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2. 공명하는 자들

감정상점III - 감정은 울림이다. 그리고 울림은, 서로를 깨운다

by Lamie


도시는 조용했지만, 그 조용함은 예전과 달랐다.

한때 감정이 삭제된 도시 R-0는 이제 ‘기억의 도시’로 다시 불렸다.


이곳에서는 감정을 말하지 않았다.

대신, 공명(Resonance)을 나누었다.



에일린은 새로 조성된 감정 공명 실험구역을 거닐었다.

거기선 말 대신,

색과 온도, 진동으로 감정을 주고받았다.


그녀의 오른팔엔 얇은 필름이 부착되어 있었다.

그 표면엔 오늘 아침 한 아이가 느낀 ‘안심’이라는 감정이 남아 있었다.

손목에 닿는 순간, 그 따스함이 그녀의 체온과 섞였다.


“지금 느끼는 건, 너의 것이 아니야.

하지만… 나는 그 안에서 나를 만난다.”


그게 공명의 원리였다.

감정은 나를 지나, 너에게 닿고, 다시 나로 돌아왔다.



한편, 도시 외곽에서는 무너진 감정건축물들이 다시 일어나고 있었다.

건물 하나가 흔들리는 건, 그 안의 ‘감정 공명률’이 깨졌기 때문이다.


에일린은 어린 시절 그 건물에서 느꼈던 감정을 복기했다.

“이곳엔 분노가 있었죠. 억눌린 채로 누적된 분노.”


그래서 그녀는 벽체에 부드러운 진동 장치를 삽입했다.

그 장치는 외부의 감정을 받아들이고, 내부에 공명시켜 ‘감정의 출구’를 만들었다.

다시 말해, 감정이 나가는 길을 설계한 것이었다.



그날 밤, Aiden J.의 기록이 재생되었다.

기억의 아카이브 중앙, 유일하게 생존한 감정 파일이었다.


“감정은 저장되지 않았다.

그건, 살아 있었던 거다.”


그 음성을 듣던 소년 하나가 조용히 말했다.

“…살아 있다는 건, 감정을 느끼는 게 아니라

감정이 누군가에게 닿는 순간을 아는 거예요.”


에일린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우린 이제 느끼는 시대를 지나,

서로를 울리는 존재가 되어가고 있어.”


감정은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

진짜 감정은,

서로의 심장을 건드릴 때 비로소 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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