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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sr Oct 04. 2017

Brand New #1

루트임팩트 마케팅팀 디자이너의 혼비백산 미국 출장기

0. Prologue


“잘 고안된 디자인을 접함으로써 각성이 일어나고 욕망에 변화가 생기며, 그 결과 소비 형태나 자원의 이용 방식, 나아가서는 일상생활의 양상이 변해간다. 그리고 풍요롭고 생기 넘치는 욕망이라는 토양에서 양질의 열매, 즉 제품과 환경이 결실을 맺어가는 것이다.”

— 하라 켄야, ⌈내일의 디자인⌋


나와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라면 아마도 지겹도록 들었을 이 구절. 대학원 연구계획서를 준비하던 중 발견한 하라 켄야 선생님의 이 구절은 디자이너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던 나의 머릿속을 명쾌하게 정리해준 아주 질 좋은 구실이 되었다. 그렇게 나는 루트임팩트의 첫, 그리고 한 명뿐인 디자이너가 되었다.


나는 모두가 신뢰하고 일을 맡길 수 있는 건강한 사람이 되길 바랬고, 동시에 좋은 디자인을 내놓음으로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싶었다.


이런 번듯한 가설을 믿고는 있지만…


하지만 이론은 이론, 현실은 현실, 일은 일. 디자이너 한 명에게 쏟아지는 업무의 홍수 속에 이러한 이념 따위 얼마나 초라하고 덧없는가. 나의 미션은 나를 세우는 작은 기둥은 될지언정 실제로 일을 해주지는 않으니 말이다. 매 프로젝트에서 좌절했고 한계에 부딫혔다. 바닥을 치고 반등의 사인을 기다렸지만 그 기회라는 것도 건강한 육체에 깃드는 법이다. 그렇게 한계를 두드릴 수록 근육이 단단해지듯 조금씩 성장하는 (변태적인) 기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폭풍같던 일정도 체인지메이커 컨퍼런스를 기점으로 어느정도 마무리가 되었고, 이제는 그 너머를 바라봐야할 시기가 찾아왔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그 즈음 애독하던 한 뉴스레터가 올해도 어김없이 자신들의 컨퍼런스 개최 소식을 알려왔다. 어느덧 10주년을 맞이한 이 컨퍼런스에서 브랜드의 정수를 맛보는 것이 다음 스텝을 향하는 좋은 전환의 계기가 될 거라 생각했다. 또한 외적으론 컨퍼런스의 ‘그릇’을 만드는 방법에 대해 배울 수도 있을 터였다.


그렇다면 내가 읽은 뉴스레터란, 컨퍼런스란 과연 무엇이냐? (VJ특공대 톤)



1. Underconsideration LLC


Underconsideration LLC는 2007년에 설립된 그래픽 디자인 펌으로, 블로그를 중심으로 이벤트를 기획하고 책을 펴내는 등의 활동을 한다. 그들은 아래와 같은 블로그들을 통해 그래픽 디자인을 폭넓게 다룬다.  


브랜드 아이덴티티에 관해 의견을 주고받는 “Brand New

인쇄매체에 관해 이야기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FPO(For Print Only)

전세계 레스토랑들의 메뉴판을 보여주는 “Art of the Menu

그래픽 디자인 업계의 재미난 프로젝트들을 전해주는 “Quipsologies


전부 대단히 흥미로운 내용으로 가득한데(정말 재미있으니 한번 들어가보라), 블로그들은 각각 고유의 독자적인 방향으로 작업과 프로젝트를 소개하지만 그래픽 디자인이라는 신을 공통으로 향하며 전반적인 흐름을 보여주고, 또 제시한다.



2. Brand New


그 중에서도 가장 복잡하고 그만큼 활발히 이야기가 오가는 곳이 바로 “Brand New”. 기본적으로 리뉴얼된 로고의 과거와 현재를 비교, 리뷰하는 아티클을 펴내고 투표와 코멘트를 통해 독자의 참여를 유도한다.


로고라는 것은 브랜드를 표현하는 가장 단순하고 직관적인 포맷이지만 수많은 자산들을 포용하며 끝없이 팽창하기도 한다. 누구나 의견을 던질만큼 쉽기도, 또 아주 깊게 들여다 봐야할 만큼 복잡하기도 하다. 이만큼 좋은 ‘이야깃거리’가 있을까?


한 마디 끼얹고싶지 않은가?


이곳에서 많은 사람들은 매끄럽게 잘 만들어진 아이덴티티에 찬사를, 무의미한 리뉴얼에 조롱을 보낸다. 투표도 투표지만 각 아티클에 달린 댓글들이 하나하나 주옥같으니 놓치지 말 것. 영미권에도 제목학원은 존재하는 모양이다.


이렇게 수없이 새로고침을 반복하는 아이덴티티를 비교하고, 재미있는 이슈가 있으면 칼럼을 펴며, 그 위로 오고가는 이야기들을 엮어 일주일에 한 번씩 뉴스레터를 발행한다. 상술했다시피 구성이 알차고 비평이 주옥같으니, 브랜드 동향에 관심이 있다면 구독해도 좋을 것이다.



3. Brand New Conference


Photo by Caleb Hamernick


일주일에 한 번씩 메일을 발행하니, 일 년에 한 번은 컨퍼런스다. 규모도 상당하여, 고가의 티켓 가격과 시카고라는 위치에도 불구하고 10주년을 맞이하는 올해는 관객 1,000명을 돌파했다. “Brand New”라는 이름은 단순히 ‘새로움’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넘어, 매년 그 해의 브랜드 이슈들을 되짚고 앞으로의 방향을 이야기하자는 컨퍼런스의 취지로 재정의된다.


올해는 독립 디자인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디자이너 뿐 아니라 1인 브랜드를 운영하는 CEO, 소수자 인권단체의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전략 담당까지, 보다 다양해진 연사들을 통해 브랜드를 더욱 폭넓은 관점으로 조망했다.



4. Next


이렇게 나는 대뜸 미국으로 첫 출장을 떠나게 되었다. 가까운 일정에 뉴욕에서 열리는 다른 컨퍼런스에 참석하는 든든한 동반자도 함께하게 되었다. 일단 해외 출장이라는 단어는 주니어들에게는 너무나도 반짝이고 아름다운 것이 아니겠는가!


다음 편에서는 이틀간 펼쳐진 컨퍼런스의 빛나는 결실들을 나누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다. 다가올 고난들을 알지 못한 채 가슴 설레는 성장을 꿈꾸며 비행기에 올라 탄 우리들은 이 컨퍼런스에서, 또 거대한 두 도시에서 무엇을 얻었는가? 또 얻지 못한 것은 무엇인가? 일단 말하는 걸 이해는 한 건가? 수많은 녹음 파일과 프린트 자료들이 나를 기다린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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