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돌바기, 36개월 아이의 그림이다.
이것이 무엇인지 묻자, 작은 물고기를 가리켜
"엄마물고기 아기 물고기"
라고 하길래, 왼쪽의 큰 것을 보고 이건 무어냐고 물으니
"이건 고래야"라고 한다.
그러더니 주변을 휘젓듯이 그으며 말하길
"여긴 바닷속이야. 이건 파도가 휘휘 움직이는 거야."
라고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아주 작게 끼적이며 점처럼 찍어 놓고는 물고기네, 원숭이네, 애벌레네 하더니
이젠 제법 형태가 보인다.
게다가 나름 눈과 입도 그려 넣었다.
사람이 사는 게 다 그렇다.
이미 나는 어떤 그림을 머릿속에 그려 넣고 삶을 살고 있지만,
아이의 그림처럼 뜻대로 되지 않는다.
아이는 이 그림을 그리기 위해 얼마나 연습을 했을까.
자기가 만족하는 형태가 되질 않자 짜증도 내고, 엄마한테 그려달라고 조르기도 하고, 한동안 끼적이기를 외면하기도 했다.
그런 과정들이 모여 지금의 그림이 된 것이다.
삶도 그렇다.
내 머릿속엔 완성본이 있는데, 그 과정이 참 힘들다.
아이 그림처럼 완성본으로 멋지게 되지도 않는다.
하지만 내 그림도 어느 순간 형태가 잡히고, 눈과 입처럼 필요한 구성들도 하나 둘 더할 수 있을 게다.
나의 그림은, 머릿속의 완성본처럼 유려하진 않지만 이게 더 개성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