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9일생

29번째 생일을 맞이하며,

by 두루미의 티타임


과거의 나는

20대의 마지막, 스물아홉의 생일이 되면 찬란한 20대가 끝난다고 생각하며 29살도, 생일이 되는 순간도 아주 느리게 다가오길 소망했다.


그리고 나에게도 어느덧 스물아홉이 다가왔고,

9월 19일의 생일을 사랑하는 사람과 조용히 맞이했다.


그동안 내 안에 굳게 심어져 있던 생각과는 달리

스물아홉 생일은 조용히 다가와 잔잔히 지나갔고,

그 날은 나에게 새로운 감회를 안겨주었다.





유년시절부터 지금까지

생일은 나에게 굉장한 이벤트였다.

각자의 삶은 그 삶의 주인을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믿는다. 그렇기에 생일은 바로 그 사람의 탄생을 축하하는 날이니, 얼마나 기쁜 일인가!

그래서 생일만큼은 일상과 달리 특별하고 행복하게 보내야 한다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이번 생일은 무언가 다른 느낌이 들었다.

마치 남의 생일인 거 마냥 한 발자국 떨어져서 나의 생일을 객관적으로 마주하게 되었달까.

그 이유는, 이제 나조차 내 생일을 특별하게 챙길 충분한 에너지와 시간적 여유가 없기 때문에, 심지어 남들에게 그것을 바라는 것조차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의 생일을 기억해 주고, 간단하지만 축하인사 한마디를 건네어 주는 지인들이 감사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더 나아가 내 취향의 선물을 고심해서 고르고, 마치 그들의 기념일인것 처럼 함께 축하해 주는 따뜻한 마음에 더욱 감동하게 되었다.


물론, 과거보다 생일을 축하해 주는 사람이 줄어든 것도 사실이다.

대학생 시절에는 모임에서 한 번 만난 사람도 선뜻 축하와 함께 안부 인사를 건네어 주었다면,

사회인이 된 지금, 어쩌면 우리는 철저히 계산된 관계 속에서 경조사를 챙기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들 어떻고, 저런들 어떠하리.


시절인연 속에서 만나는 각기 다른 인연들이 건네는 마음을 그때그때 고맙게 받으면 되는 것이고,

지나가는 인연은 아쉬움을 남기되 담담히 보내주고,

새로운 인연을 위해 고요히 자리를 비워두면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내가 이 땅에 중심을 잘 딛고 있는지이다.

나 자신을 스스로 잘 들여다보고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내 삶 속에서 나는 지구이고, 타인은 그 주변을 도는 행성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행성과 충돌하지 않고 조화를 이루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구 스스로 온전히 존재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 부분을 이번 생일을 기점으로 확실하게 깨달았다.


타인의 축하보다 중요한 것은,

내가 이 땅에 태어나 풍요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감사히 느끼고,

그 감사함을 기반으로 하여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해 다시금 정비하고, 이를 잘 이루어 나아갈 수 있도록 스스로를 살피고 돌보는 일이다.

이것들이 생일날 진정으로 스스로에게 베풀어야 할 일이라는 생각이 들자,

타인의 축하는 감사히 받되 부수적인 것으로 느껴졌다.


그렇게 나의 스물아홉 생일은 잔잔하지만 큰 울림을 주며 고요히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