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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soceo Nov 23. 2024

개인이 원룸에서 아시아와 유럽 해외물류업을 하기까지..


역직구


한국에서 외국으로 역직구를 해 볼 생각으로 미국 이베이에 무작정 상품을 올렸었고, 첫 거래가 아직도 생각이 납니다. 국내 대형 마트에서 구매한 양갱을 외국으로 보냈는데 해외 배송비가 그렇게 비쌀 거라고는 상상도 못해서 손해 보면서 물건을 보냈던 기억이 납니다. 이게 거래가 된다는 걸 확인한 거 자체에 의미가 있어서 손실은 큰 의미가 없었고, 손해 본 금액 자체가 크지도 않았습니다.



홍콩


역직구를 하려고 계속 삽질을 하면 할수록 이상하게 대부분의 문의는 한국 소비자에게 왔습니다. 내가 한국인이다 보니 고객들도 어쩔 수 없이 한국인이 더 많을 수밖에 없었겠죠. 여하튼 그렇게 어느 순간부터 역직구는 해외직구로 바뀌어 있었고, 자주 문의가 오는 국가를 쫓다 보니 홍콩에서 대부분의 거래가 발생했습니다.



유럽


세상에 나라가 홍콩만 있는 것도 아니니 해외직구가 가능한 국가를 늘리기 위해 또 삽질을 했습니다. 미국, 중국, 일본에서의 해외직구가 많기 때문에 저도 이 세 나라에서 어떻게든 거래를 늘리기 위해 노력했었는데 이번에도 엄한 곳에서 반응이 오기 시작했습니다. 프랑스 해외직구 문의가 의외로 많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어라? 프랑스? 난 프랑스 생각도 해 본 적이 없는데... 결국 해외직구 국가는 돈 주는 소비자에 의해 결정되는 거니 돈 받는 내가 프랑스를 생각하지 않았다고 해도 돈 주는 소비자들이 프랑스의 뭔가를 많이 원하다 보니 저한테까지 연락이 온 거겠죠. 그럼 저는 당연히 프랑스를 쫓게 되죠!


EU 때문인지는 몰라도 프랑스를 하나 뚫으니 스페인, 이탈리아도 연결이 되었습니다. 독일과 벨기에도 지속적으로 문의가 들어왔는데 그건 제가 뚫을 수가 없어서 몇 년을 방치하다가 작년부터 독일과 벨기에도 구매대행/배송대행/결제대행이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거기에 영국이 시점이 우연치 않게 맞은 것일 수도 있겠지만 영국이 EU를 탈퇴한 이후부터는 영국에 대한 해외직구 문의도 늘어났습니다. 독일과 벨기에처럼 영국도 꽤 오랫동안 처리를 못하다가 6개월 전부터 가능하게 되어 거래 건수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동아시아


이렇게 구매대행/배송대행/결제대행이 가능한 국가가 늘어났지만 여전히 홍콩에서의 거래가 가장 많았습니다. 그런데 제가 해외에 나가 본 것도 아닌데 희한하게 홍콩이 점점 분위기가 좋아지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게 되었습니다. 홍콩과 관련된 일을 매일매일 하다 보니 제 일의 성과를 통해 홍콩의 분위기를 느끼고 있었던 거 같습니다. 그러면서 또 희한하게 싱가포르 뚫어야 된다는 목표가 생겼습니다. 싱가폴에 대한 문의가 늘어난 것도 있었고, 인터넷 기사나 관련 업종에 계신 분들과의 대화를 하면서 어느 순가 그런 결론이 난 거 같습니다. 하지만 영어도 못하고 외국에 나가 본 적도 없는 제가 싱가폴을 뚫어야 된다고 생각을 한다고 뚫리는 건 아니죠... 하지만 간절히 바라면 어떻게든 결국 이뤄진다고들 하죠... 신기하게도 실제로 그렇게 되었고, 현재 싱가폴을 뚫지 않았으면 큰일 날 뻔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거래가 늘어난 상태입니다. 


프랑스를 뚫으면서 스페인, 이탈리아, 영국, 독일 등이 딸려 왔던 건처럼 싱가포르를 뚫으면서 우연치 않게 대만과 말레이시아도 건드려 볼 수 있는 여지들이 생기고 있습니다. 대만은 이미 거래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대행이 가능한 국가가 늘어나면 당연히 거래와 매출이 늘어납니다. 그런데 최근에 늘어나는 게 하나 더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수익률입니다.



매출/수익/수익률


사업을 하면서 발생하는 수익/수익률에 대한 말이 몇 개 있습니다.


1. 수익률은 최소 20% 여야 한다

2. 식당의 수익률은 최소 30% 여야 한다

3. 하지만 사업자의 평균 수익률은 10%이다

4. 현실은 대부분이 사업자의 수익률은 10% 미만이다


사업하는 입장에서 매출과 수익률은 높을수록 좋은 게 사실이지만 말처럼 쉬운 건 아니죠...

제 경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의도하지 않게 시작한 일이지만 1년에 두 번꼴로 오는 어떤 신호를 따라가면서 해외직구 대행업을 해왔는데 하면 할수록 제 일에 대한 의심이 커져만 갔습니다. 


이렇게 벌거면 회사 다녀야 되는 거 아닌가... 


바로 어제도 한 생각입니다. 일주일 전에도 한 생각이고, 한 달 전에도 한 생각이고, 작년에도 한 생각입니다.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이 크지만 그걸 빼고서라도 계속 이 일을 해 온 이유는 그래도 뭔가 조금씩 좋아지는 게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중의 하나가 수익률입니다. 솔직히 말하면 매출도 꾸준하게 늘어나다가 1~2년 전부터 정체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수익률은 처음 이 일을 시작했을 때부터 꾸준하게 좋아지고 있습니다. 특히나 대행이 가능한 국가가 늘어날 때마다 수익률 개선이 일어나는 정도가 컸습니다. 희망 고문일 수도 있지만 이렇게 하나씩 좋아지는 맛으로 사업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일관된 무엇


2~3년 전쯤... 당시에 홍콩 쪽 일은 제가 직접 하지 않고, 직원이 맡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다시 홍콩 일을 제가 관여하면서 신기한 게 하나 보였습니다. 분명 개인 해외직구를 한다고만 광고/홍보를 했는데 정기적으로 여러 개의 주문을 신청하는 회사가 하나 있었던 겁니다. 직원을 통해 알고는 있었지만 정신이 없어서 그냥 넘어갔었는데 어느 순간 굉장히 신기한 케이스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회사가 나한테 일을 왜 맡기지?


결국 여러 이해관계가 맞았던 겁니다. 해당 고객사는 홍콩에서 일을 처리해 줄 곳이 필요했고, 저는 그게 가능했습니다. 규모로는 그 회사가 훨씬 컸지만 저는 그 회사가 할 수 없는 여러 업무를 홍콩에서 처리할 수 있었습니다. 홍콩 해외직구 대행을 많이 처리하면서 쌓인 홍콩 현지 네트워크, 인력, 물류창고, 세관 업무 처리 등과 관련된 노하우나 업력이 쌓였고, 그걸 필요로 하는 곳이 개인뿐만이 아니라 회사에서도 있었던 겁니다.


그때부터 개인 해외직구 대행업을 유지하면서 기업 고객이 찾기 위해 또 삽질을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아직은 미비하지만 개인 해외직구를 할 수 있는 국가에서 종종 기업 물류에 대한 수출/수입 업무도 처리도 하고 있습니다. 역직구를 생각하고 시작한 일인데 정반대의 해외직구를 하다가 이제는 수출/수입도 하게 된 겁니다. 


한 회사의 물류 업무를 하나 하면 수익률은 다시 현저하게 낮아집니다. 하지만 매출/수익금의 액수 자체가 해외직구 대행보다 훨씬 큽니다. 그리고 같은 매출/수익을 만들어 내기 위해 해야 하는 일과 스트레스 정도는 물류 업무가 훨씬 작습니다. 


아.. 이래서 개인 말고 회사를 상대로 일해야 된다고들 말을 하나 보구나...


그제야 명함도 제대로 만들고, 홈페이지도 개편하고, 회사의 정책이나 내규/분쟁 등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글로 외부에 공개했습니다. 당장의 수익보다 일관된 정책을 기반으로 일했고, 정책이나 내규에 맞지 않는 고객이나 상황에 대해서는 어떠한 협의나 절충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당장은 물론 장기적으로도 득보다는 실이 많은 선택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고객/문의/매출/거래 등이 늘어날수록 내가 하는 일의 지속성을 위해서라도 명확하고, 일관된 결정의 기준이 필요한 거 같습니다. 그렇게 하면 떨어져 나가는 고객도 있지만 그거에 맞는 고객들이 늘어나기도 합니다. 


내가 제공하는 게 마음에 들면 나를 이용하고,

그렇지 않으면 다른 곳을 이용하면 된다

너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서로가 서로를 강제할 수는 없으니까...

넌 당연히 그럴 거고,

나도 딱히 그러고 싶지 않거든...


이렇게 하니 또 재미있는 게 하나 보였습니다.

매출과 수익은 비슷한 수준에서 보합/증가를 하고 있는데 문의 건수 자체는 눈에 띄게 줄었다는 점입니다.

문의가 줄면 결국 거래나 매출이 줄어든 게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말했던 것처럼 매출과 수익은 비슷한 수준에서 보합/증가를 하고 있습니다. 


제 생각에는 제가 어떤 일관된 기준에 의해서 명확하게 일을 하고, 또 그러한 사실을 어떻게든 사용자/고객에게 전달해서 알게 하고, 여기저기 공개를 하다 보니 굳이 저한테 물어볼 필요가 없게 된 거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문의가 많았을 때도 그 문의는 대부분 기본적이고, 똑같은 것들이었습니다. 단지 그러한 것들에 대해서 고객이 모르는 건 당연하고, 저 또한 명확하게 규정해서 공개하지 않고 있었을 뿐입니다. 내규/정책 등을 명확하게 정해서 오픈을 하니 문의를 굳이 하지 않아도 거래까지 이어지는 상황이 늘어난 겁니다. 이 또한 저에게는 굉장한 개선입니다. 앞으로도 계속 이러한 개선이 있어야 될 건데... 개선이 되었으면 하는 것들이 있고, 또 실제로 그러기 위해서 뭔가를 하고 있기는 하지만 제가 생각하지도 못했던 부분들이 당연히 있을 겁니다. 제가 지금 역직구가 아닌 일을 하고 있는 것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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