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브런치를 썼던 또 다른 이유

by 이춘노

처음 브런치를 썼던 때가 기억난다. 유튜브 인터뷰를 하기 전에 비매품 책 뿐이라, 뭐라도 남기고 싶은 마음에 무작정 브런치를 등록했다. 가입과 작가 신청까지는 하루정도 걸렸던 것 같다. 급하게 가입하느라 '추노'라는 별명을 무작정 적어 놓고는 한동안 글을 올렸다.

10명? 당시에 나를 알던 지인들은 내 오르지 않는 구독자 수에 상심하지 말라면서 미리 위로를 해줬지만, 나는 꿈을 꾸고 싶었다. 언젠가 내가 쓴 글을 누군가가 읽고는 출판 제의를 할 것이라는 기대. 브런치북이라는 이벤트에 당당히 이름을 올려서 내 이름으로 된 책을 교보문고에서 보겠노라고 다짐하고 6년째 브런치를 놓지 못하고 있다.

솔직히 사람들이 글을 쓰는 이유는 다양하다. 아마 나의 대외적인 글쓰기 이유는 작가가 되기 위한 수련이다. 그리고 브런치는 그런 수련의 하나이며, 꾸준히 쓰다 보면 언젠가 꿈을 이룰 수 있을 계단이 될 것이라 말한다. 물론 이건 공식적인 이유면서도 나에게는 또 다른 사정이 있다.


최근 나는 집안 핑계를 말하고 있지만, 나 스스로 많은 고민이 있었다. 작년부터 떨어진 자존감과 삶의 무의미함을 깨치려고, 참 부단한 노력을 했다. 사람들과 대화하려고 노력했고, 일도 집중하고, 운동도 부지런하게 했다. 덕분에 바닥에서 조금 올라선 것 같지만, 참 웃기게도 상담하는 사람이라서 내 감정과 기분을 알고 있다. 나는 지금 참 위험한 상태이다.

그렇기에 아끼던 후배들과의 인연도 스스로 단절하고, 혼자 동굴로 들어갔다. 가까운 사람이 아니고서야 식사조차도 버거운 상태라서 주변을 인식하는 것조차도 사치였다. 모든 신경을 나를 위해서 쏟아 넣고 있는 무렵에 전에 사귀던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내가 극단의 상황까지 몰려서 위태위태했던 시절을 함께 있어준 사람이었기에 추억은 많았지만, 좀처럼 나답지 않은 마지막으로 그냥 이슬처럼 사라진 사이. 차단된 오래된 연락을 보았기 때문일까? 브런치를 종종 봐서 내 상황이 걱정되어서 그랬을까?

사실은 좀 뜬금없긴 했던 연락이었다. 서로의 감정으로 각자의 할 말만 하면서 얼굴도 만나지 않고, 문자로 통보된 이별과 수용. 하도 오래된 일이라서 그냥 아무 일도 아닐 것 같았는데, 걱정과 안부를 듣고는 묘하게 위안을 받았다.

그녀도 알았을 것이다. 내가 참 위태롭다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상처 준 것이 서로의 탓이 아님을 한마디 해주고 싶었을 것이다. 한참 연하의 남자와 행복하다는 말이 살짝 배가 아프긴 했지만, 그런 상대의 행복을 빌어 줄 수 있다는 것 자체로 내가 좀쌀만 한 마음을 갖지 않음을 감사했다. 또 나의 편협한 마음으로 상처 준 것에 사과하고는 각자의 미래를 축복하며 훈훈하게 짧은 대화를 마쳤다.


물론 모든 아픈 인연과 기억은 많다. 최근에도 난 별도리 없이 별다른 정리 없이 사라진 인연도 있었고, 여러 관계들이 있었다. 그중에는 어치피 다시 볼 인연도 있고, 다시는 볼일 없는 사람도 있고, 싫은 사람도 있고, 증오를 품은 사람도 있었다. 그러함에도 결국 나는 브런치에 글을 쓰면서 내 모습을 공개했다.

아마 글을 쓰는 사람들은 알 것이다. 글 좀 쓰는 사람들은 누구나 있지만, 브런치를 몇 번 올리다가 문을 닫는 이유를 말이다. 타인에게 내 글을 보이는 것은 나를 보이는 것이고, 그 자체가 나를 공격할 소재가 되기에 주저하게 된다는 것. 그래서 그나마 필명으로 나를 감추고, 소소하게 글을 쓴다. 그런데 나는 이름을 올리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이제야 말한다.

내가 브런치를 쓰는 또 다른 이유.

브런치는 내 묘비다.


내가 글을 쓰기 시작한 무렵에 내가 알던 지인이 죽음을 선택했다. 후배였고, 종종 업무로 연락했던 사이. 그리고 상담을 마치고 나오는 모습을 봤던 순간. 그렇게 면민의 날 행사가 한창이던 어느 날. 그 친구의 죽음을 들었다. 짤막한 뉴스로 봤고, 소문으로 들었고, 다음날 너무나 조용한 상갓집에 문상객으로 자리를 지키면서 종종 카톡에 남아 있던 그 친구의 이름이 오래 남았다.

뜬금없었지만, 그곳은 무슨 생각인지. '그곳에서는 아프지 않니?'라고 글을 보냈다. 물론 답은 없겠지만, 그 글을 올리고는 내 책의 초고를 마무리했던 걸로 기억한다.


아마 나는 내가 처음 생각했던 유명한 작가가 되지 못하고, 생을 마감할지 모른다. 솔직히 그럴 가능성이 많을 것이다. 그리고 날 아는 사람들 특히나 날 추억하는 모든 인연들은 특이한 내 이름을 잊지 못할 것이고, 언제라도 내가 남긴 이 글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또 그런 내 사정도 모르고, 잘 지내느냐고 댓글로 안부를 물을지도 모른다. 인생을 살다 가면서 이만한 묘비와 방명록은 어디 있겠나.

그래서 그럴까? 좀처럼 힘든 경우가 아니라면 난 글을 써왔다. 더 많은 글을 남겨야 내 인생의 기록도 인연들에게 보여 줄 수 있을 테니까. 그게 약점일지 모르는 내 모습을 다 드러내고, 브런치를 올리는 이유이다. 그래서 나는 죽는 순간까지도 펜을 놓지는 못할 것 같다. 왜냐면 나는 이기적인 글쓰기를 즐겨 쓰는 그냥 작가 지망생이니까.


이제야 바다가 보고 싶다.

좀 푸른고 넓은 바다.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이기적인 나는 4월에는 좀 긴 여행으로 동해를 가려고 한다.

그렇게 떠나야 내가 멋진 글을 쓸 것 같은 느낌.

아마도 그곳에서도 브런치에 글을 쓰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