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 전부터 오른쪽 눈에 비문증이 나타났다. 예전에 아주 가끔씩 보이던 것이라 증상의 명칭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매일매일 출석도장을 찍듯 등장한 것은 처음이었다. 심지어 다음날 병원에 가보려고 마음먹은 전날은 생애 처음으로 하얀색이 아닌 검은색이 출몰했다. ‘덜컹’ 두려운 마음에 심장이 조여 왔다.
인터넷에 수많은 정보가 넘쳐나면서 어딘가 몸이 이상하다 싶으면 검색을 하게 되고, 그와 관련된 무서운 병들에 대해 알게 된다. 그리고 병원을 찾기 전까지 멈출 수 없는 과도한 상상들. 질병이 아닌 노화이길 바라야 했다. 단순 노화이기를 바랄 수 있는 선택지가 있다는 사실은 다행이었지만, 그래도 기분이 울적한 건 어쩔 수 없었다.
망막 사진을 찍고 난 후, 진료실 앞에 앉아 기다리면서 두 손을 초조하게 맞잡았다. 문이 열린 진료실 안에서 앞 환자에게 이야기하는 의사의 목소리가 또렷이 들려왔다. “노화예요. 본인이 불편하지 않으면 이런 건 진료받을 필요 없어요.” 환자의 나이는 대략 60세 전후처럼 보였다. 명쾌하게 환자를 안심시켜 주는 그의 목소리를 나도 빨리 듣고 싶었다. 그러나 나를 부른 것은 그 옆방이었다. 그 의사 역시, 노화라는 대답을 들려주었지만 수가 늘어나거나 빛이 번쩍이면 빨리 와야 한다고 말했다. 정기검진도 잊지 말라고.
그래도 아직 살아갈 날이 더 많은데, 내 눈은 이미 노화라니. 라식 이후, 시력이 떨어져 온 것만큼이나 씁쓸한 전개였다. 여기저기 찾아보니, 노화에 의한 비문증은 그것을 의식하지 않는 것이 치료법이라고 했다. 이제 열흘 남짓, 나는 아직 눈앞의 아지랑이를 무시할 정도로 익숙해지지 못했다. 문득 비문증이 고양이에게 생기는 거라면, 사람처럼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양이라면 눈앞의 그것을 쫓으며 놀이라고 생각했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