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아버지와 충청도를 갈 기회가 있었다. 아마도 큰아버지가 현충원에 모셔지는 날이었던 것 같다. 기분이 울적하셨던 아버지가 마트에서 소주를 사 오셔서 한잔씩 드셨던익숙하지 않은 술.그 이름이 신기했다. 그때는 술을 마실 일이 없어서 그냥 넘겼는데, 그 후에 비슷한 경험이 있었다. 경상북도에 사는 친구집에 가서 '산'이라는 소주에 이건 또 뭔가? 알고 보니 지역마다 이름이 다른 소주가 있었던 것이었다. 지역 소주가 있어야 하는이유가 경제적인 과거 유산이라지만, 그 후에 난 다른 지역에 가면 일단 그 이름 다른 소주를 마시는 편이다.
그리고 먼 곳에서 모임을 갖게 된 때. 부산 자갈치 시장에서 회를 먹으며 '대선'이라는 브랜드를 접했다.
나는 회를 한 입 집어 먹으면서 소주를 한 모금 털어 넣었다. 나이 먹고 모임에 갔을 때 판촉을 하는 분이 소주를 한 병 주셨던 것도 기억했다. 전국에서 모인 우리 모임에서 역시 소주는 두툼한 회 보다도 더 관심을 끌었다.
모두들 각자의 지역 소주 이름을 하나씩 쏟아 내였다. 솔직히 나는 대부분 참이슬을 먹었다. 군산의 주꾸미 축제에 판촉 하던 하이트도 있었지만, 요즘 젊은 사람들에게는 지역 소주는 대체로 인식이 적으니까.
그나마 제주도에 갔을 무렵에 접했던 한라산이 유행처럼 퍼진 것 말고는 소주는 대체로 비슷했다. 그렇지만 역시나 술은 반이 분위기에 마시는 것처럼 소주도 감성이랄까? 모처럼 대선 소주와 함께 회도 좋았지만, 대뜸 자갈치 시장에 꼼장어 거리를 찾아 나섰다.
평소에는 먹어볼 일은 없을 소주와 꼼장어를 하나 주문하고는 달디달게 소주 한 잔을 입 안에 털어 넣었다.
솔직히 꼼장어는 내 입맛에는 아닌 듯했지만, 그래도 어색한 이름이라도 맛은 익숙한 소주에 한동안 노포의 분위기를 즐기면서 가볍게 한 병을 비워 버렸다.
비록 언제 또 갈지 모를 부산이지만, 혹시나 다시 갈 기회가 있다면 찐하게 소주잔을 비워가면서 즐겁게 안주를 먹어 봐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