반이 하나였고, 그 반에도 적게는 5명에서 아무리 많아도 10명을 넘지 않는 그런 곳이었다. 모두가 친구였고 모두가 같은 반이었다. 네 편 내 편을 가르는 일도 없었고, 왕따라는 게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왕따가 뭔지도 몰랐다. 이곳으로 이사를 오고 나서 들어가게 된 학교는 한 학년에 반도 5개씩 있고, 한 반에도 20~30명씩은 사람이 있었으니까 정말 사람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친구가 친구를 괴롭히거나 왕따를 시키는 그런 광경을 목격하게 되었을 때 너무 기분이 이상했다. 그때는 바로 이게 괴롭힘이고 왕따라는 걸 인식하지도 못했다. 너무 어리기도 했고, 처음 겪어본 일이었다.
얼마 전에 학교폭력에 앞장서고 계시는 분의 이야기를 TV 프로그램을 통해서 본 적이 있다. 그분의 자녀분도 학교폭력으로 너무 슬픈 선택을 하셨고, 그 일을 통해서 학교폭력과 맞서서 지금까지도 일하시고 많은 사람들을 도와주고 계신다는 이야기였는데 내가 직접 보게 되었던 그때의 일이 생각이 났다.
너무 극단적인 표현일 수도 있지만, 시골에서 좋은 것만 보고 좋은 사람들만 만나다가 도시에 오자마자 내가 마주한 것들과 사람들은 너무 악했다. 같은 반 친구를 자신의 하인처럼 부려먹고 괴롭히며 때리기까지 했다. 나는 괴롭힘을 주도하는 친구에게 가서 따로 이야기를 좀 할 수 있냐고 물어보고 학교 뒤편에서 만나기로 했다. 그리고 그 친구가 약속 장소로 왔을 때 왜 그러는 건지 궁금하다면서 그 행동에 대해서 물어본 적이 있다. 그 친구는 그냥~ 쟤는 이렇게 하는 거 좋아하는데?라고 대답했고, 괴롭힘을 당하는 친구한테도 따로 시간을 내달라고 해서 정말 좋아서 그러는 건지 물어봤을 때 그 친구는 너무 무섭다고 말했다.
그때 우리는 10살 즈음밖에 안된 어린아이였다.
그전까지는 아무 생각 없는 행복한 어린아이였는데, 이때부터 두려움이라는 감정이 나에게 생겨났던 것 같다. 원래는 없던 고소공포증이 이사 온 뒤로 갑자기 생겨난 것처럼 하나둘씩 무서워하는 게 더해졌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내 성격도 방어적으로 변했고, 조용해졌고 소심해졌고 혼자 있는 게 더 좋아졌다. 혼자 있으면 스트레스를 받을 일도 거의 없으니까...
그렇게 몇 년을 지냈고 중학생이 되었다. 1학년 때 정말 친했던 친구가 있었는데, 2학년을 올라가면서도 그 친구와 같은 반이 되었고 너무 좋았다. 새 학기가 시작되고 다른 친구들과도 잘 지내보려고 먼저 다가가 보기도 하면서 새로운 친구들도 많이 사귀게 되었는데, 얼마 뒤 그 친구들이 갑자기 내 이야기를 무시하기 시작했고, 날 피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나랑 정말 친했던 그 친구는 나에게 오히려 잘됐다고 말했다. 이게 잘된 게 맞는 걸까...? 생각과 마음이 너무 불편했고 친구들이 나한테 왜 이렇게 행동하는 걸까 궁금했고 무서웠고 힘든 시간들이었다.
내가 잘못한 건 없는데 왜 그럴까...?라고 생각만 하고 있다가 새 학기가 시작되고 바로 친해졌던 친구 중에 나랑 같은 아파트에 사는 친구가 집에 갈 때 나에게 다가와서 그 이유를 알려줬다. 말할까 말까 고민했는데 그래도 말해야 할 것 같아서, 자기가 본 나는 그런 애는 아닌 것 같아서 알려주는 거라면서....
내가 정말 믿었고 좋아했고 친구라고 생각했던 그 친구가 자기 말고 다른 친구들과 어울린다는 이유만으로 나에 대해서 안 좋은 말과 소문을 퍼트리고 다닌 것이었다. 나에게 그 사실을 알려준 친구는 속이 후련하다면서 자기도 처음에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땐 오해했던 것 같다면서 미안하다고 했고, 지금도 여전히 우린 친구다. 나에 대해서 소문을 퍼트린 그 친구에게 나는 점심시간에 궁금한 게 있다며 이야기를 좀 했으면 좋겠다고 했고 왜 그런 이야기를 했는지 물어봤다. 그 친구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고 우리 사이엔 적막이 흘렀다. 나에게 사실을 알려주었던 친구가 우리를 보고 다가와서 왜 아무 말도 하지 못하냐면서 떳떳하면 이야기해보라고 거들었다.
그 친구는 끝내 아무 말도 하지 못했고 점심시간이 끝나버렸다. 그때 우리 반에 있던 친구들은 그 뒤로 나한테 미안하다며 사과를 했던 친구들도 있었고,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는 너의 용기와 당당함이 멋지다며 응원해준 친구들도 있었다. 그날 이후로 나에게는 더 좋은 친구가 생겼고, 두렵더라도 내 생각과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두려움을 이겨내면 이렇게 좋은 일도 생긴다는 경험을 얻게 되었다. 그 친구의 용기와 믿음에 나 또한 용기를 얻었고, 어린날의 상처와 힘든 것들을 이겨내고 좀 더 성장하고 밝은 아이로 변화할 수 있게 된 계기가 된 것 같다.
지금 나는 ENFP인데, (사실 스스로는 항상 I라고 생각하지만...ㅎㅎ) 예전의 조용하고 소심하고 솔직하게 말도 못 하던 내가 지금은 누구를 만나도 어색하지 않고, 발표하는 걸 좋아하고 내 생각과 감정을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니 내향적인 사람에서 완벽한 외향적인 사람으로 변화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렇게 바뀌게 된 건 계기도 있었고 나도 나름대로 숨은 노력을 많이 했기 때문이지 않나 싶다.
성격을 아예 완전히 바꾼다는 게 쉽진 않지만 안 되는 것도 아니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