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감독을 아주 독특한 페미니스트라고 생각한다. 그는 함께하는 인물들의, 특히 여성들의 강점을, 그것도 미처 스스로 깨닫지도 못한 재능들을 본능적으로 감지해 낸다. 그리하여 결국은 그것을 만개하게 만든다.
여성 작가와의 대담 같은 콘텐츠에서 나는 사실 내용은 거의 듣지도 않고 그의 태도에 정신이 팔려 있었다. 발판으로 이용당하는 것을 꺼려하지 않는 태도. 듣고 반영하고 결과물이 더 나아지기 위해 기울이는 그의 모든 자세에 마음이 쏠렸다. 물론 실제로 그가 어떤 사람인지는 전혀 모른다. 이 모든 게 보고 싶은 것만 보는 내 편견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어찌 됐든 내게 그는 무의식적인 페미니스트다.
그와 함께 작업한 여성들은 더 크게 성장한다. 그는 그녀들의 강력한 모멘텀이다. 멘토나 감독으로만 정의되지 않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