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점으로 시작해서 강점으로 끝난다

by 박정욱

강점으로 시작해서 강점으로 끝난다


취업이라는 전쟁터에서 살아남는 법칙은 하나다. 자신의 강점을 확실하게 무장하고, 그것을 정확히 전달하는 것. 지금의 취업 시장은 냉혹하다. 하나의 채용공고에 수백 명이 달려들고, 그 속에서 선택받는 것은 극소수다. 이런 현실에서 살아남으려면 전략이 필요하다. 애매한 기대나 막연한 희망이 아닌, 명확하고 구체적인 무기 말이다. 그 무기의 이름은 강점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지원자들은 이 부분에서 실패한다. 자신의 약점을 감추는 데만 급급하거나, 분명히 강점이 있음에도 그것을 제대로 드러내지 못한다. 더 심각한 건 자신의 진짜 강점이 무엇인지조차 모르는 경우다. 이런 상황에서는 아무리 화려한 스펙을 늘어놓아도 소용없다. 전달되지 않으면 없는 것과 같다. 나는 수천 장의 이력서를 검토하며 이 현실을 뼈저리게 확인했다. 강점을 가진 사람은 많지만, 그것을 제대로 보여주는 사람은 드물다.



검토자는 지원자의 강점을 알고 싶다


면접관들이 하루 종일 이력서를 뒤적이며 찾는 것은 단순하다. 이 사람의 강점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강점이 진짜인지를 확인하는 것. 그들의 하루를 상상해보자. 밀려드는 이력서들 속에서 본업까지 소홀히 할 수 없는 상황, 각 이력서당 겨우 2-3분의 시간을 할애할 수 있다면 다행이다. 이 짧은 시간 안에 지원자의 가능성을 판단해야 한다. 면접도 마찬가지다. 1시간이라는 제한된 시간 안에 그 사람의 모든 것을 파악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검토자들이 주목하는 건 명확하고 구체적인 강점이다. 그들은 지원자의 강점을 찾기 위해 이력서를 읽고, 그 기반으로 면접에서 깊이 있는 질문을 던진다. 채용 담당자가 나의 이력서에서 해석하고 번역하여 나의 강점을 알아서 파악해줄 것이라는 기대는 버려야 한다. 그들에게는 그럴 시간도, 의무도 없다. "이 사람은 무엇을 잘하는 사람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 쉽게 보이는 이력서가 좋은 이력서다. 그리고 그런 이력서를 쓰는 사람이 살아남는다.


우리나라 문화에서는 겸손을 미덕으로 여긴다. 자신을 낮추고 겸손하게 표현하는 것이 예의라고 배워왔다. 하지만 취업 시장에서만큼은 이런 겸손함이 발목을 잡는다. "조금 잘하는 편입니다", "어느 정도 할 수 있습니다", "해본 적 있습니다" 같은 애매한 표현들이 바로 그것이다. 이런 겸손함은 취업 과정에서 독이 된다. 바쁜 검토자들이 당신의 강점을 어렵게 해석해서 찾아낼 이유가 없다. 강점은 명확하고 직관적으로 전달되어야 한다. "저는 데이터 분석에 강합니다", "저는 팀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끄는 능력이 있습니다", "저는 빠른 학습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처럼 두괄식으로 자신의 강점을 명확하게 선언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주장에는 반드시 근거가 따라야 한다


하지만 강점을 주장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검토자들이 두번째로 확인하는 것은 바로 그 강점이 진실인지다. 현실적으로 생각해 보면 취업의 과정에서는 누구나 자신을 좋게 포장하려고 한다. 이력서에서 자신의 능력을 과장하거나, 면접에서 실제보다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려고 한다. 검토자들도 이런 현실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그들은 지원자의 주장이 진실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구체적인 근거를 찾는다.


"나는 영어를 잘해요"라고 말하는 것과 "나는 영어를 잘해요. 미국에서 10년간 살았고, 토익 990점을 받았어요"라고 말하는 것은 전혀 다른 신뢰도를 가진다. 이 신뢰도는 영어를 잘한다는 주장 뒤에 이어진 자신의 이야기로 만들어진다. 이 자신의 이야기는 즉 강점의 신뢰도를 향상해 주는 근거다. 근거가 없는 주장은 공허하다. "저는 리더십이 뛰어납니다"라고 말하는 지원자와 "저는 대학교 4년간 학생회 임원으로 활동하며 총 200명 규모의 축제를 성공적으로 기획하고 진행했습니다"라고 말하는 지원자 중 누가 더 신뢰할 만한가? 답은 정해져 있다.


강점의 근거는 크게 두 가지 형태로 제시할 수 있다. "나는 영어를 잘해요"라는 강점을 위해 제시한 근거는 "미국에서 10년간 살았다"와 "토익 990점을 받았다"가 된다. 영어를 잘한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미국에서 살았다는 "경험"과 토익 점수가 높다는 "수치"를 제시했다. 즉, 강점은 "경험"과 "수치"를 근거로 활용할 수 있다.


1. 경험적 근거

경험적 근거는 실제로 해본 일, 겪은 상황을 통해 자신의 강점을 증명하는 것이다. 이는 가장 강력한 근거 중 하나다. 왜냐하면 실제 상황에서 그 능력을 발휘했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실제로 취업의 과정에서 정말 많이 활용되는 근거 형태다. 예를 들어보자

리더십에 대한 경험적 근거
"대학교 4년간 학생회장을 역임하며 50명 규모의 행사를 기획하고 진행했습니다. 특히 코로나19 상황에서 온라인 축제를 기획해 전년 대비 2배 많은 참여자를 모집했습니다."
문제해결능력에 대한 경험적 근거
"전 직장에서 고객 불만을 70% 감소시키는 프로세스 개선안을 제안하고 실행했습니다. 고객 응대 시간을 평균 15분에서 8분으로 단축시켰고, 고객 만족도를 85%에서 92%로 향상시켰습니다."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경험적 근거
"다국적 팀에서 2년간 근무하며 영어, 중국어, 한국어로 업무를 진행했습니다. 특히 한국-중국-미국을 연결하는 프로젝트에서 문화적 차이로 인한 갈등을 조율하여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완료했습니다."

경험적 근거를 제시할 때는 단순히 "했다"는 것에서 그쳐서는 안 된다. 그 경험에서 어떤 역할을 했고, 어떤 결과를 만들어냈는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또한 그 과정에서 어떤 어려움이 있었고, 그것을 어떻게 해결했는지도 함께 이야기하면 더욱 설득력이 있다.


2. 수치적 근거

수치적 근거는 객관적이고 명확하다.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따라서 수치로 표현할 수 있는 강점이 있다면 반드시 활용해야 한다. 수치적 근거는 숫자를 얻기 쉽지 않은 근거지만 경험적 근거보다 더 큰 신뢰도를 가진다. 예를 들어보자.

영업 능력에 대한 수치적 근거
"매출 목표 5억을 150% 달성하여 7.5억의 매출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00% 증가한 수치입니다."
업무 효율성에 대한 수치적 근거
"업무 자동화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기존 수작업으로 하루 8시간 걸리던 작업을 2시간으로 단축시켰습니다. 이를 통해 월 120시간의 인력을 절약했습니다."
외국어 능력에 대한 수치적 근거
"토익 990점, JPT 890점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리더십과 조직 관리 능력
"100명 규모의 조직을 관리하며 팀 생산성을 전년 대비 25% 향상시켰습니다" 또는 "연 매출 50억 규모의 사업부를 담당하며 수익률을 15% 개선했습니다."
학습 능력과 전문성
"산업안전기사, PMP 자격증을 6개월 만에 연속 취득하여 프로젝트 관리 전문성을 입증했습니다."

수치적 근거를 제시할 때 주의할 점은, 그 수치가 어떤 의미인지를 함께 설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매출 5억을 달성했습니다"라고 말할 때, 그것이 업계에서 어떤 수준인지, 전년 대비 어떤 변화인지, 목표 대비 어떤 성과인지를 함께 설명하면 더욱 의미가 있다.



모든 경험은 강점의 근거가 된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경험들은 강점의 재료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프로젝트 경험, 전직장에서의 업무, 학창 시절의 활동, 심지어 아르바이트 경험까지도 모두 여러분의 강점을 뒷받침하는 소중한 근거들이다. 많은 지원자들이 "특별한 경험"만이 어필할 수 있는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해외 연수나 대기업 인턴십, 창업 경험 같은 것들 말이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중요한 것은 경험의 화려함이 아니라, 그 경험에서 무엇을 배웠고 어떤 능력을 발휘했느냐다. 특히 신입으로 취업을 준비할 때는 직접적인 업무 경험이 없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자신의 경험 중에서 비슷한 형태의 간접 경험을 활용하여 강점의 근거를 활용할 수 있다.


카페 아르바이트 경험을 예로 들어보자. 단순히 "OO카페에서 1년간 아르바이트를 했습니다"라고 적는 것과 "OO카페에서 1년간 근무하며 하루 평균 300명의 고객을 응대했습니다. 특히 바쁜 시간대에 효율적인 업무 분담과 소통을 통해 대기시간을 30% 단축시켰고, 고객 만족도 향상에 기여했습니다. 이런 경험은 제가 지원한 CS업무에 분명 도움이 될 것입니다."라고 적는 것은 전혀 다르다. 그리고 이 간접 경험을 업무 효율성이나 문제해결능력이라는 강점에 좋은 근거가 될 수 있다.


일한 경험만 근거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해외여행 경험도 단순한 관광이 아니라 "적응력과 도전정신"의 근거가 될 수 있다. "유럽 5개국을 배낭여행했습니다" 대신에 "유럽 5개국을 한 달간 배낭여행하며 예산 50만원으로 여행을 완주했습니다. 언어가 통하지 않는 상황에서도 적극적으로 현지인들과 소통하며 문제를 해결했고, 예상치 못한 상황들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었습니다"라고 강점의 신뢰도를 향상시킬 좋은 근거로 만들 수 있다.


심지어 실패 경험도 강점의 근거가 될 수 있다. "창업에 실패했습니다" 대신에 "6개월간의 창업 경험을 통해 시장 분석의 중요성을 깨달았고, 실패를 통해 리스크 관리와 빠른 의사결정의 중요성을 배웠습니다. 이 경험을 통해 더욱 현실적이고 실행 가능한 계획을 세우는 능력을 기를 수 있었습니다"라고 표현할 수 있다. 이 경험은 학습 능력이나 메타인지 능력 같은 강점의 좋은 근거가 된다.


이처럼 경험을 경험 그대로 두지 않고 모든 경험을 강점 중심으로 재해석 해야한다. 그냥 겪은 일이 아니라, 그 일을 통해 내가 어떤 능력을 발휘했고 어떤 성장을 이뤄냈는지에 집중해야 한다. 그러면 직접적인 업무 경험이 없는 신입에게도 강점을 뒷받침할 좋은 근거들이 준비될 수 있다.



잘못된 강점 어필은 오히려 독이 되기도 한다


면접관 자리에 앉아 수많은 지원자를 마주하며 나는 깨달았다. 가장 안타까운 순간은 분명히 실력이 있어 보이는 지원자가 스스로를 망치는 모습을 지켜볼 때다. "저는 리더십이 뛰어납니다"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지원자에게 "구체적으로 언제 그런 리더십을 발휘해서 성과를 냈나요?"라고 물으면, 그 순간 당황한 표정으로 말을 더듬는다. 그 찰나에 그 지원자에 대한 신뢰는 무너진다. 어필했던 다른 강점들 또한 같이 신뢰가 무너진다. 리더십이 뛰어나다거나 창의적인 사람이라고 말하거나 성실하다고 표현하는 것들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공허한 주장에 지나지 않는다. 구체적인 근거 없이는 고집에 불과하다.


더 심각한 건 과도한 자기 포장이다. 한 지원자가 면접 내내 자신이 얼마나 뛰어난지, 어떤 프로젝트든 성공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사례를 물어보니 막상 답변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 순간 면접장의 분위기는 차가워졌다. 자신감과 오만함은 종이 한 장 차이다. 그 경계를 넘어선 지원자들을 보면서 나는 안타까웠다. 분명히 실력이 있어 보이는데, 잘못된 어필 방식 때문에 기회를 날려버리는 모습이었다. 또 다른 지원자는 "제가 지원한 다른 회사들에서는 모두 좋은 반응을 얻었어요. 다른 지원자들과는 차원이 달라요"라고 말했다. 이는 다른 사람을 깎아내리는 방식으로 비쳤고, 팀워크나 인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주었다.


특히 신입들에게서 자주 보는 실수가 있다. 검증되지 않은 미래의 가능성만을 어필하는 것이다. "저에게 기회를 주시면 회사를 혁신시킬 자신이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신입 지원자를 보면서, 나는 과거의 내 모습을 떠올렸다. 나 역시 그런 막연한 기대감으로 면접장에 앉았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면접관들은 현재의 역량과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미래를 예측하려고 한다. 나는 그런 지원자들에게 "그렇다면 지금까지 어떤 작은 혁신이라도 해본 경험이 있나요?"라고 물었고, 대부분 답변하지 못했다. 근거 없는 미래에 대한 장담은 오히려 현실감각이 부족하다는 인상을 줄 뿐이다.



강점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조건이다


나는 500번이 넘게 떨어지면서 이 잔혹한 진실을 깨달았다. 실력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을. 매번 불합격 메일을 받을 때마다 분노했다. '내가 정말 부족한 건가?' '이 회사가 인재를 알아보지 못하는 건가?' 하지만 지원자에서 검토자가 되어 3,000개가 넘는 이력서를 들여다보며 비로소 이해했다. 나는 내 강점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것을 보여주지 못했다. 현재의 취업 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 취업 시장에 뛰어드는 사람들은 갈수록 늘어나지만 양질의 일자리는 한정되어 있다. 나는 초기에 이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실력만 있으면 될 거라는 순진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매번 떨어질 때마다 나는 깨달았다. 실력이 있어도 그것을 보여주지 못하면 없는 것과 같다는 사실을 말이다. 강점이 있다고 해서 저절로 취업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그 강점을 제대로 어필할 수 있어야 했다. 다이아몬드도 가공을 해야 빛이 나는 것처럼, 강점도 적절한 포장과 어필을 통해야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었다. 똑같은 경험을 가진 두 지원자라도, 그것을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평가를 받는다는 것을 반복해서 확인했다.


1,000명이 넘는 개발자들을 멘토링하면서 나는 더욱 확신하게 되었다. 강점을 제대로 어필하는 법을 배운 사람들은 합격률이 눈에 띄게 올라갔다. 반면 아무리 뛰어난 기술력을 가져도 그것을 전달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계속해서 떨어졌다. 이는 불공평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이것이 현실이다. 기술력만으로는 부족하다. 전달력이 필요하고, 설득이 필요하고, 기억에 남는 무엇인가가 필요하다. 아는 것과 아는 것을 전달하는 것은 너무나 다르다. 나는 이것을 늦게 깨달았기 때문에 500번이 넘게 떨어져야 했다. 하지만 깨달은 후에는 매번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자신의 강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것을 명확하게 전달하며, 확실한 근거로 뒷받침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성공적인 취업을 위한 가장 중요한 전략이다. 그리고 이것은 일회성 작업이 아니다. 취업 과정 내내, 그리고 취업 후에도 계속해서 자신의 강점을 발견하고 개발해나가야 한다.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 맞춰 새로운 강점을 기르고, 기존 강점을 더욱 발전시켜야 한다. 그렇게 발전한 강점이 이직 시장에서 또 활용되고, 그것이 곧 커리어가 된다.


강점 어필은 기술이다. 그리고 모든 기술이 그렇듯이, 연습을 통해 향상시킬 수 있다. 처음에는 어색하고 부자연스럽게 느껴질 수 있지만, 계속 연습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자신의 강점을 어필할 수 있게 된다. 나는 수천 번의 검토와 멘토링을 통해 이것을 확신한다. 채용 과정은 강점으로 시작해서 강점으로 끝나는 여정이다. 강점이 빛을 발할 수 있도록, 오늘부터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자신을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강점을 발견하고, 그것을 어필하는 방법을 연습해야 한다. 그것이 이 잔혹한 취업 시장에서 살아남는 유일한 방법이다. 나처럼 500번이 넘게 떨어져서 깨닫지 말고, 미리 준비하기를 바란다.