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무관은 가정방문이 행복하다
"00암?"
가구 방문을 위해서 전화를 해보니 상담자가 암자에 있다고 한다. 그렇게 첫눈이 쌓인 지리산 어느 암자에 도착하니, 나와 일행을 반기는 멍멍이.
"주사님! 강아지 눈이 웃겨요~"
시바견 같은데, 무심코 귀여워서 사진을 찍었더니 눈이 웃상이었다. 마냥 사람이 반가운 멍멍이처럼 가는 곳마다 반겨주는 분들이 많으면 좋겠지만, 실상은 가정 방문은 좀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그렇게 우리는 입구를 지키는 녀석들을 만나면서 상담을 시작한다.
보통 가구 방문을 하다 보면, 애완동물을 보면 그분의 성향이 보이긴 한다. 사랑받은 아이들은 사람들을 보면 반긴다. 목줄이 없어도 세상 밝은 웃음을 보이는 이유일까?
어느 집에서는 고양이가 입구에 빤히 앉아 있길래 여쭤보니, 키우는 고양이가 아니란다. 밥그릇까지 딱하고 있는데, 온 지 이틀도 안되어서 난감하다는 어르신은 그래도 밥은 꼬박꼬박 챙겨줘서 냥아치답게 야옹거리면서 밥을 얻어먹고 있었다. (어디 가서 굶을 녀석은 아니었다.)
아니면, 아주 태어나서 할머니집에서 살아서 그곳을 벗어나지 않는 길집냥이도 있었고, 새끼가 도망가면 길고양이 된다며 목줄을 달아서 개처럼 키우시는 어르신도 있었다.
그렇게 외로움이 많은 독거노인 가구에는 유독 고양이가 많아서 고양이 이야기를 하다 보면 대화가 잘 풀리기도 한다.
간혹 고양이가 있는데도 개가 집에 있었는데, 순딩한 멍멍이는 고양이 가족이 놀아달라면 집도 빼앗길 정도로 순하다는 어르신의 자랑 중에도 개와 고양이는 친근하게 서로를 챙기고 있었다.
이렇게 집에서 만나는 아이들도 있지만, 시골 고양이들은 적당한 마을 회관 공터에서도 자리를 잡고 있다. 아마도 어르신들이 밥도 챙겨주고, 새끼가 태어나면 보호를 해준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어서랄까? 마을회관 공터에는 유독 고양이들이 많이 보인다.
어쩌면 마을 회관은 고양이들 사이에서도 집합의 장소가 아닐까라는 합리적 의심이 생길 정도니까.
물론 모든 가정집에 동물들이 나를 반기는 것은 아니다. 점심에 산책을 가는 도중에 만나는 멍멍이는 다른 여직원들은 조용하면서도 나만 보면 크게 짖기도 하고, 자주 방문하는 어르신 집에 큰 개는 맹수처럼 으르렁 거리긴 한다.
실제로 간발에 차이로 물릴 뻔했는데, 주인집 아들의 순발력으로 살아남은 순간도 있었다. 그렇게 사랑스럽기도 무서운 모습까지. 가정 방문은 사람들의 여러 감정과 상황처럼 복잡하다.
고단한 일상.
어쩌면 상처가 되는 일과가 끝나고, 일기를 쓰다 보면 한숨이 나오더라도, 대부분은 힘든 방문 상담이 있기는 해도, 버티는 이유는 뭘까?
어쩌면 월급의 현실적 이면 이외에도 간혹 나를 마주치는 이런 귀욤이들이 있기에 힘이 나는 건 아닐지? 이주무관의 소소한 행복은 이렇게 하루를 넘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