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감이 높아지면 생기는 일
세상에 그냥 주는 것도 그냥 되는 것도 없다지만
나 자신을 사랑하는 것 마저 노력이 필요하다니 참담하다.
노력이 없이 되는 건 없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을 공감한다. 하지만 다른 것도 아니고 나가 내 자신을 사랑하는 것도 포함이라니, 이 현실이 날 너무 힘 빠지게 했고 힘들게 했다. 남들을 보면 다들 예쁘고 빛나고 자신감이 넘치는 것 같은데 나만 이상하고 못나게 보이고 항상 부족한 것 같고 계속 남들과 비교하면서 더욱더 비참해져 갔다. 시골에서는 내가 부족하거나 못났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던 것 같은데 정확히 뭐 때문이었을까…? 도시로 이사를 오고나서부터 남들과의 비교가 시작됐다.
중학생이 되고 나서는 내가 나를 싫어하는 게 점점 더 심해졌다. 중학생이 되니까 주변 친구들은 하나둘씩 화장도 하고 꾸미기 시작했다. 그럴수록 나는 내가 더 못생겨 보이고 뚱뚱해 보였다. 그래서 나도 화장을 하기 시작했고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중학교 3년 내내 화장과 다이어트를 쉬어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때 나는 엄청 마르고 학생다운 풋풋함과 예쁨이 있었던 것 같은데 왜 항상 아니라고 생각했을까… 학교가 끝나고 집에 가면 밥도 거의 먹지 않고 사이클을 열심히 탔다. 밥은 제대로 먹지도 않으면서 굶고, 운동하는 극한의 다이어트를 계속했었던 것 같다. 친구들은 다 마르고 예쁜데 나만 너무 뚱뚱한 것 같았다.
초등학교 4학년 때까지는 나도 키가 작았었는데, 5학년을 올라가는 방학 때 갑자기 8센티미터 이상이 크기 시작하더니 그때부터 쭉쭉 키가 더 커서 중학생 때 이미 167까지 컸다. 키도 큰데 다이어트를 심하게 해서 엄청 말랐었다. 친구들도 날 보면 넌 정말 키도 크고 말라서 부럽다면서 나중에 모델을 해도 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금은 모델들이 정말 예쁘고 멋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땐 친구들의 그런 말들이 내가 얼굴이 예쁘지 않아서, 칭찬을 할 게 없어서 그런 말을 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내가 말랐다고? 아닌데?라고 생각하면서 더 안 먹고 더 살을 빼야겠다고만 생각했다. 칭찬을 받아들일 줄도 몰랐고 칭찬 같은 말들도 진심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고등학생이 되어서는 하루 종일 학교에 있어야 하고 화장을 하기가 힘들고 학교에서도 못하게 해서 화장도 안 하고 계속 학교에서 먹고 또 먹고 그러다 보니까 살이 10킬로나 쪄버렸다. 이때는 진짜 거울을 보기가 싫었다. 그리고 사진을 찍으면 다 예쁘게 잘 나오는 것 같은데 나만 이상하게 나오는 것 같아서 이때부터 사진 찍는걸 정말 극도로 싫어하기 시작했다. 중학생 때부터 고등학생 때까지 참 추억도 사진도 많을 나이인데 거의 찍지도 않았을뿐더러 다 졸업하면서 다 지워버렸던 것 같다.
대학생이 되어서도 크게 달라질 게 없는 일상이었다. 오히려 자존감은 더 떨어지고 더 무기력하고 우울했다. 주변에는 정말 예쁘고 멋있게 가꾸고 꾸미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나는 잘 꾸미지도 못하고 여전히 뚱뚱하다고 생각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가면서 쪘던 10킬로를 다시 뺐는데도 말이다. TV에서 하는 온갖 뷰티, 패션 프로그램을 다 찾아봤다. 이뻐지기 위해서 정말 열심히 노력했다. 그래도 내 눈엔 나는 예쁘지 않았다. 어른들이 나한테 예쁘다는 칭찬을 해주시면 내가 어려서 그냥 그러시는 거겠지라고 생각했고, 언니 오빠들이 칭찬을 하면 동생이라서 그러는 거겠지, 친구들이 칭찬을 하면 친구니까 좋게 말해주는 거겠지 라면서 한 번도 그 칭찬들이 진심이라고 생각하고 고맙다고 해본 적이 없다. 칭찬을 들으면 못들은척 하거나 아니라고 대답하기 바빴다.
패션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패션 뷰티에 대한 지식도 많았고 옷 입는 거나 화장하는 걸 모르는 것도 아니었고 오히려 블로그에서 다른 사람들이 가진 고민들을 들어주고 코디나 화장법을 소개해주기도 했다. 그런데, 예쁜 옷을 입고 열심히 화장을 해도 거울 속의 내 모습도, 사진 속의 나도 너무 보기가 싫었다. 지금의 나는 사진 찍는 것도 찍히는 것도 너무 좋아하고 어딜 가든 사진으로 내 모습과 친구들의 모습을 담고, 그걸 보는 게 너무 좋다. 그리고 난 나를 정말 좋아한다. 아니 좋아하려고 여전히 노력 중이다.
날 싫어했고 내 모습을 부정했고 바꾸려고 했고 만족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런 사실이 점점 더 나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가져왔다. 나 자신을 싫어하던 내가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까지도 싫어하고 미워하기 시작했고 세상 모든 일에 이 기분과 태도를 가지고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했다. 그러던 중에 이런 나지만 날 좋아한다는 사람이 생겼다. 이래도 될까 싶을 정도로 날 좋아해 줬고 항상 예쁘다고 말해줬고 좋은 곳을 데려가 줬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도 여행 가는 것도 사진 찍는 것도 싫어하던 나였는데 나와는 반대인 사람이었다. 나한테 친구들을 소개해주고 같이 여행을 가고 사진도 많이는 아니지만 조금씩 찍기 시작했다. 결국은 헤어지게 되었지만, 헤어진 후로 난 더욱 단단한 사람이 될 수 있었다.
나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도 몰랐고 항상 못났다고만 생각했는데 이런 내 모습을 사랑해주고 좋아해 주는 사람도 있구나 하는 걸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런 경험을 통해서 나 또한 나를 좀 더 사랑하게 되었고 그 이후로는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고 나를 사랑하고 좋아하기 위해 많이 노력했던 것 같다. 사람들의 칭찬에 아니라고 대답하는 대신 고맙다고 말했고 거울을 보면서 내 모습을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연습을 했고 단점을 가리기에 급급하지 않고 장점을 드러내는 것에 집중하기로 했다. 자존감이 높아지고, 나를 가꾸는데 집중할수록 타인에 대한 좋지 못한 감정이나 미움도 조금씩 내 관심에서 멀어져 가기 시작했다.
자존감이 낮았던 ‘나’는 내가 아니라 남에 대한 관심으로 생각이 옮겨가게 되었고 시기하거나 질투하거나 미워하는 감정들까지도 생겨났다. 끊임없이 부정적인 감정에 사로잡히며, 이것은 또 나 자신을 갉아먹으면서 최악의 사이클을 반복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완벽하진 않지만 이제는 내 단점들까지도 외면하거나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고 사랑하기 위해서 노력 중이고, 많이 내려놓고 있다. 오늘은 어제보다 더 내일은 오늘보다 더 나 자신을 사랑하기 위해서 노력하다 보니, 어느새 사람들이 자신감 넘치고 자기애가 넘치는 사람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고, 그렇게 이야기한다. 사람들이 나에게 신기하다고 말하지만 그들의 시선과, 또 맞닿아있는 나의 모습을 바라보는 내 자신 스스로가 이런 말들과 지금의 내 모습이 더 신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